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지주의 CFO는 다른 금융지주 CFO와는 역할이 조금 다르다. 상장 금융지주 CFO들이 주주환원과 자본시장 소통에 집중한다면 농협금융 CFO는 자본을 어떻게 확보하고 어디에 배분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 금융지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농업지원사업비를 부담하는 특수한 구조 탓에 수익을 내더라도 이를 모두 자본으로 축적하기 어렵다.
올해 전략기획부문장을 맡은 황종연 부사장은 이러한 과제를 책임지는 인물이다. 전략기획부문장은 농협금융에서 CFO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사내이사를 맡는다. 단순한 재무 책임자를 넘어 그룹 전략과 자본 정책, 계열사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경영진이다.
황 부사장이 CFO를 맡은 시기 농협금융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올해 1분기 순이익 8688억원을 기록하며 우리금융을 제치고 금융지주 순이익 4위에 올랐지만 자본력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최근 추진 중인 1조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역시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에 있다. 농협금융 안팎에서는 이번 증자를 단순한 자본 확충이 아닌 성장 전략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황 부사장은 1968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농협중앙회 여신정책부 팀장과 금융기획부 팀장을 거쳐 농협은행 종합기획부 팀장, 농협금융 사업전략부 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력의 상당 부분이 기획과 전략 분야에 집중돼 있다.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 농협금융지주를 모두 경험하며 그룹 전반의 사업 구조와 자본 흐름을 이해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현장 경험도 갖췄다. 농협은행 남서초지점장과 충주시지부장, 충북본부장, 충북총괄본부장 등을 맡으며 영업 현장과 지역 조직을 두루 경험했다. 2025년 사업전략부문장에 오른 그는 올해 전략기획부문장으로 이동하며 CFO 역할을 맡았다. 사업 전략을 총괄하던 자리에서 그룹의 자본 정책과 재무 전략까지 책임지는 자리로 보폭을 넓힌 셈이다.
황 부사장이 마주한 가장 큰 과제는 자본력 강화다. 농협금융은 올해 1분기 순이익 868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1.7% 증가한 수치다. NH투자증권 순이익이 47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8.5% 급증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이자이익은 2조2143억원, 비이자이익은 9036억원으로 각각 7.3%, 51.3% 증가했다.
실적만 놓고 보면 순항하고 있지만 자본관리 측면에서는 부담이 적지 않다. 올해 1분기 농협금융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2.03%로 12%를 간신히 넘겼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13.63%, 우리금융은 13.6%, 하나금융은 13.09%, 신한금융은 13.19%로 모두 13%를 넘고 있다. 자본 여력이 저하되며 4대 금융지주 평균치와 1%포인트 이상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배경에는 농협금융만의 특수한 구조가 있다. 농협금융은 매년 농업지원사업비를 농협중앙회에 납부한다. 지난해 부담한 농업지원사업비는 6503억원 규모다. 금융지주가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상당 부분이 농업·농촌 지원 재원으로 활용되는 구조다.
상장 금융지주들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한다면 농협금융은 농업지원사업비를 통해 농업·농촌 지원이라는 설립 목적을 수행해야 한다. 그만큼 자본 축적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최근 추진 중인 1조1700억원 규모 유상증자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에 1조1700억원을 투입하면, 농협금융이 이를 은행과 증권에 배분하는 구조다. 이번 증자는 2012년 신경분리(신용·경제사업 분리) 이후 두 번째다. 농협금융은 2022년에도 농협중앙회로부터 1조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은 바 있다. 증자 이후 CET1비율은 2021년 말 12.5%에서 2022년 12.71%, 2023년 12.9%까지 올랐으나 2025년 말에는 12.25%까지 떨어졌다.
자본력 확보는 단순히 건전성 관리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농협금융은 2030년까지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에 108조원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벤처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려면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성장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도 충분한 자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