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최윤 OK금융그룹 회장(
사진)은 저축은행 인수를 계기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금융당국에 대부업을 단계적으로 정리해 완전히 철수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대부업 이후를 대비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지만 저축은행과 캐피털 인수 이후 국내 금융사 인수합병(M&A)은 번번이 결실을 맺지 못했다.
OK금융이 예별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면서 10여 년간 이어온 종합금융 전략의 결실을 눈앞에 두게 됐다. 2016년 OK캐피탈 인수 이후에도 증권사 등 금융사 인수합병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불발됐다. 이번 예별손보 인수는 장기간 답보했던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전략이 다시 궤도에 오르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최윤 회장의 종합금융 목표 본격화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10일 예별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OK금융그룹 계열사인 OK넥스트를 선정했다. 지난달 30일 진행한 본입찰에는 OK금융을 비롯해 흥국화재, 한국투자금융지주, JC플라워 등 4곳이 참여했지만 보험업 경험을 갖춘 금융사와 사모펀드를 제치고 OK금융이 우협으로 선정되자 업계 안팎의 관심도 컸다.
이번 우협 선정은 OK금융이 10여 년간 추진해 온 종합금융 전략의 첫 결실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OK금융은 저축은행과 캐피탈 중심이었던 사업 포트폴리오에 보험업을 더하게 되면 계열사 간 시너지는 물론 사업 다각화 기반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OK금융의 종합금융 전략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윤 회장은 예주·예나래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며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OK금융의 저축은행 진출을 두고 대부업과의 이해상충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에 OK금융은 대부업을 철수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결국 저축은행을 품게 됐다.
2016년에는 한국씨티그룹캐피탈(현 OK캐피탈)을 인수하며 저축은행과 캐피털을 양축으로 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당시 최 회장은 카드사와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OK캐피탈 인수를 끝으로 국내 금융사 M&A는 약 10년간 성과를 내지 못했다.
OK금융이 종합금융그룹이 되려면 증권 또는 보험 계열사를 보유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여수신·보험·금융투자업 가운데 2개 이상을 운영하는 금융그룹을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작년에는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기·인천권 영업권역 보유한 상상인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했지만 모두 협상이 결렬됐다.
현재 OK금융그룹은 OK홀딩스를 주축으로 OK저축은행, OK캐피탈, OK에프앤아이, OK신용정보, OK인베스트먼트, OK데이터시스템 등 계열사를 두고 있다. 해외엔 인도네시아 현지 시중은행인 안다라뱅크와 디나르뱅크를 통합해 출범한 OK뱅크를 뒀다. 또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의 지분 40%를 보유했다.
◇종합금융 퍼즐, 증권 대신 보험으로 전환 OK금융의 종합금융 전략에서 초기 우선순위는 카드사였다. 최윤 회장은 저축은행 인수 직후 카드사를 비롯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까지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을 구상했다. 이후 증권사 확보에 무게를 뒀지만 리딩투자증권과 현대자산운용,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주요 매물 인수는 번번이 결실을 맺지 못했다.
업계는 보험업이 OK금융의 종합금융 전략을 다시 움직일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보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저축은행 중심의 성장 전략에 한계가 생긴 상황에서 보험업은 장기 고객 기반과 자산운용 역량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업권이다. 시너지 측면에서 종합금융 전략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교보생명과 SBI저축은행 사례처럼 보험과 저축은행 간 시너지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며 "저축은행만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보험업 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축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예별손보라는 매물의 특성도 전략 변화에 힘을 보탰다. 예별손보는 부실금융기관으로 매각과 동시에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구조다. OK금융은 시장 예상보다 적은 1조원대 초반 규모의 공적자금 지원을 요청하며 예금보험공사의 부담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정상화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준 점도 경쟁력을 높인 요인으로 봤다.
기존 보험 계열사가 없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혔다. 보험사를 이미 보유한 금융그룹과 달리 조직 통합이나 인력 구조조정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예별손보를 독립 보험사로 육성할 유인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메리츠화재의 MG손해보험(현 예별손보) 인수가 무산된 배경에도 고용 승계 문제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주체인 OK넥스트의 자금력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기준 OK넥스트의 이익잉여금은 2조9124억원에 달한다. 10년 가까이 멈춰 있던 OK금융의 종합금융 전략이 이번 예별손보 인수를 계기로 다시 궤도에 오를 경우 다음 행보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확보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