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와 저축은행 사태 등 위기마다 금융 안전망 최전선에서 역할을 수행해온 예금보험공사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저축은행 특별계정 운영기한이 올해 말 종료되고 내년에는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 청산 시점이 도래하면서 예금보험제도의 구조를 새롭게 설계해야 하는 분기점에 서 있다. 김성식 예보 사장이 최근 '국민의 금융 일상을 지키고 금융에 안정을 더하는 KDIC'를 새 비전으로 제시했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예금보험공사의 발자취와 공적자금 회수 성과, 금융안전망의 현재와 미래 과제 등을 짚어본다.
금융위기 양상이 달라졌다. 2023년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는 모바일뱅킹과 소셜미디어 확산 속에서 재무 불안이 빠르게 전파되며 단기간에 대규모 예금 인출이 발생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뱅크런이 실시간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예금보험공사도 금융안전망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과거와 달리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확산을 차단하는 사전 예방 역량이 중요해졌다. 예금보험공사는 예수금 모니터링 시스템과 뱅크런 조기경보 체계를 구축한 데 이어 올해 초 3개년 AI 전환(AX) 로드맵을 수립하고 AI전략TF를 꾸렸다. 디지털 금융 환경에 대응하는 한편 AI를 활용한 업무 혁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예수금 모니터링·조기경보 체계로 위기 선제 대응
지난 2023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전격 폐쇄됐다. 9일 하루 동안 420억달러의 예금이 인출되면서 인가자인 캘리포니아주 금융당국이 폐쇄를 결정했다. 파산 당시 총자산은 2120억달러(약 277조원)로 미국 16위 규모 은행이었다.
SVB 사태는 디지털 환경에서 금융 위기가 얼마나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과거에는 예금자가 영업점에 직접 방문해 예금을 인출해야 했지만 모바일뱅킹과 소셜미디어가 결합된 환경에서는 불안 심리가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아울러 인터넷전문은행과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후불결제(BNPL), 조각투자, 디지털자산 등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예금보험공사가 대응해야 할 위험의 형태도 한층 복잡해졌다.
예보도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디지털 금융 리스크 대응 역량 강화에 나섰다. 2022년 예금보험연구센터 내에 디지털금융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가상자산대응팀과 융복합금융테크팀을 운영하고 있다. 빅테크와 핀테크, 디지털자산이 금융안정과 소비자 보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제도 개선 방향을 검토하기 위해서다.
위험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기 위한 시스템도 구축했다. 예보는 금융회사 예수금 변동을 상시 점검하는 예수금 모니터링 시스템(DMS)과 뱅크런 조기경보 시스템(CIDR)을 운영하고 있다. 금융회사별 예금 흐름과 이상 징후를 분석해 급격한 자금 유출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한 장치다.
검사 체계도 디지털 환경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예보는 금융회사 IT 검사와 저축은행 예수금 분석 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지난해 6월에는 최초로 인터넷전문은행 공동검사를 실시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성장에 맞춰 디지털 뱅크런 대응 역량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점검하기 위한 조치였다.
◇AI전략TF 꾸린 예보, 리스크 관리 고도화 김성식 예금보험공사 사장. /사진=예금보험공사 예보는 김성식 사장 체제에서 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3개년 AI 전환(AX) 로드맵을 수립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AI전략TF를 구성했다. AI를 금융안전망 고도화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핵심 인프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예보는 로드맵에 따라 2028년까지 총 15개의 AI 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올해는 대국민 AI 챗봇과 사내 AI 챗봇 등 5개 서비스를 우선 도입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대국민 AI 챗봇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이용자의 질문 의도를 파악하고 문맥에 맞는 답변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구축될 예정이다. 착오송금 반환지원과 예금보호한도 상향 이후 늘어난 관련 문의에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내부 리스크 관리 체계에도 AI를 활용한다. 15개 AI 서비스 과제 가운데에는 리스크 관리와 데이터 분석 업무를 지원하는 AI 서비스도 포함됐다. 금융 데이터를 보다 빠르게 분석해 위험 신호를 조기에 탐지하고 정책 판단의 정확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디지털자산 대응도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O) 등 새로운 형태의 금융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전통 금융시장과 디지털자산 시장 간 리스크 전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예보는 디지털금융 전담조직을 중심으로 관련 시장 동향과 제도 변화를 모니터링하며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