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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해외법인 현주소

후발주자 한계 넘은 농협은행, 불확실성에 발목

⑧현지 정세 불안 및 경기 침체로 성장 제동…글로벌 전략에도 차질

이재용 기자  2026-06-26 08:01:19

편집자주

국내 은행들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앞다퉈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하며 사업 기반을 넓혀왔지만 성과는 엇갈리고 있다. 일부 법인은 현지 시장에 안착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경기 불확실성과 규제, 경쟁 심화 등으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적지 않다. 은행권 해외법인들의 실적과 경영 현황을 통해 해외 사업의 현주소를 점검해 본다.
후발주자로서 선점된 시장을 공략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형성된 네트워크를 파고들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NH농협은행 현지법인은 조직의 특성을 살린 금융서비스로 틈새를 파고들어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해외법인의 성장세는 그리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해외법인들은 현지 정세 불안과 경제 침체 등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자산 규모와 수익성은 증가 추세를 멈추고 급격히 악화됐다. 농협은행이 그리고 있던 청사진 실현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조직 특성 살려 초기 안착 성공한 현지 MFI 법인

농협은행은 글로벌 사업 후발주자다. 2012년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이후에야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종전에는 특정 회사에 15% 이상 출자할 수 없다는 농협법이 적용돼 제약이 있었다. 2016년에서야 첫 해외 현진법인인 농협파이낸스미얀마를 세웠다.

농협파이낸스미얀마는 소액대출법인(MFI)이다. 현지 금융권의 폐쇄성을 고려해 은행 법인이 아닌 MFI 법인을 설립했다. 미얀마 정부는 정책적으로 외국계 은행의 진입에 보수적인 입장이다. 시장에 진입하려면 먼저 현지에 은행 사무소를 개점하거나 MFI 법인을 설립하는 등의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야 한다.


농협은행은 고심 끝에 MFI 법인을 설립했다. 현지 법인 인수 방식이 아니었음에도 점진적으로 성장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농업 관련 대출(애그리론) 금리를 일반 금리보다 낮게 하는 등 농업특화 서민금융이 주효했다. 미얀마는 농업국가인 만큼 수요가 많았다.

실제 미얀마법인은 설립 이래 급성장세를 나타냈다. 설립 이듬해인 2017년 1개뿐이었던 지점 수가 7개로 증가했고 그다음 연도엔 두 배로 늘었다. 이후에도 꾸준히 늘려 현재 29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2016년 말 33억원이었던 자산 규모는 군부 쿠데타 발생 이전 해인 2020년 273억원까지 확대됐다.

미얀마에서 현지법인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농협은행은 캄보디아 시장에도 진출했다. 2018년 출범한 캄보디아법인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 역시 MFI 법인이다. 농협은행이 해외 현지 금융사를 인수해 진출한 최초 사례로 NGO 성격의 MFI사 'Samic MFI'가 전신이다.

Samic MFI는 캄보디아 내 금융 소외 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프놈펜 등 도시 지역보다는 지방 지역에 주요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었다. 지방 지점을 통해 농업 종사자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주로 제공해 왔다. 농협은행 인수 후에도 동일한 기조가 유지됐다.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도 비교적 초기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신 기능이 없는 캄보디아 MFI 법인 중 한때 대출 자산 5위까지 성장했다. 2018년말 기준 221억원이었던 자산은 이듬해 말 369억원으로 2022년 말 1280억원까지 증가했다.


◇정체된 성장…청사진 재검토 불가피

후발주자의 한계를 넘어선 성장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현지 정세 불안과 경기 침체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법인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미얀마법인은 2021년 발생한 군부 쿠데타 이후 아직까지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대 도시 양곤에 법인을 두고 있어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

쿠데타 발생 직후 농협파이낸스미얀마의 자산은 165억원으로 급감했다. 전년 273억원 대비 39.6%(108억원) 감소한 규모다. 다만 이후 반등세를 나타내며 지난해말까지 쿠데타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파이낸스미얀마의 총자산은 271억원으로 집계됐다.

캄보디아법인도 상황이 좋지 않다. 지방 농업 종사자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한 영업 특성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특성상 캄보디아 경제도 중국 경제를 따라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기초 체력이 약한 지방 경제는 더 큰 타격을 입었다.

MFI 법인으로 차주의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탓에 건전성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자연스럽게 충당금 비용이 늘었고 영업 규모도 축소됐다. 2022년 1280억원까지 성장했던 자산 규모는 이듬해 1121억원, 지난해 말 1003억원으로 축소됐다.

현지법인의 역성장 흐름은 농협금융이 그리던 청사진 실현에도 부담 요인이다. 당초 농협금융은 농협은행의 해외 MFI 법인을 교두보로 삼고 최종적으로 현지에 은행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현지 사업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확인한 만큼 구상했던 계획 역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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