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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

네이버, 사채 발행 확대 기조 감지

정관 신설로 발행 절차 간소화…은행권 차입에서 노선변경

박서빈 기자  2024-03-26 18:04:09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네이버가 자금조달 다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채 발행 절차 간소화에 관한 신설 정관을 통과시키면서 사채 발행을 통한 조달을 보다 쉽게 만들었다. 그동안 네이버의 자금조달은 은행권 차입에 초점을 맞춘 금융권 조달이 주류였다.

네이버가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채 발행 신설 건'을 통과시켰다. 대표이사에게 사채 금액·종류를 정해 1년을 초과하지 않는 기간 내 사채 발행을 위임할 수 있도록 했다.

사채 발행 절차 간소화 조치다. 그동안 네이버는 사채 발행 때마다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했는데, 이를 간소화해 사채 발행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속도를 높인 것이다.

네이버는 "사채 발행 승인 주체에 관련 법령을 명확히 하고, 1년 내 사채 발행 건에 대해 이사회 포괄 결의로 대표이사에게 위임 가능하도록 개정"을 변경 목적으로 밝혔다.


이는 네이버의 조달 다변화를 위한 정관 신설로 볼 수 있다. 금융권 조달에 집중되어 있던 기조를 벗어나 시장성 조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네이버는 주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해 왔다. 과거 회사채 활용하기도 했지만, 현 김남선 CFO 전임자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재직 시절(2016년 2월~2022년 3월) 금융권 조달 주류로 자리 잡았다. 2021년 말 총 차입금 3조9614억원 중 금융권 차입은 2조133억원(50%)에 달했다. 이는 차입금으로 분류된 전환우선주를 임의로 포함한 것이다.

금융권 차입은 대부분 은행 차입이 주류를 이뤘다. 국내 은행보다는 미즈호은행과 SMBC 등과 같은 외국계 은행에서 끌어온 외화대출 규모가 1조4956억원(37%)을 차지했다. 차입의 상당수가 글로벌 확장을 하는 과정에서 끌어온 자금이란 의미다.

하지만 김 전무 영입 이후 네이버의 조달전략에 변화가 나타났다. 2020년 8월 글로벌 M&A를 담당하는 G&T(Growth& True North)실의 신설과 함께 실장으로 맥쿼리자산운용에서 프라이빗에쿼티(PE) 업무를 하던 김 전무 들어오면서 다변화에 나선 것이다.

특히 미국 커머스 업체 '포시마크' 등 인수에 막대한 현금(1조6700억원)을 사용하면서 자금조달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금융권 차입은 매해 몸집을 줄였다. 2021년 2조 규모에 달하던 금융권 차입은 2022년 1조7094억원으로 줄었으며, 2023년 1조5195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반면 2021년을 시작으로 사채 발행을 통한 조달을 확대했다. 2016년 이후로 공모채 시장에 발길을 끊었다 2021년 2월 공모채 7000억원을 발행했다. 3년 물 2500억원, 5년물 4500억원이다. 그해 3월과 5월에는 외화선순위무담보사채 1조315억원 발행에 성공했다.

작년 11월에도 1825억3200만원 규모의 외화선순위무담보사채를 발행했으며, 올 1월에는 3년 만에 공모채 시장 다시 데뷔해 2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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