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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모니터태광산업

12조 투자, 등급 상향 마중물 되려면

실직적인 이행 여부에 주목, 지배구조 개선도 병행돼야

김위수 기자  2022-12-27 17:43:17
한국ESG기준원(KCGS)이 매긴 태광산업의 통합 ESG 등급은 가장 낮은 'D'다. ESG 수준이 '매우 취약'하다고 평가받는 기업이 받는 등급이다. 올해의 경우 하위 33.2%의 기업에 D등급이 매겨졌다.

태광그룹은 핵심 계열사 태광산업을 필두로 앞으로 10년간 총 12조원의 투자를 통해 신사업 추진 및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 그룹이 실시하는 대규모 투자로 태광산업의 ESG 등급이 상향될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태광산업의 ESG 경영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 실현 가능성은

태광그룹이 계획 중인 투자를 이행할 수 있다면 환경(E)·사회(S) 부문 등급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태광그룹은 4조원을 들여 석유화학 부문에서 친환경 소재를 중심으로 신사업을 발굴하고, 기존 공장설비 및 환경개선에 2조원을 투입한다. 태광그룹의 석유화학 사업은 대부분이 태광산업을 통해 진행된다.

태광그룹이 발표한대로 투자 로드맵이 실현된다면 환경경영 체계가 갖춰지며 환경 부문에서는 D등급을 탈출할 가능성이 높다. 또 10년간 12조원을 투자해 그룹 차원에서 7000명의 신규 채용이 일어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사회 점수 역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투자의 실현 가능성이다. 태광그룹에 따르면 전체 투자금액 중 약 66%에 해당하는 8조원은 향후 5년간 태광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평균적으로 1년에 1조6000억원 수준의 투자가 집행돼야 하는 셈이다.

태광산업의 현금성자산(현금 및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단기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의 규모는 1조3719억원이다. 태광산업이 창출하는 연결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매년 3000억원이 넘는다. 다만 올해 1~3분기의 경우 석유화학 전방 시장의 부진으로 EBITDA가 116억원으로 급감한 상태다. 현재로서는 석유화학 시장이 언제 반등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 태광산업이 보유 중인 현금과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고려해도 투자재원을 충당하기는 어렵다. 대규모 외부 차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태광그룹은 자금조달 계획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현재 태광산업의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는 3분기 연결 기준 각각 22.6%, 2.1%에 불과해 차입여력 자체는 높은 편이다. 다만 그간 태광산업이 재무운용에 보수적으로 접근해온 만큼 적극적인 차입활동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태광산업의 지분 5.8%를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그룹이 이번에 발표한 투자계획도 심사숙고해 수립한 실질적인 계획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트러스톤은 자금조달 계획 등을 포함한 투자 설명회 개최 여부를 오는 29일까지 밝혀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태광산업이 설명회를 열어 주주들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는다면 투자계획 실현 여부에 대한 불안감을 상당 부분 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SG 경영 마지막 퍼즐 '지배구조' 개선

투자가 무리없이 이행된다고 해도 '지배구조'라는 숙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사회 구성 등에 대한 법적인 요건은 모두 갖춰놓은 상태다. 자산 2조원 상장사에 요구되는 감사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설치했고 이사회 구성의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웠다.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해 이사회 구성원들이 같은 성별로 치우치는 일을 방지했다.

하지만 KCGS에 따르면 태광산업의 지배구조(G) 등급은 C로 나타났다.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이사회 리더십, 주주권 보호, 감사, 이해관계자 소통 등의 항목에서 뒤처진다는 뜻이다.

실제 태광산업이 올해 발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배구조 핵심지표 15개 중 9개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주주와 이사회 정책에 있어 굉장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광산업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현황.(출처:태광산업 2021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주주총회 소집공고는 4주 전에 실시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태광산업은 2주 전에 공고를 내고 있다. 전자투표를 도입하지 않았고 주총 집중일에 주총을 개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정책 및 계획이 없을 뿐 아니라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내부통제정책,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인물이 임원으로 선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등이 전혀 없었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와 같은 이사회 중심 경영 체계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이사회 중심 경영을 위해 기업이 설치하는 소위원회도 법적으로 필요한 감사위원회, 사추위 외에는 없었다.

이사회의 구성 자체도 다양성이 충분히 확보된 모습은 아니었다. 사외이사 3인 중 2인이 기계공학과 부교수를 맡고 있었다. 사내이사인 대표이사 2인 역시 공학도 출신으로 이사회의 전문분야가 다소 치우쳐져있는 모습이다. 한국ESG기준원은 모범규준을 통해 "이사회 내 다양성 확보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공유할 수 있고 효과적인 토론을 거친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러스톤은 "2021년 3월 선임된 김대근 사외이사와 2022년 3월에 선임된 최원준 사외이사는 모두 태광그룹의 일주장학재단 장학생 출신"이라며 "독립성 측면에서 대주주와 관련없는 외부인사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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