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Peer Match Up시멘트 BIG3

내부 출신 재무전문가, 권한과 위상 차이 ‘뚜렷’

[CFO]⑨순환자원 투자부담 공통적 직면…사내이사·계열사 겸직 여부 갈려

이민호 기자  2023-02-17 17:08:17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국내 시멘트 ‘BIG 3’(출하량 기준)는 공통적으로 내부에서 재무전문가로 육성된 인물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하고 있다. 하지만 사내이사 포함 여부나 계열사 재무업무 개입(겸직) 여부 등 CFO의 권한과 위상은 ‘BIG 3’별로 차이가 뚜렷하다.

◇김두만 쌍용C&E 부사장, ESG채권 업계 최초 발행…재무건전성 개선 과제

쌍용C&E는 김두만 재무부문 총괄 부사장이 CFO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재무부문은 산하에 자금팀과 회계팀을 두고 있다. 1962년 출생인 김 부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쌍용C&E에 입사해 올해로 근속연수가 39년에 이르는 ‘원클럽맨’이다. 특히 이현준 대표집행임원(총괄) 사장과는 인연이 깊다. 이 사장과 김 부사장은 출생연도가 같고 서울대 경영학과 동문이며 쌍용C&E 입사연도도 같다.



근속연수가 40년에 가까운 만큼 쌍용C&E의 부침을 모두 경험한 베테랑으로 꼽힌다. 김 부사장이 입사한 1985년은 쌍용C&E가 여전히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손에 있었을 때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산업은행 중심의 채권단을 맞아들이면서 2000년 일본 태평양시멘트에 경영권 지분이 넘어갔다. 이어 출자전환으로 사실상 1대 주주에 오른 산업은행을 포함한 주식매각협의회가 지분전량을 2016년 4월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에 매각했다.

김 부사장은 태평양시멘트가 쌍용C&E를 경영하던 2012년 기획, 법무, 경영전략, 홍보협력 담당 상무보로 승진했다. 이듬해인 2013년 자금, 회계, 관재 담당 상무보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때부터 재무통 경력이 빛을 발했다. 한앤코가 쌍용C&E를 인수한 이후 김 부사장은 오히려 더 중용됐다. 한앤코는 이듬해인 2017년 2월 김 부사장을 전무로 승진시켜 재무부문 총괄을 맡기고 집행임원에 선임했다.

2021년 12월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쌍용C&E 측은 당시 김 부사장 승진 이유로 “신성장동력인 환경사업 확대를 위한 인수자금과 대규모 순환자원 설비투자 재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신용등급 상향을 이끌었다”며 “업계 최초로 ESG채권(녹색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항하는 데도 이바지했다”고 밝혔다.



쌍용C&E는 2019년부터 순환연료 활용 증대를 위해 소성로(kiln) 효율을 개선하는 1·2단계 생산혁신공사에 총액 약 2900억원을 투입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그린에코솔루션 등 순환자원 처리업체 인수와 설립에 총액 약 1000억원을 투입했다. 300억원 규모 ESG채권을 발행한 것도 자금소요가 컸던 2021년 9월이다. 김 부사장이 승진한 2021년말 별도 기준 총차입금이 9366억원으로 3년 새 3000억원 이상 늘었고 현금성자산이 1014억원으로 같은 기간 1000억원 이상 줄었지만 부채비율은 86.7%로 100% 이하를 유지하는 데는 성공했다.

다만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는 부채비율이 100%를 돌파(105.1%)한 상태다. 지난해 4월과 11월 잇따른 판가 인상에도 유연탄 가격 상승분을 판가에 제때 전가하지 못해 수익성이 큰폭으로 악화되면서 단기차입금 중심으로 총차입금을 1조1000억원 이상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으로서는 올해 재무건전성 개선이라는 과제를 떠안은 셈이다.

CFO가 사내이사에 포함되는 경우가 빈번하지만 김 부사장은 쌍용C&E 이사진에 등재돼있지 않다. 이는 쌍용C&E가 2016년 10월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면서 이사회와 집행부를 분리했기 때문이다. 쌍용C&E 이사진은 윤여을 회장 등 한앤코 소속 임원만으로 구성된 기타비상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이뤄져 사내이사를 두지 않고 있다. 대신 김 부사장은 홍사승 대표집행임원 회장과 이현준 사장 등과 함께 7명의 집행임원 중 한 명이다. 집행임원은 이사회 결의로 선임한다.

김 부사장은 쌍용C&E의 시멘트사업 관련 계열사에는 겸직 방식으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슬래그시멘트 및 슬래그파우더 생산업체인 쌍용기초소재, 한국기초소재, 대한시멘트, 대한슬래그의 기타비상무이사에 올라있다.

◇신준 한일시멘트 상무보, 순환자원 설비투자 부담에도 부채비율 개선 성과

한일시멘트는 신준 재무, 회계, 내부회계 담당 상무보가 CFO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산하에는 재무팀, 회계팀, 내부회계팀을 두고 있다. 신 상무보는 1969년 출생으로 중앙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시멘트업계 CFO 중에서는 비교적 ‘젊은피’로 분류된다. 1998년 한일시멘트에 입사해 회계팀장, 전략사업팀장, 재무팀장을 잇따라 역임한 재무통이다.



한일시멘트는 2017년 7월 한일현대시멘트를 인수하고 2018년 7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한일홀딩스-한일시멘트-한일현대시멘트의 재무라인을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신 상무보는 2020년 10월 한일홀딩스와 한일시멘트의 재무, 회계, 내부회계 담당 임원으로 선임되면서 본격적으로 CFO 업무를 수행했다. 이어 2020년 8월 한일현대시멘트를 한일시멘트 자회사로 편입하도록 지배구조를 변경하면서 2021년 11월부터 한일현대시멘트 CFO 역할도 맡게 됐다.

신 상무보가 CFO 역할을 처음 담당할 당시는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는 순환자원 활용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를 준비하던 때였다. 이 때문에 신 상무보는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소성공정 개선작업을 완료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일시멘트는 2021년부터 총액 725억원을 들여 단양공장 소성로 개조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완료 예정 시기는 2024년이다. 한일현대시멘트도 2021년부터 총액 700억원의 영월공장 ECO발전설비(폐열회수 발전설비) 설치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말 완료 예정이다.

설비투자 소요에 따라 한일시멘트의 지난해 3분기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920억원으로 신 상무보가 CFO 역할을 담당한 직후인 2020년말 1833억원에서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총차입금을 이 기간 1300억원 이상 줄이면서 순차입금은 400억원 이상 오히려 감소했다. 이 때문에 부채비율을 57.3%에서 43.1%로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신 상무보는 한일시멘트 이사진에 포함돼있지 않다. 한일시멘트 이사진은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2명의 총 6명으로 사내이사는 허기수 부회장, 전근식 대표이사 부사장, 이노선 영업본부장 전무, 오해근 안전실장(CSO) 상무로 구성돼있다. 한일홀딩스와 한일현대시멘트 이사진에서도 제외돼있다.

◇양승조 아세아시멘트 전무, 한라시멘트 인수금융 부담 지속 경감 성과

아세아시멘트는 양승조 경영지원본부장 전무가 CFO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경영지원본부 산하에는 총무팀, 구매팀, 재무팀, 내부통제팀, 서울사무소(공시조직)를 두고 있다. 양 전무도 아세아시멘트에서만 근무하면서 재무 전문성을 키운 재무통이다. 1958년 출생인 양 전무는 청주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아세아시멘트에 입사했다. 2000년부터 재무팀장을 10년간 역임했으며 2011년부터 경영지원본부장(당시 지원기획본부장)에 선임되면서 CFO 업무를 시작했다.



양 전무는 시멘트 ‘BIG 3’ CFO 중 유일하게 사내이사에 포함돼있다. 양 전무는 2013년 3월 상무로 승진하는 동시에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아세아시멘트는 그해 10월 인적분할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신설회사가 아세아시멘트가 되고 존속회사가 지주사인 아세아㈜가 됐다. 이에 따라 양 전무도 분할 후 아세아시멘트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이동하면서 사내이사에도 선임됐다.

현재 아세아시멘트 이사회는 사내이사 6명과 사외이사 2명의 총 8명으로 구성돼있으며 이 중 사내이사는 양 전무 외에 이훈범 회장, 이인범 부회장, 임경태 경영총괄 대표이사 사장, 김웅종 영업총괄 대표이사 전무, 최병준 생산본부장 상무가 선임돼있다.

아세아시멘트도 2018년 1월 한라시멘트를 인수하면서 아세아㈜-아세아시멘트-한라시멘트의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같은 구조의 한일시멘트와 달리 양 전무가 한라시멘트 CFO를 동시에 담당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양 전무는 한라시멘트 감사를 겸직한다. 감사는 회계업무 감사, 회사업무와 재산상태 조사, 외부감사인 선정 등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에 한라시멘트 재무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

양 전무가 CFO 업무를 담당한 이후 경험한 가장 큰 이벤트는 한라시멘트 인수다. 한라시멘트 인수 이전에 아세아시멘트는 별도 기준 부채비율이 30%에도 채 미치지 않는 보수적인 차입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8년 1월 한라시멘트 인수를 위해 2500억원의 인수금융을 일으키면서 2017년말 105억원에 불과던 총차입금이 1년 새 2656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이 58.3%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추가 차입을 최소화하고 우수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인수금융을 꾸준히 상환해나갔다. 특히 지난해 유연탄 가격과 전기료 상승으로 대부분 시멘트업체의 영업이익률과 현금흐름이 악화됐지만 아세아시멘트는 유연탄 가격이 상승을 본격화하기 이전에 비교적 낮은 단가에 장기로 매입계약을 체결하면서 지난해 3분기말 총차입금은 2036억원으로 줄고 현금성자산은 782억원으로 늘었다. 부채비율도 41.9%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