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카드사 글로벌전략 점검

우리카드, 미얀마 철수 대신 버티기 택한 이유

①대출채권 254억→105억, 순손실 53억…면허제 구조·시장잠재력 고려

김보겸 기자  2025-06-02 08:59:54

편집자주

국내 카드사들에겐 글로벌이 선택이 아닌 필수다. 포화된 내수시장을 넘어서기 위해 수익원 다각화 돌파구로 해외 진출이 절실해졌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글로벌 불확실성은 아시아 저개발국 금융시장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쿠데타 같은 정치리스크와 지진 등 자연재해도 영업을 위협하고 있다.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시점, 카드사들 해외사업 현주소와 미래 전략을 점검해 본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정치·경제 혼란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우리카드는 끝까지 현지에 남는 길을 택하고 있다. 우리카드가 잔류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초기에 다져 둔 영업 기반과 미얀마 시장의 잠재력, 현지 금융당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미얀마 금융산업이 정부 승인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철수 후 재진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금융사들이 대거 철수했던 태국에서는 한국계에 대한 인식 악화로 재진출까지 20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우리카드는 전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도 사업을 유지하며 중장기 성장 기회를 모색 중이다.

◇출범 3년 만에 흑자 전환…코로나19 이후에도 순익 성장

우리카드는 2016년 10월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 현지법인 '투투파이낸스 미얀마'를 설립하며 소액대출업에 발을 들였다. 일반적으로 미얀마 진출 기업들이 수도 양곤을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과 달리 우리카드는 북부 중심지인 만달레이를 거점으로 삼았다. 기존 현지 금융사를 인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법인을 세우고 기반부터 다지는 방식이었다.



미얀마 금융당국으로부터 소액금융업(MFI) 라이선스를 취득한 뒤 우리카드는 단계적으로 자본을 투입하며 사업을 키웠다. 2018년 8월 500만달러(약 69억원), 2019년 2월 1000만달러(약 138억원) 등 잇단 증자를 통해 자산을 늘렸다. 현지 맞춤형 금융상품을 출시해 고객 확대에도 나섰다.

초기에는 적자를 피할 수 없었다. 법인 설립과 영업망 구축에 따른 투자 비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9년부터 영업이 안정을 찾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자산은 전년 대비 2배 이상인 297억원으로 증가했다. 순이익도 2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됐다.

2020년 코로나19로 미얀마 금융환경이 타격을 받는 와중에도 자산은 347억원, 순이익은 36억원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현지에서 투투파이낸스 미얀마는 은행 이용이 어려운 농민, 소상공인 등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아 상호연대보증 기반의 농업대출과 그룹 및 사업자대출을 출시했다.


◇쿠데타 충격에도 지점 확장…당국 관계·시장 잠재력 고려

하지만 2021년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며 미얀마 경제 전반에 충격을 안겼다. 금융시스템도 흔들리며 대면 중심의 소액대출업도 타격을 받았다. 투투파이낸스 미얀마 대출채권 잔액은 쿠데타 이전인 2020년 285억원에서 2021년 228억원으로 급감했다. 순이익도 36억원에서 12억원으로 축소됐다.

이후 대출채권 잔액은 2022년 245억원에서 2023년 254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2024년 들어 다시 105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투투파이낸스는 53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설립 이후 최대 적자를 냈다.

그럼에도 우리카드는 철수 대신 버티기를 택했다. 2021년 26개였던 지점 수를 2022년 30개, 2023년 31개로 늘리며 오히려 영업망을 확장했다. 2022년에는 샨주 지역으로 처음 진출했고 2023년에는 신구지점도 개설했다. 다만 미얀마 할부금융 진출을 위해 설치했던 양곤 사무소는 지난해 기준 폐쇄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얀마 철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군부 쿠데타 여파로 미얀마 경제상황과 영업환경이 지속 악화하고 있다"면서도 "사업 철수나 구조조정 등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미얀마 당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미얀마 금융산업은 정부 승인 기반의 면허제 구조다. 한번 철수할 경우 향후 재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 금융사들이 무더기로 태국에서 철수해 '한국계'에 대한 인식이 악화한 바 있다. 위기 상황에서도 시장을 지킨 일본계 금융사들과는 대조적인 행보였다. 실제 이후 국내 카드사가 다시 태국에 진출하기까지는 20년 넘게 걸렸다. 첫 사례가 2021년 KB국민카드 태국 현지법인인 'KB J캐피탈'이다.

미얀마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도 고려 대상이다. 군부 쿠데타 이후에도 미얀마는 2022년 3.5%, 2023년 3.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2011년 경제자유화 조치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고 5200만 인구와 낮은 금융 접근성 등을 고려할 때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다. 우리카드 등 한국 금융사들 역시 제2의 베트남으로 여겨지는 미얀마 시장에서 장기적 수익 기반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불교 문화에 기반한 높은 상환의지도 금융업에는 긍정적이다. 신용을 중시하는 불교 문화 특성 덕분에 연체율이 낮은 편이며 이는 미얀마 금융환경의 강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상호연대보증 방식의 대출 구조에서 마을 대표가 주민들의 신용을 직접 평가하는 시스템이 상환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

우리카드는 쿠데타 이후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금융불안 속에서도 지점채널 확대와 신상품 삼륜차 구매대출 등 상품을 다양화하며 영업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내부통제와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며 상대적으로 치안이 안정돼 있는 미얀마 동부를 중심으로 영업을 지속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