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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종산업 진출기

하나은행, 타행과 사뭇 다른 비금융 셈법…제휴 강화 기조

⑥생활 플랫폼 대신 디지털자산에 무게…데이터는 외부서 확보

노윤주 기자  2026-06-16 15:20:03

편집자주

은행이 이자 이익에만 기대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수익원을 넓히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면서다. 금융업만 해야 한다는 은행 본업의 경계도 규제 완화로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이에 은행은 알뜰폰을 시작으로 배달, 공연 예매까지 손대며 소비자의 일상을 파고든다. 단순히 수익을 좇기보다 그 이상의 효과를 겨냥한 행보다. 전통적 사업모델을 벗어나 신사업으로 뻗는 은행의 이종산업 진출기를 짚어본다.
하나은행은 경쟁사와 다르게 비금융 플랫폼 운영에 뛰어들지 않았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알뜰폰과 배달앱을 운영하고 우리은행은 잇따라 알뜰폰과 티켓예매 플랫폼을 선보인 것과 사뭇 다른 행보다.

비금융에서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직접 운영 대신 파트너십 확장을 택했다. 대안신용평가에 쓸 데이터도 제휴로 채우기로 했다. 대신 전사 역량을 본업 경쟁력 강화와 디지털자산 등 금융 관련 신사업에 집중하는 기조다.

◇비은행엔 적극…비금융엔 신중

하나은행은 '비은행' 신사업을 다수 시도했지만 이 사례들이 '비금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례로 2016년 SK텔레콤과 핀테크 기업 '핀크'를 공동 설립했다. 그리고 2022년 하나금융이 SKT 보유 지분까지 인수해 핀크를 100% 자회사로 품었다.

2024년에는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 분야에도 뛰어들었다. 해외 대형 수탁사인 비트고(BitGo)와 손을 잡고 조인트벤처(JV)를 만들었다. 기업명은 비트고코리아로 하나금융이 지분 24.7%를 보유하고 있다.

아직 국내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만들어지지 않아 본격적인 영업에 착수하지는 못했다. 추후 법인의 코인거래 시장이 열리게 된다면 하나금융은 비트고코리아까지 원팀으로 끌어들여 법인영업을 전개하겠다는 구상이다.

핀테크, 가상자산 수탁 모두 신사업이기는 하지만 은행 본업과 밀접한 분야다.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분야에 진출한 타사의 사례와는 다르다. 앞선 사례에서 경쟁사는 데이터와 생활 연계를 노리고 비금융 산업에 진출했다. 하나은행은 직접 운영보다는 파트너십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공공배달 플랫폼 '먹깨비'와의 제휴가 그 예시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 먹깨비와 10년 협력 협약을 맺었다. 공동 마케팅, 소상공인 대상 포용금융 제공 등 분야서 협력하고 있다. 아직 하나은행의 먹깨비 지분 취득, 플랫폼 공동 운영 등 계획은 없다. 하나은행은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내세우는 동시에 SOHO 고객을 확보하는 창구를 얻은 셈이다.


◇비금융 직접 진출 아직은 '물음표'…파트너십으로 빈칸 채워

데이터 확보도 다방면으로 시도하고 있다. 최근 포용금융 요구가 확대되면서 대안신용평가 데이터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금융 플랫폼을 직접 운영하는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쌓고 있지만 하나은행은 외부에서 확보해와야 한다.

최근에는 교보문고와도 손을 잡았다. 통신정보, 소액결제, 인터넷 쇼핑 내역에 더해 도서 구매 이력까지 끌어온다는 목표다. 하나금융연구소,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모델을 고도화해 올 하반기 개인금융 신용평가 모형에 전면 적용한다.

은행권에서는 하나은행이 당분간 비금융 플랫폼에 직접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본다. 본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어서다. 직접 플랫폼을 운영하면 데이터를 내부에 쌓고 고객을 묶는 데 강점이 있지만 사업 자체서는 적자가 나고 있는 만큼 그 효과가 뚜렷이 확인된 단계는 아니다. 하나은행은 자체 플랫폼을 짓는 대신 필요한 데이터를 외부에서 확보하는 쪽에 무게를 뒀다.

금융업 관계자는 "은행이 배달, 알뜰폰까지 진출한다는 건 사실 엄청 파격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나은행도 조직 의사결정 구조를 유연하게 바꾸고 있긴 하지만 그 방향이 비금융보다 디지털자산처럼 금융과 연관된 새 영역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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