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저축은행은 시장 침체 속에서 5대 저축은행 중 유일하게 수신 잔고를 늘렸다. 특히 퇴직연금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안정적인 조달 기반을 마련한 것이 주효했다.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뿐 아니라 30여곳 금융사와 판매 제휴를 맺고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한투저축은행은 조달 방법에 있어 타사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요구불예금 비중을 높여 조달 금리 부담을 줄이려는 타 저축은행과 달리 거치식예금을 통한 조달을 고수하고 있다. 한투저축은행은 올해 자산 1조원 순증을 목표로 잡았으며,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5대 저축은행 중 유일하게 수신 증가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한투저축은행의 올 1분기 수신 잔고는 7조775억원이다. 전년 동기(6조9690억원) 대비 3085억원(4.4%) 늘어난 수치다. 자산 규모 기준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 중 한투저축은행이 유일하게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SBI저축은행의 올 1분기 수신 규모는 11조36억원으로 1조3288억원(10.8%) 감소했다. 같은 기간 OK저축은행은 2241억원(1.9%) 줄어든 11조5734억원으로 집계됐다. 마찬가지로 웰컴저축은행과 애큐온저축은행도 각각 3215억원(6.3%), 1817억원(3.9%) 감소했다.
한투저축은행이 수신을 확대한 건 건전성 관리에 대한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2022년 말 120조원을 넘어섰던 저축은행 수신고는 올해 3월 99조5873억원을 기록하며 100조원선이 무너졌다. 부동산 대출 여파로 건전성 악화에 직면한 저축은행이 타 업권 대비 금리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웠고, 이렇다 보니 대출 영업 확대에도 보수적이었다.
대형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부동산PF 부실로 금융당국의 건전성 관리 압박이 거셌고, 이런 상황 속에서 자산을 확대하기 쉽지 않다"며 "한투저축은행의 경우엔 부동산 대출 비중이 높은데도 상대적으로 건전성 지표 관리가 양호하게 이뤄지다 보니 대출 영업을 위한 수신 확대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조달 기반은 퇴직연금이다. 예금자별 예수금 현황을 보면 개인이 25.45%, 법인 1.21%, 기타가 73.34%를 차지한다. 기타 항목을 구성하는 건 퇴직연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신탁 등이 있다. 한투저축은행은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뿐 아니라 30여곳 금융사에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신탁예금은 증권사 17곳과 판매 협약을 맺었다.
저축은행은 직접 퇴직연금 자산을 운용하는 운용사는 아니다. 대신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예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퇴직연금 시장에 참여한다. 즉 퇴직연금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정기예금형 상품을 공급해 해당 자금이 저축은행 수신으로 유입되는 구조다.
◇요구불예금 확대 추세 불구 거치식예금 비중 '99%' 조달 방법에서도 한투저축은행은 주요 저축은행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최근 수년간 주요 저축은행은 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해 수시입출금식 파킹통장 영업을 확대하며 요구불예금 비중을 15~25% 수준까지 확대해 왔다. 반면 같은 기간 한투저축은행의 요구불예금 비중은 0.63%, 거치식예금 비중 98.62%로 집계됐다.
이는 한투저축은행의 유동성 리스크 관리 전략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은 대출 자산 대부분이 중장기 고정금리 대출로 구성되는데,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 특성상 예치 기간을 예측하기 어려워 자산·부채 간 만기 구조가 어긋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반면 정기예금 등 거치식예금은 만기가 정해져 있어 예측 가능한 자금 운용이 가능하다.
한투저축은행의 올 1분기 유동성 비율은 219.75% 수준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유동성 비율 10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달 NICE신용평가도 한투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유동성 위험이 안정적인 수준으로 봤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24년말 만기 24개월 초과 장기 대출채권 규모가 4.7조원 규모로 전체 여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예수부채 가운데 계좌기준 5000만원 이하 예수부채의 비중이 약 80% 수준을 차지하고 있어 재예치를 통한 유동성 위험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투저축은행은 올해 자산 순증 목표를 1조원으로 잡았다. 다만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작년 말 총자산이 6조9690억원으로, 1조원 순증이 이뤄질 경우 SBI저축은행, OK저축은행에 이은 업계 3위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