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의 손해보험 포트폴리오 경쟁력이 주목받고 있다. 소형 보험사를 자체 육성하려던 시도가 규모와 판매채널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중견사 인수를 통한 도약 필요성이 커졌다. 선제적으로 대형사를 인수한 KB금융은 인수형 성장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우선 생명보험에 집중한 우리금융과 자력 성장을 추진해 온 농협금융도 상황에 맞춰 각기 다른 전략을 구사한다. 주요 금융지주의 손보사 현황과 육성 과정, 향후 보험 포트폴리오 재편 가능성을 짚어본다.
NH농협손해보험은 금융지주 계열 손해보험사 중 내부 사업을 키워 만든 유일한 사례다. 외부 보험사를 인수해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다른 지주 계열사들과 출발점부터 달랐다. NH농협금융은 중앙회에 축적된 공제사업과 전국 농축협망을 별도 보험사로 전환해 독자적인 손해보험 축을 구축했다.
농협손보는 정책보험과 농축협 망을 토대로 공익성과 수익성을 함께 추구한다. 독자 시스템과 판매채널을 갖추며 종합손보사 체급도 확보했다. 다음 과제는 장기 보장성보험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키우는 일이다. 자연재해에 민감한 농업정책보험의 손익 변동성 완화에도 보탬이 될 전망이다.
◇내부 공제 자산 활용, 독자 손해보험 축 구축
올해 NH농협손해보험은 지난 2012년 3월 농협중앙회 공제사업에서 분리돼 독립 보험사로 출범한 지 15년째를 맞았다. 농협금융이 공제사업을 별도 보험사로 떼어낸 배경에는 2012년에 시행한 농협 사업구조 개편이 자리한다. 경제 사업과 신용 사업을 분리하고 금융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중앙회가 운영하던 공제사업도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법인으로 재편됐다.
NH농협금융 전경. 출처: NH농협금융
분사의 의미는 기존 조직에 보험사 간판만 다는 데 그치지 않았다. 농협금융은 기존 공제사업의 계약과 인력, 농업 위험관리 경험을 토대로 전문 보험사업으로 육성할 기반을 마련했다. 외부 매물의 가격이나 인수 시기에 좌우되지 않고 그룹 안에 있던 자산을 활용해 보험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셈이다.
농협손보가 공제사업에서 이어받은 핵심 자산은 전국 농축협 판매망이다. 농협금융은 농촌과 지역 고객을 아우르는 독자적인 접점을 상품 판매와 정책보험 운영에 활용했다. 외부 인수만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운 범농협 채널이 자체 육성의 기반이 된 셈이다.
농업정책보험은 농협손보의 그룹 내 전략적 역할을 규정하는 사업이다. 농작물·가축·농기계재해보험을 통해 농업인의 위험을 보장하면서 농협의 협동조합 정체성을 금융사업으로 구현한다. 농업정책보험 운영 경험과 현장 영업망은 수익성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농협손보 고유의 역할이자 사업 기반이다.
종합손보사 역량을 갖추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했다. 농협손보는 2010년대 초중반 독자 보험 시스템과 자산운용 체계를 구축하고 전속, 텔레마케팅(TM), 보험대리점(GA) 등 외부 채널을 차례로 보강했다. 저축성 위주의 영업 구조도 보장성 중심으로 바꾸며 농축협 판매망에만 기대던 공제형 사업 모델에서 벗어났다.
◇장기보험 수익 기반 확보, 정책보험 변동성 보완
농업정책보험은 농협손보의 차별점인 동시에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농업보험은 그룹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전략 사업이지만 자연재해에 민감한 손익 구조를 지닌다. 태풍과 우박,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보험금 지급액과 손해율이 단기간에 크게 뛸 수 있다.
농업보험은 수익성만을 기준으로 판매 규모를 조정하기 어렵다는 특성도 있다. 농협손보는 농업인의 경영 안정을 지원하면서 적정 보험료율과 재보험, 품목별 위험 분산을 통해 농업보험 손익을 관리해야 한다. 정책보험 외 부문의 이익 기반을 넓히면 공익적 역할과 회사 수익성을 함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장기 보장성보험을 확대하는 건 이 같은 손익 구조를 보완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장기보험은 계약이 유지되는 동안 보험료와 미래 이익을 쌓을 수 있다. 장기보험에서 안정적인 이익을 내면 자연재해로 발생하는 농업보험 손실을 전체 손익에서 보완할 수 있다. 농협손보가 저축성 판매를 줄이고 건강·상해보험과 GA 영업을 강화한 배경도 안정적인 수익 기반 확보와 맞닿아 있다.
문제는 장기보험 시장이 대형 손보사의 상품 개발력과 GA 영업력이 집중된 격전지라는 점이다. 농축협 망만으로 장기보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GA와 전속 조직의 생산성을 함께 높여야 한다. 농협금융의 자력 육성 모델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정책보험의 차별성을 지키면서 장기보험의 질적 성장을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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