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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종산업 진출기

배달앱 굴리는 신한…수익보다 중요한 건 '데이터'

③회원·가맹점 모집해 플랫폼 키운 4년…신사업 실험장으로

노윤주 기자  2026-06-11 15:57:44

편집자주

은행이 이자 이익에만 기대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수익원을 넓히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면서다. 금융업만 해야 한다는 은행 본업의 경계도 규제 완화로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이에 은행은 알뜰폰을 시작으로 배달, 공연 예매까지 손대며 소비자의 일상을 파고든다. 단순히 수익을 좇기보다 그 이상의 효과를 겨냥한 행보다. 전통적 사업모델을 벗어나 신사업으로 뻗는 은행의 이종산업 진출기를 짚어본다.
신한은행은 '땡겨요'라는 배달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금융사가 배달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출시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룹 역사상 첫 비금융 플랫폼 도전이었던 만큼 신한은행 입장에서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 이후 은행과 플랫폼의 협업 사례는 나왔지만 직접 배달앱을 운영하는 곳은 아직도 신한은행뿐이다.

땡겨요 자체에서 나올 수익을 보고 접근한 사업은 아니었다. 지자체와 협업해 만드는 구조로 민간 플랫폼과 비교하면 수수료가 매우 낮다. 플랫폼 매출의 핵심인 광고수익도 없다. 구조 자체가 이익을 창출하기 쉽지 않다.

대신 신한은행은 사용자와 가맹점 데이터를 쌓았다. 게다가 4년간 운영해 온 플랫폼은 스테이블코인, CBDC 등 신사업을 실험하는 테스트베드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진옥동 회장이 직접 띄운 배달앱…시장 메기 자처

땡겨요는 신한금융에게 의미 깊은 사업이다. 진옥동 회장이 신한은행장을 맡고 있던 시절 기획부터 출시까지 직접 챙겼다. 2020년 12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사업에 착수했고 2022년 1월 14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지난해 '음식 주문중개 플랫폼 서비스'가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되면서 장기 운영 근거도 마련했다.

레드오션인 배달 플랫폼 시장에 본업만으로도 충분한 수익을 내고 있는 은행이 뛰어든 이유가 무엇일까. 신한은행은 '프로토콜 경제 실현'이라고 답한다.

프로토콜 경제의 핵심은 탈독점, 탈중앙화다. 또 기여한 만큼 공정하게 수익과 소유권을 배분받는 게 특징이다. △개방형 플랫폼 △이익환원 △데이터 주권 세가지 핵심 메커니즘을 배달 영역에서 실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사가 본업과 관계없는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공익성도 있어야 한다. 이에 땡겨요는 지자체와 협업해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공공배달앱 포지션을 잡았다. 야심 찬 출사표도 있었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쟁쟁한 경쟁자가 있던 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은 중개수수료를 2%로 낮추고 광고도 없앴다.

외형은 빠르게 커졌다. 회원은 2024년 3월 306만명에서 2026년 5월 892만명으로 2년여 만에 약 세 배가 됐다. 같은 기간 가맹점은 14만개에서 34만2000개로 늘었다. 서울시 25개 전 자치구를 포함해 광역 11곳, 기초 47곳 지자체와 공공배달앱 협약도 맺었다.

하지만 수익 지표는 공개하지 않는다. 땡겨요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따로 발라내 밝히지 않는데 흑자 전환은 아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를 낮추고 광고비를 받지 않는 구조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이기도 하다. 신한은행은 수익이 나더라도 유보하지 않고 가맹점과 상생에 재투입한다는 입장이다.


◇쌓인 정보로 신용 확인…미래 사업 발판 다진다

그렇다면 신한은행이 땡겨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바로 데이터다. 늘어난 회원과 가맹점은 곧 데이터이자 잠재 수익이다. 신한은행은 땡겨요의 주문·매출 실적과 고객 리뷰, 쿠폰 사용률을 대출 심사에 활용한다.

연체 이력에 기대던 기존 평가를 넘어 비정형 정보로 상환 능력을 가늠하는 방식이다. 배달 주문이 활발하고 단골이 많은 가게라면 신용 기록이 부족해도 한도가 늘고 금리를 우대받을 수 있다.

본업과의 시너지도 여기서 발생한다. 땡겨요 입점 소상공인 대상 이차보전 대출은 올해 5월 말 누적 630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고객 대상으로는 '땡겨요 페이 통장'이라는 상품을 운영 중이다. 앱에서 땡겨요페이 또는 신한카드의 전용 카드로 결제해 요건을 충족한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파킹통장이다. 가맹점주와 이용자를 신한은행 고객으로 만드는 전략이다.

플랫폼 자체는 디지털 전초기지로 삼았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땡겨요로 스테이블코인 결제·정산 구조를 실제 환경에서 검증했다. 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 이후 가장 중요한 건 활용처 확보다. 땡겨요는 결제처와 데이터를 동시에 확보하는 창구가 된다. 앞서 한국은행 CBDC 실험 '프로젝트 한강'에도 결제 가맹점으로 참여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의 다양한 도전 속에서 더 쉽고 편한 금융을 위한 플랫폼이 필요했다"라며 "땡겨요는 독과점 시장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가진 상생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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