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글로벌 전략의 전초기지인 해외법인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법인이 안정적인 수익성 흐름을 유지한 가운데 외화자산평가손실을 해소한 러시아법인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익 기여도는 하나은행 전체 순이익의 3.5% 수준에 그친다.
자산 규모가 가장 큰 중국유한공사의 부진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4대 은행 중국법인 중 하나은행만 올해까지 적자 행진이 계속됐다.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기록한 적자 규모는 4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중국 현지 경기 상황에 대응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영향이다.
◇11개 법인 실적 200% 증가…이익 기여도는 3%대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올해 1분기 해외법인 순이익 합계는 385억8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126억9900만원 대비 203.8%(258억8200만원) 증가한 규모다. 하나은행은 중국, 캐나다, 독일, 인도네시아, 브라질, 홍콩, 러시아, 미국, 멕시코 등에 11개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인도네시아법인 등이 고른 성장세를 유지한 가운데 러시아법인이 1분기 기준 흑자로 돌아서며 합계 실적 증가를 견인했다. 러시아KEB하나은행은 지난해 1분기 258억6700만원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 123억620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 98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외화자산평가손실 등 실적에 영향을 미쳤던 요인들이 해소된 영향이 컸다. 러시아 루블화는 그간 전쟁 여파로 약세를 보였으나 미국의 석유 제재 면제 연장 및 대이란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러시아 석유 수출 수입을 불리면서 최근 2023년 2월 이후 가장 강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법인 PT Bank KEB Hana가 전년 동기 141억8500만원 대비 21.1%(29억9800만원) 증가한 171억83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은행 글로벌 부문에 힘을 보탰다. 영업이익 개선과 충당금 적립액 감소 등에 힘입은 결과로 은행 해외법인 중 가장 큰 이익 규모를 기록했다.
다만 해외법인들의 분전에도 실적 기여도는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올해 1분기 하나은행의 연결 기준 순이익 1조1042억원 가운데 해외법인 순이익 비중은 3.49%에 그친다.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법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지 영업력만으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4대 은행 중국법인 중 유일한 적자 행진
해외법인 중 자산 규모가 가장 큰 중국유한공사의 부진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유한공사는 2007년 12월 중국 내 무역금융, 예수금 등의 업무 등을 영위하기 위해 북경에 설립됐다. 이후 청도국제은행 지분 현물출자, 옛 외환은행의 중국현지법인 흡수합병을 거쳐 현재 자산 약 11조원 규모로 몸집을 키웠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적지 않은 성과도 내왔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위주의 리테일 영업 확대에 집중했는데 2015년 모바일뱅크 출시, 알리바바 제휴를 통한 비대면 소액모바일 대출 출시,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 및 바이두와의 제휴 등으로 한국계 은행 중 최초로 개인대출 100억위안을 달성했다.
하지만 중국 현지 경기 상황이 악화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했다. 중국유한공사는 지난해 392억원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3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국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중국법인 가운데 적자를 기록한 곳은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뿐이다.
하나은행 측은 "중국 부동산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고 내수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일부 대출 자산에 대해서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유한공사는 중국 현지기업 대상 저위험자산 확대 및 한국계 우량기업 대상 적극적인 마케팅 추진, 비용 효율화 등을 통해 기초체력 및 이익 회복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유한공사 공시에 지난해 충당금 적립액으로 추정되는 금액(약 2억5860위안)이 있지만 하나은행 측은 회계 기준, 작성 방법 차이 등으로 수치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