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thebell note

당신이라면 회사 주식을 사시겠습니까

양도웅 기자  2023-11-22 08:00:11
한 대기업 임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CFO 자사주 분석' 기사에서 해당 기업 경영진이 회사 주식을 사는 데 인색하다고 평했기 때문이다. 잠깐 설명하면 CFO 자사주 분석은 CFO를 포함한 경영진이 회사 주식을 얼마나 보유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기획했다. 흔히들 말하는 주주중심경영은 직접 주주가 됨으로써 실현된다는 주장이 깔려 있다.

그의 해명은 이랬다. "저도 임원이 되고 나서 알게 됐는데 회사에서 임원들에게 회사 주식을 샀으면 꼭 보고하라는 메일을 수시로 보냅니다. 공시 의무 사항이기 때문에 그런 듯한데 그런 메일을 받으면 회사 주식을 사기가 좀 부담스러워져요."

개인적으로 취재원들과 언쟁을 벌이지 않는 편이다. 비합리적이거나 무례한 말을 듣더라도 감정적 대응을 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볼 수 있는 '기사'라는 공간을 점유하기 때문에 그 공간에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기사 반응이 늘 우호적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살짝 동요가 있었다. 내 대답은 이랬다. "공시 의무 사항이기 때문에 보고를 잘해달라는 요청이 어떻게 회사 주식 매입을 꺼리게 만드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사실 직관적으로 알지 않나요. '너 회사 주식 살 거야?' 했을 때 바로 나오는 대답이 회사 가치에 대한 본인의 솔직한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고 다른 곳은 어떤지 궁금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사례는 다양하다. 박학규 삼성전자 사장처럼 자사주를 매매해 2억원 넘는 차익을 거둔 CFO도 있는가 하면 회사가 분기배당 도입을 발표하자 곧바로 자사주를 매입해 5000만원 넘는 배당수익을 거둔 최세영 예스코홀딩스 상무 같은 CFO도 있다.

LG와 CJ그룹처럼 자사주를 보유한 CEO는 있지만 CFO는 없는 곳도 있다. 돈과 정보를 다루는 직책의 특성을 고려해 내부자 거래 의혹을 아예 받지 않도록 CFO에겐 자사주 매입을 허용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혹은 CFO 스스로 회사 주가 상승에 큰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자사주를 사지 않을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투자자로서는 명확하다. 자사주를 한 주도 들고 있지 않은 경영진과 다수 보유한 경영진이 있다면 어느 쪽에 더 신뢰가 갈까. 투자 유치는 곧 설득하는 행위다. 그리고 솔선수범과 언행일치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요즘 3분기 실적집계를 마친 기업들의 IR이 한창이다. '당신이라면 회사 주식 사시겠습니까' 던지고 싶은 질문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