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가 6년 전 베트남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했다. 국내 카드업계 최초로 베트남 소비자금융 시장에 직접 진출했지만 열악한 신용정보 인프라와 고금리 환경, 건전성 관리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베트남 법인은 한동안 적자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해 롯데카드는 베트남 시장에서 첫 연간 흑자를 달성하며 반전에 성공했다. 진출 6년 만에 거둔 성과다. 구조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베트남 시장에서도 한국식 소비자금융 모델이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누적 600억원 적자, 6년 만에 흑자 전환 롯데카드 베트남 법인인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은 지난해 7600만원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2018년 출범 이후 누적된 손실이 600억원을 넘어섰던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다.
롯데카드가 베트남에 첫 발을 내디딘 건 2018년 3월이다. 베트남 최대 민간은행 테크콤뱅크의 소비자금융 자회사인 테크콤파이낸스 지분 100%를 인수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2012년 베트남 은행 부실사태 이후 베트남 정부가 외국계 금융사의 현지 지분투자와 인수합병(M&A)를 장려한 기조에 따른 것이다.
인수 직후 사명을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으로 변경하고 같은 해 12월 개인신용대출을 시작으로 본격 영업을 개시했다. 베트남은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통합된 파이낸스 형태로 운영되며 롯데파이낸스도 초기에는 개인금융 중심의 대출 영업에 집중했다.
2019년 4월부터는 신용카드 영업도 시작했다. 롯데백화점 및 롯데마트 등 롯데그룹사와 제휴카드 및 법인카드를 출시해 현지화에 나섰다.
하지만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출범 첫 해 6억5900만원 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2019년에는 손실 규모가 77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제조업 종사자 중심의 고객군 구성은 리스크 확대의 원인이 됐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라 공장가동률이 하락하며 고객 상환능력이 악화됐다. 대손비용도 증가하면서 손실폭이 커졌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1년에는 하노이, 호찌민, 다낭 등 20개 이상 성·시에서 공장 운영이 제한되며 연체율이 급등했다. 당시 베트남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021년 5월 53.1에서 6월 44.1, 9월에는 40.2까지 떨어졌다. PMI가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50 미만이면 수축을 의미한다. 제조업이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가운데 2차산업 종사자가 주요 고객인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에도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여기에 2022년 이후 금리인상과 경기침체가 겹치며 금융조달 비용과 대손비용이 동시에 증가했다. 베트남 기준금리는 2022년 4%에서 같은 해 10월 6%까지 상승했다. 2023년에는 점진적으로 하락했지만 금융비용 부담은 지속됐다.
이 같은 여건 속에서 롯데파이낸스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100억원대 순손실을 기록했다. 6년 누적 적자만 609억원에 달했다.
◇자체 신용평가모델 구축, 마케팅 디지털화 통했다 2024년에야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이 흑자전환할 수 있었다. 순이익을 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먼저 신용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했다는 점이 꼽힌다. 베트남은 한국처럼 체계적인 신용정보시스템(CB)이 완비되지 않아 고객 신용도 판단이 쉽지 않다. 대부분 현지 금융사들은 직업군이나 소득 수준만으로 금리를 획일적으로 적용해 왔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에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은 2023년부터 1년 넘게 롯데카드 본사와 협력해 자체 신용평가모델(RBP)을 구축했다. 작년 4월부터 RBP 체계를 완성해 전면 적용에 나섰다. 이 모델은 고객의 소득과 거주지, 근속기간, 기존 대출내역 등 10개 이상의 변수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신용도를 수치화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량 고객에게는 금리를 낮게, 리스크가 높은 고객에게는 선별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RBP를 적용한 이후 2024년 6월부터는 지속적으로 월간 흑자를 기록했다"라며 "건전성은 유지하고 상품 경쟁력은 높일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고금리·고위험 환경에서 수익성과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전략은 디지털 기반 영업방식 강화다. 초기에는 대면 판매 인력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중심 영업이 이뤄졌지만 최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됐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고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2030세대 비중이 높은 베트남의 특성을 고려해 모바일 플랫폼 기반의 고객 유입 전략을 강화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소득과 직업, 대출 니즈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타깃 고객을 정밀 분류했다"라며 "타깃 대상에게만 광고를 노출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 결과 고객 모집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우량회원 중심 영업, 현지 금융사와 협력도 주효 고소득 우량고객 중심의 영업 전략도 주효했다. 베트남은 한국보다 공무원 비중이 높고 중산층 증가 속도가 빠르다. 롯데카드는 이 같은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반영해 2024년부터 2차산업 근로자 중심의 영업에서 공무원 및 고소득 직장인 중심으로 타깃을 전환했다.
작년 4월 말 기준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의 신용대출 취급액 중 절반 이상은 고소득 직장인과 공무원 대상 상품으로 구성돼 있다. 경제 상황에 덜 민감하고 연체율도 낮아 자산건전성 개선과 수익성 제고를 동시에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마지막으로 현지 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포트폴리오 차별화도 주목된다.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은 캐피탈의 주요 업무인 개인신용대출을 넘어 캐시카드(현금서비스 전용 카드), BNPL(선구매 후결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20년 캐시카드 출시 이후 이어 2022년에는 베트남 대표 이커머스 사업자인 티키와 손잡고 BNPL 서비스를 선보였다. 2024년 6월에도 현지 핀테크 앱 잘로페이와 협업해 BNPL 상품을 출시했다. 또한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 롯데그룹 현지 계열사와의 제휴도 강화하고 있다.
이번 흑자전환은 롯데카드 전체 해외전략에 있어 상징적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베트남 시장 진출은 롯데카드가 처음이었던 만큼 초기 부담도 컸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성장성을 입증해가고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올해에도 우량고객을 타깃으로 한 안정적인 수익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