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의 해외법인 합계 실적이 적자 전환했다. 관련 실적을 집계한 이래 처음이다. 국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해외법인 합계 실적이 순손실을 기록한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성장 전략이 리스크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적자 전환은 현지 은행과의 M&A로 출범한 우리소다라은행에서 비롯됐다. 은행은 연금대출(KUPEN) 관련 보증기관의 건전성 우려에 연 순이익 두 배 규모 충당금을 쌓았다. 연금 시장 특화 소다라은행을 인수하면서 연금대출을 리테일 부문 주력 상품으로 운용해 온 영향이 컸다.
◇동남아 거점 부진에 합산 실적 급감 우리은행 해외법인의 올해 1분기 합산 실적은 마이너스(-) 630억3600만원으로 집계됐다. 1년전 664억75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에 비해 수익 구조가 급격히 악화했다. 우리은행은 미국, 홍콩, 중국, 러시아, 인도네시아, 브라질, 미얀마,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유럽 등 11곳에서 법인을 운영 중이다.
글로벌 전략 핵심 축인 동남아 3대 법인(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 베트남우리은행, 캄보디아 우리은행)의 부진이 실적 감소의 배경으로 꼽힌다. 앞서 우리은행은 해외법인 중에서도 동남아 지역에 힘을 싣는 전략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동남아 3대 법인에 총 6900억원 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으나 성과는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그간 우리은행 해외법인 가운데 이익 기여도가 높았던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은 지난해 741억33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968억5600만원 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우리소다라은행의 적자를 회계 기준 변경에 따른 보수적 충당금 적립과 자산 건전성 정비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 부담으로 평가하고 있다. 충당금 부담이 완화하고 영업 기반이 안정화되는 내년 이후 실적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분기 164억400만원의 순이익을 낸 캄보디아 우리은행도 올해 1분기에 14억30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1년 사이 대출자산이 1840억원 줄어 순이자이익이 둔화했다. 여기에 선제적으로 적립한 121억원 규모 충당금이 실적을 끌어 내렸다.
상대적으로 베트남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 158억79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성을 나타냈다. 다만 성장세가 둔화했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년 동기 156억9000만원 대비 올해 1분기 순이익 증가 규모는 1.2%(1억8900만원) 수준에 그친다.
국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올해 1분기 해외법인 합산 실적이 순손실을 기록한 곳은 우리은행뿐이다.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과 캄보디아 우리은행 등에서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영향이 컸다는 점에서 현지 사업의 리스크 관리가 실적의 차이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니법인 포트폴리오 강점이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 우리은행의 글로벌 성장 전략이 현지 사업 리스크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우리은행은 그간 현지 금융사 M&A를 통한 시장 진출 및 외형 확장을 글로벌 전략의 핵심으로 삼아왔다. 이런 시장 진입 방식은 성장 속도가 빠르지만 리스크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해외법인 합산 실적 적자 전환을 초래한 우리소다라은행이 꼽힌다. 우리소다라은행은 당시 인도네시아 30위권 은행인 소다라은행을 인수하고 기존 법인인 인도네시아우리은행과 합병해 2015년 출범했다. 소다라은행은 공무원과 군인 연금공단의 연금을 관리하던 연금전문(지급)은행이었다.
소다라은행은 특성상 연금 수급권자 대상 연금대출 등에 특화돼 현지인 고객을 다수 확보하고 있었다. 한국계 기업 중심으로 기업금융에 강점이 있던 기존 현지법인과 합쳐지면서 우리소다라은행은 시너지 효과를 누리며 성장했다.
다른 한인은행이 한국계 기업에 대한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한 것과 달리 우리소다라은행은 연금대출 등 현지인 대상 리테일 부문에서도 고른 포트폴리오를 보유할 수 있었던 게 강점이었다. 하지만 연금대출 보증기관의 건전성 저하와 잠재 부실 우려가 불거지면서 강점이 오히려 리스크 요인이 됐다.
리스크는 감사법인을 로컬 기관에서 삼정KPMG로 변경하면서 드러났다.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는 "우리소다라은행의 감사법인을 바꾸면서 관련 건전성 이슈가 발견돼 선제적으로 엄격하게 충당금을 쌓았다"며 "감사법인을 안 바꿨으면 관련 문제가 지적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소다라은행은 연금대출 관련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1분기에만 1380억원 상당의 충당금을 반영해야만 했다. 적자 전환하기 이전 해인 2024년 연간 실적 567억6800만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