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별손해보험 인수는 OK금융그룹의 종합금융 전략에서 중요한 분기점이다. 아직 인수 절차와 정상화라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시장의 관심은 벌써 그 이후로 향하고 있다.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이 오랫동안 추진해 온 증권사 인수가 다시 현실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문제는 매물이다. 증권업계는 원매자에 비해 매물이 턱없이 부족한 대표적인 M&A 시장이다. 업황 개선으로 기존 주주들의 몸값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한양증권 이후 이렇다 할 매물이 나오지 않으면서 OK금융의 종합금융 청사진도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차례 고배에도 이어진 증권업 진출 의지 OK금융의 종합금융그룹 구상은 최근 등장한 전략이 아니다. 최윤 회장은 저축은행을 인수해 제도권 금융에 진입한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를 캐피탈과 증권, 자산운용 등으로 넓히겠다는 구상을 꾸준히 밝혀왔다. 저축은행과 캐피탈 중심의 여신 구조만으로는 성장성과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배경에 깔렸다.
증권사 인수는 번번이 문턱에서 좌절됐다. 2015년 LIG투자증권, 2016년 리딩투자증권 인수를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2017년에는 이베스트투자증권(현 LS증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대부업 중심의 사업 구조가 금융당국 심사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인수가 무산됐다.
증권사 인수 기회가 줄어든 이후에도 관심은 이어졌다. 2024년 진행된 한양증권 인수전에서는 직접 경영권을 확보하는 전략적투자자(SI)가 아니라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다. 단독 인수가 아닌 방식으로도 증권업과의 접점을 마련하려 했다는 점에서 금융투자업 진출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다.
같은 해에는 OK증권 상표권도 출원했다. 상표권 출원이 실제 증권사 인수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금융투자업 진출 가능성에 대비해 브랜드를 선점한 행보로 해석됐다. 수차례 인수 실패에도 증권업을 중장기 사업 영역으로 두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움직임이었다.
OK금융이 증권사를 필요로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구조 다변화다. 현재 그룹의 핵심 계열사는 OK저축은행과 OK캐피탈로, 이자수익과 대출자산 운용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증권사를 확보하면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채권 인수·주선 등 비이자 사업으로 수익원을 넓힐 수 있다.
계열사 간 연계 가능성도 커진다. 저축은행과 캐피탈이 기업과 개인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면 증권사는 기업금융과 자본시장 조달을 지원할 수 있다. 대출 중심의 금융그룹에서 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자금 조달 방식을 제공하는 종합금융그룹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셈이다.
보험사까지 확보한 이후에는 시너지 구상도 한층 넓어진다. 보험사의 장기 운용자산과 증권사의 상품 설계·운용 역량을 연결하고 저축은행과 캐피탈 고객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증권사가 OK금융이 그리는 종합금융 체제의 중요한 축으로 평가되는 배경이다.
◇증권사 인수 장기화, 보험이 앞선 이유 문제는 OK금융의 의지만으로 거래를 만들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 증권사 M&A 시장은 인수 의향을 가진 원매자에 비해 실제 경영권 매물이 적다. 증권업 진출을 원하는 금융그룹과 사모펀드, 일반 기업의 수요는 꾸준하지만 최대주주가 지분을 내놓는 사례는 드물다.
최근 증권사 거래 역시 손에 꼽힌다. 2024년 우리금융그룹의 한국포스증권 인수와 한양증권 매각이 이어지며 시장의 관심이 살아났지만, 그 이전에는 2018년 SK증권과 하이투자증권, 바로투자증권 매각 이후 대형 거래가 사실상 끊겼다. 한양증권 이후에도 구체적인 매각 절차에 들어간 증권사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증권업황이 개선된 점은 잠재 매물을 끌어낼 요인이면서 동시에 거래 성사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발행어음 사업자 확대와 종합투자계좌(IMA) 도입 등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 중소형 증권사 주주들이 투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실적과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매도자의 가격 기대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매물 부족은 OK금융이 증권사보다 보험사를 먼저 인수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증권사 매물을 기다리는 사이 예별손보라는 현실적인 인수 기회가 먼저 찾아왔다는 얘기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OK금융의 증권사 인수 의지는 지금도 여전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증권업계는 매물 자체가 워낙 드물고 가격도 높아 원하는 시점에 거래를 성사시키기 어려워 결국 종합금융 청사진의 마지막 퍼즐은 적절한 매물이 언제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