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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정책 리뷰

HL홀딩스, 세제 혜택에 배당확대 효과…주가는 제자리

최소 배당 고정·자사주 소각 '액션' 나섰지만 여전한 저평가

허인혜 기자  2024-04-05 12:19:46

편집자주

분기·연간 실적 발표 때마다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기업이 발표하는 배당정책이다. 유보 이익을 투자와 배당에 어떤 비중으로 안배할지 결정하는 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핵심 업무다. 기업마다 현금 사정과 주주 환원 정책이 다르기에 재원 마련 방안과 지급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주요 기업들이 수립한 배당정책과 이행 현황을 살펴본다.
HL홀딩스는 2018년부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오르든 내리든 주당 2000원의 배당금을 고정적으로 지급했다. 덕분에 주주들은 HL홀딩스의 성과와 관계없이 쏠쏠한 배당이익을 챙겨왔다. 지난해엔 추가 배당 정책도 확립했다. 최대주주인 정몽원 HL그룹 회장도 함께 이익을 봤지만 이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배당 정책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HL홀딩스는 긴 저평가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외부 투자 성과를 끌어올리거나 기업가치 제고로 방향타를 조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주당 2000원 책정한 HL홀딩스, 세제 혜택에 실질 배당금 상승

HL홀딩스는 지난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주당 2000원의 결산배당금을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시가배당율은 5.83%, 배당금 총액은 191억5000만원으로 책정됐다. 배당금은 주주총회일인 3월 26일로부터 한달 내로 지급한다.


이 배당금은 지난해 11월 HL홀딩스가 새로 발표한 3개년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에 부합한다. HL홀딩스는 향후 3년간 총 200억원 상당의 자기 주식을 분할 매입·소각하고, 매년 주당 최소 2000원을 배당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배당 총액으로 약 200억원, 소각 기준 70억원 등 270억원을 주주환원에 쓴다는 계획이다. 3년간 소각되는 HL홀딩스의 주식수는 총 주식수의 약 6% 수준이다. 매년 약 2% 주가가 오르는 효과다.

HL홀딩스는 2018년부터 실적에 관계없이 주당 배당금을 2000원으로 고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당 배당금에 한해서는 신규 주주환원 정책이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다만 향후 배당금 등을 안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고 실질 배당금이 오르는 등의 수혜를 봤다.

주당 배당금은 직전 년도와 동일하지만 투자자들의 손에 떨어지는 최종 배당 수익은 오른다. 개인 투자자들은 소득세법에 따라 세제 혜택을 보게 됐기 때문이다.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재원으로 활용한 배당은 배당소득에 포함되지 않아 소득세 과세 대상이 아니다. HL홀딩스는 이달 정정 공시를 통해 "소득세법상 배당소득에 해당하지 않고 법인세법상 익금불산입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배당소득세율은 배당소득세 14%와 지방소득세인 1.4%를 합해 15.4%다. 배당금 총액은 약 191억원인데 HL홀딩스는 배당금 총액이 지난해 결의한 자본준비금 감소의 건을 통한 배당 재원이라고 밝혔다. HL홀딩스의 주주들의 실질 배당금이 그만큼 오르는 효과다.

◇주가 영향은…환원정책 강화해도 여전한 저평가

다만 시장에서는 더 적극적인 저평가 해소책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정적인 배당금과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 강화에도 주가가 뜨뜻미지근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전일 기준 HL홀딩스의 주당 주가수익비율(PER)은 6.71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1이다.

지난해 11월 8일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는데 다음날 3.48%의 상승세를 잠시 이끌어냈을 뿐 큰 변화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작년 11월 8일 주가는 3만3000원이었는데 이달 4일 기준 종가가 3만3150원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지난달 28일 배당락일을 맞아 하락했지만 전체 흐름에 큰 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

좋지 못했던 외부 투자 성과로 낮아진 신뢰도를 회복하는 게 과제로 보인다. HL홀딩스의 주요 기관 투자자와 증권사 리포트에서 지적하는 저평가 원인도 외부 투자의 변동성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HL홀딩스의 주주환원 정책 발표에도 목표주가를 내리는 한편 "FI성 투자 활동의 성과 변동성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은 부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HL홀딩스는 신사업 부문에 전략적 투자를 대표적으로 기재해 뒀다. HL그룹은 2020년부터 신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해왔는데 이 시기부터 외부 사업체 투자로도 눈을 돌렸다.

2021년 9월 2차전지 분리막 제조사인 더블유씨피에 1000억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한 뒤 비마이카와 닥터차, 딜러타이어 등의 스타트업 투자도 이어왔다. 더블유씨피 투자 등이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더블유씨피는 지난해 수요예측에서 참패하면서 희망 공모가 범위였던 8만~10만원에서 20% 이상 낮춘 6만원으로 상장했고 현재 주가는 3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때문에 매출액은 투자 전후로 꾸준히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들쭉날쭉했다. HL홀딩스는 사업형 지주사다. 별도기준 매출액에서 재화의 판매와 용역의 제공으로 벌어들인 합산 매출액을 살펴보면 2020년 4790억원, 2021년 5849억원, 2022년 7722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준의 지난해 매출액은 7548억원으로 또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2021년 1399억원을 기록한 뒤 2022년 858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922억원으로 소폭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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