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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

DL케미칼, 날아온 '인수자금 1조 차입' 청구서

美 석유화학사 '크레이튼' 인수 후 이자비용↑, 이자보상배율 1배 하회

양도웅 기자  2024-01-24 15:02:43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DL케미칼이 2년 전 인수자금으로 약 1조원을 빌린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자비용이 치솟았고 업황 악화로 실적까지 감소하면서 지난해에는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을 감당 못했다는 뜻이다. 업황 회복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장은 이자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DL케미칼은 2022년 미국 석유화학 업체인 크레이튼(Kraton)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크레이튼은 스페셜티 폴리머와 신재생원료 기반의 고부가 기능성 제품을 생산한다. 해당 제품들은 접착제, 윤활유, 개인 위생용품과 의료, 자동차, 도로 포장, 타이어 생산 등 다양한 영역에 쓰인다. 70개국 이상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인수대금은 총 1조8642억원이었다. 이를 마련하기 위해 DL케미칼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각각 7599억원, 3167억원을 빌렸다. 총 1조766억원이다. 나머지 인수대금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현금으로 충당했다. 이 자금들은 크레이튼 인수 주체인 미국 자회사 'DLC US홀딩스'에 출자 형태로 들어갔다.


워낙에 큰 돈을 빌렸기 때문에 DL케미칼은 이자비용 절감에 집중했다. 크레이튼 인수 주체인 DLC US홀딩스의 지분 100%를 담보로 제공했다. DLC US홀딩스가 크레이튼 지분 100%를 인수한 점을 고려하면 국책은행에 크레이튼 지분 100%를 담보로 제공하고 약 1조원의 인수자금을 차입한 것과 다름없다.

기업을 인수할 때 매수 대상 기업의 자산 등을 담보로 잡고 자금을 조달해 인수하는 방식을 '차입매수(LBO)'라 부른다. 대개 보유 현금과 당장의 현금창출력을 넘어서는 기업을 인수할 때 사용한다. 문제는 빅딜 이후다. 대규모 차입을 했기 때문에 이자비용 증가로 재무안정성이 약화될 수 있다. 일명 '승자의 저주'다.

DL케미칼은 크레이튼을 인수한 해인 2022년에는 별도기준 589억원의 이자비용을 부담했다. 1년 전과 비교해 405%(473억원) 증가했다.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 비율을 가리키는 이자보상배율은 2021년 8.8배에서 2022년 1.8배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21%에서 41%로 상승했다. 재무안정성과 현금창출력 모두 뒷걸음질했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오히려 심화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누계로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496억원)보다 이자비용(549억원)이 더 컸다. 영업활동현금흐름까지 둔화하면서 신규 차입을 일으킨 탓에 차입금의존도는 42%로 올랐다.

DL케미칼이 지난해 초에 밝힌 차입금 상환 계획에 따르면 인수용으로 빌린 약 1조원은 2027년 이후 상환할 계획이다. 이자율이 최대 3.88%이기 때문에 해당 차입금에서 발생하는 연간 이자비용은 3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업황 회복이 지연되고 신사업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DL케미칼의 재무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크레이튼을 완전 자회사로 둔 DLC US홀딩스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누계로 161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DL케미칼에 인수된 첫 해인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순손실을 나타냈다. DL케미칼이 크레이튼으로부터 배당금을 수취해 현금 확보를 시도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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