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은 은행 이종산업의 시초다. 2019년 은행권 1호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 알뜰폰(MVNO)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알뜰폰 시장은 당시에도 포화상태였다. 기간통신사업자처럼 통신망을 직접 구축하는 게 아니다 보니 진입이 쉽기 때문이다. 40여개 사업자가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게다가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은 영역이다. 알뜰폰 사업자는 대형 이동통신사로부터 망을 도매로 떼 온 후 재판매하기 때문이다. 회선수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으면 흑자가 힘들다. 이런 레드오션에 시중은행 중에서도 순이익 1·2위를 다투는 아쉬울 것 없는 국민은행이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배경에는 통신에서 나오는 초생활밀접형 데이터가 있다.
◇수익 대신 택한건 고객과의 '연결통로' 국민은행은 2019년 4월 'KB리브모바일'을 내놨다. 처음에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시작했다.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나온 1호 혁신금융이었다. 이종산업을 개시한 첫 사례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후 국민은행은 혁신금융 기간 만료가 도래해 제도개선 절차를 밟았고 2023년 4월 금융위원회가 알뜰폰을 은행 부수업무로 인정했다. 이에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처음 사업을 검토할 때부터 통신으로 돈을 벌 생각은 크게 없었다. 사업 초기에도, 7년이 지난 현재도 알뜰폰 사업자 대부분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흑자를 내는 곳은 이통3사 계열사인 KT엠모바일, SK텔링크, LG헬로비전 정도다. 국민은행도 업황을 조사하면서 이미 파악했을 것이다.
실제로 리브모바일도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따로 알뜰폰 사업 수익을 공개하지 않는다. 국회 의원실을 통해 공개된 2023년까지의 실적이 마지막인데 그 해 11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사업을 시작했던 2019년에는 8억원, 2020년에는 140억원, 2021년에는 184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현재도 흑자전환은 아직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은행은 알뜰폰 사업을 수익 파이프라인이 아닌 고객과의 연결 통로로 봤다. 통신은 전국민이 사용하는 생활 인프라인 만큼 고객과 은행의 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통신에서 쌓이는 비금융 데이터로 생활 패턴을 읽고 맞춤형 금융으로 잇겠다는 계산이었다.
일정 부분 고객과 접점이 늘기도 했다. 알뜰폰 비대면 가입자는 금융 이력이 얇은 2030세대가 57%를 차지했다. 영업점을 찾는 대면 고객은 주거래 스타클럽 회원이 80%다. 알뜰폰 창구 판매를 시작하면서 시니어 유입도 늘었다.
◇후발주자 등장이 증명한 통신 데이터 가치…포기할 수 없는 사업 가입자(회선수)는 그간 준수한 속도로 성장했다. 2020년 말 9만2000명에서 시작했고 1년뒤에는 22만8000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에는 44만2000명까지 늘어났다. 올해 1분기말에는 43만5000명으로 소폭 줄어들었지만 사업자가 많고 이용자가 프로모션을 좇아 자주 갈아타는 알뜰폰 시장 특성상 일시적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알뜰폰 고객이 생성하는 데이터를 은행으로 끌어왔다. 특히 금융 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 고객에게 리브모바일 통신요금 납부 정보를 활용했다. 금융, 비금융, 대안정보를 묶은 평가모델로 청년층, 중저신용자 대출 문턱을 낮춰준다는 의도였다.
락인을 위한 혜택도 제공한다. 알뜰폰 고객에게는 적금 우대금리를 지원해주는 게 대표적이다. 우대금리 멤버십 쿠폰을 주거나 청년 대상 예·적금 상품에 우대금리를 얹어준다.
앞으로도 고객수를 늘리기 위한 국민은행의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리브모바일은 통신비를 깎아주는 프로모션을 계속하고 있다. 통신사망도 처음에는 LG유플러스만 사용했지만 현재는 KT, SKT까지 추가해 이통3사망을 모두 제공 중이다.
일각에서는 적자가 계속된 알뜰폰 사업을 접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국민은행의 생각은 다르다. 금융과 연계할 데이터를 쌓는 거 자체가 자산이라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토스 등 금융사가 연달아 알뜰폰 시장에 진입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통신은 고객이 일상에서 가장 자주 쓰는 생활 인프라"라며 "여기서 쌓이는 데이터로 맞춤형 상품을 제안하고 생애주기 전반의 종합 금융서비스로 잇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