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5대 은행장의 임기가 일제히 끝난다. 이 중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3연임 도전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다른 네명 은행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연임 혹은 이동이라는 거취를 정한다.
기존 관행대로라면 경영 성과가 곧 평가 기준이 되지만 올해는 실적 성적표만으로 결과를 점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준비 중인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외 환경과 제도 변화가 한 번에 맞물리면서 올해 연말 은행장 인사는 어느 해보다 셈법이 복잡해졌다는 평가다.
◇네명은 첫 임기, 신한은행은 3연임 여부 촉각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은행의 인사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이환주 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농협은행장 5인의 임기가 올해 말까지기 때문이다. 거취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5대 은행장 중 네명은 나란히 첫 임기를 마무리한다.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모두 2025년 1월 신임 행장을 선임했다. 하루이틀 차이로 취임한 이들은 올해 말 만 2년을 채우고 성과를 평가받는다.
시중은행장 임기는 통상 2년이다. 경영 성과와 조직관리 역량 등을 검증해 1년을 더 부여하는 이른바 '2+1' 관행이 자리 잡았다. 이에 첫 임기 만료를 앞둔 네명은 지난 2년의 성적이 좋았다면 1년 추가 임기를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신한은행은 상황이 다르다. 2023년 2월 첫 취임한 정상혁 행장은 2024년 말 한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당시 성과를 인정받아 1년이 아닌 2년 임기가 부여됐다. 올해 말이면 정 행장 재임 기간이 3년 10개월에 달한다. 전례가 드문 시중은행장 3연임에 도전할지 혹은 다른 길을 선택할지 업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행 절차·관행 바뀌나…개선안 담길 내용 '주목' 은행장들이 마주한 상황은 과거와 달라졌다. 2년 전에는 은행장 인사를 관통하는 '내부통제'라는 공통된 키워드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은행마다 서로 다른 변수를 갖고 있다.
먼저 국민은행은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임기와 이환주 행장의 임기가 맞물려 있다. 이미 지주 회장 선임 절차는 시작됐다. 이환주 행장은 KB금융 회장 후보 숏리스트에 포함되기도 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실적 흐름이 변수로 꼽힌다. 올해 1분기 주요 은행 중 우리은행만 순이익 역성장을 기록했다. 2분기에는 개선이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3분기 반전을 만들어 내는 게 관건이다.
농협은행은 행장 연임 사례가 극히 드물다. 임기를 2년 안팎으로 유지해 왔다. 여기에 농협중앙회에서는 고강도 조직 쇄신도 진행하고 있다. 은행장 거취를 예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공통된 이슈는 금융당국이 준비 중인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안이다. 비단 지주 회장 선임에만 그치지 않고 은행을 포함한 계열사 CEO 선임 절차까지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은행장 선임 절차의 무게 중심이 지주에 쏠려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선임 절차를 살펴보면 현재 KB, 신한, 우리, 농협 등은 지주 이사회 내 자회사 CEO 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한다. 이후 은행 이사회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자격 요건을 검토한 뒤 주주총회에서 선임을 확정하는 구조다. 하나은행은 은행 임추위가 그룹임추위에 평가 기준과 후보군을 전달하는 절차를 두고 있지만 그룹 임추위에서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것은 동일하다.
아직 개선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달 3일 전 공개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한 번 더 연기됐다. 업권에서는 절차 손질, 은행장 및 계열사 CEO 후보 추천 경로 다각화 등이 담길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은행장 선임 절차가 공정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당국의 지적처럼 늘 차기 회장을 미리 선정하기 위한 작업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사례도 있다. 정진완 행장은 선임 당시 우리은행 부행장 중 막내그룹에 속했지만 파격적으로 행장에 선임됐다.
여러 변수가 상존하지만 인선 시계는 이를 품고 돌아간다. 기존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은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 경영승계 절차 개시를 요구한다. 이르면 9월부터 가동될 각 지주의 자회사 CEO 후보 추천 절차에 맞춰 밑작업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