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KB금융지주 회장 1차 압축후보군(숏리스트)에 포함된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사진)은 은행과 비은행을 아우르는 통합형 CEO로 분류된다. 보험 계열사에서 합병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고 은행에선 임기 1년 차에 리딩뱅크 지위를 탈환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역량과 경험을 놓고 봤을 땐 그룹의 리더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하지만 승계 구도상 계열사 CEO는 회장 선임의 우선순위는 아니다. 계열사 CEO의 기본 임기 2년에 1년을 더하는 그룹 관행상 임기도 남은 만큼 회장 인선에 무게를 싣기보단 행장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은행 계열사 대표로 은행장 오른 상징적 인물 이환주 국민은행장은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선택을 받아 그룹 내부 후보 4인, 외부 후보 2인 등 총 6명으로 구성된 차기 지주 회장 1차 숏리스트에 들어갔다. 회추위는 내달 27일 인터뷰를 거쳐 후보를 3인으로 좁힐 계획이다.
이 행장은 은행과 비은행에서 모두 성과를 낸 CEO로 그룹의 리더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금융 비은행 계열사 대표 출신으로는 처음 은행장에 오른 상징적인 인물로 다양한 부문에서 쌓은 경영 경험과 리더십이 강점으로 꼽힌다.
1964년생인 이 행장은 1991년 국민은행(당시 주택은행)에 입행해 강남교보사거리지점장, 스타타워지점장, 영업기획부장, 외환사업본부장, 개인고객그룹 전무,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 부사장 등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이후 2022년 KB생명 대표로 취임해 푸르덴셜생명과의 통합 법인 출범을 주도했다.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사 갈등의 우려를 딛고 물리적·화학적 결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시에 대형 보험사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통합 법인으로 거듭난 KB라이프생명은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연간 순이익의 경우 통합 전 두 회사의 단순 합산치보다 90%가량 증가해 그룹 비은행 수익성 제고에 톡톡하게 기여했다. 단기 실적을 개선하는 한편 시니어 사업 등 미래 수익 기반도 튼튼히 쌓아 올렸다.
보험 계열사에서 2년 임기를 마치고 국민은행장으로 선임된 뒤에는 실적으로 다시 한번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이 행장 임기 1년 차인 지난해 국민은행은 전년 대비 18.8% 증가한 3조862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이익 기준 시중은행 1위에 올라섰다. 4년 만에 리딩뱅크 지위를 되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지주 회장 자격은 충분 CEO로서의 역량과 경험, 성과적인 측면으로는 KB금융을 이끄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평가된다. 다만 그룹의 승계 구도상 차기 회장 우선순위로 꼽히진 않는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인 양종희 회장의 연임이 아니더라도 함께 숏리스트에 오른 지주 부문장들이 잠재적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먼저 거론된다.
KB금융의 부문장제는 사실상 기존의 부회장 제도의 형식을 이어받았다. 과거 부회장 제도는 회장을 보좌하고 경영책임과 권한을 분담하는 것뿐만 아니라 후계 프로그램으로도 작동했다. 부회장들이 다양한 부문을 거치도록 해 차기 회장 후보로 육성되고 동시에 역량을 검증받는 과정으로 삼았다.
양 회장이 후계 프로그램을 거쳐 회장 자리에 오른 장본인이다. 양 회장은 2021년 글로벌부문장 겸 보험부문장, 2022년 디지털부문장 겸 IT부문장 2023년 개인고객부문장 겸 WM/연금부문장 겸 SME부문장을 거쳤다. 보직 순환 덕분에 양 회장은 지주 주요 부문을 대부분 경험하고 CEO가 될 수 있었다.
이 행장은 임기도 남아 있다. 잔여 임기는 오는 12월 31일까지이나 계열사 CEO의 기존 임기 2년에 1년을 더하는 '2+1' 관행상 추가적인 임기를 부여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지주 회장 레이스에 무게를 두기보단 행장으로서의 연임과 남은 임기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택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지주 부문장으로서 여러 보직을 거치진 않았으나 지주 CFO, 은행·비은행 CEO를 역임하며 충분한 경험과 역량을 쌓았다. 숏리스트에 포함된 지주 부문장들보다 연령(1964년생)이 높고 경력(1991년 입행)도 긴 만큼 회장 선임이 부자연스러운 상황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