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금융그룹이 종합금융 전략의 다음 무대로 보험업을 택했다. 저축은행 중심의 사업구조만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변화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저축은행 사업에 더해 안정적인 보험료 기반의 현금흐름과 장기 운용자산을 확보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과 다른 수익 구조와 고객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보험업 진출의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약 1조원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예별손해보험은 초기 정상화 부담이 과거보다 낮아졌다. 아울러 오케이넥스트의 자본 여력도 뒷받침되면서 종합금융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현실적인 선택지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자손익 악화, 보험으로 수익 다변화 OK금융은 2014년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하며 제도권 금융에 진출한 이후 저축은행과 캐피탈을 양축으로 사업을 키워왔다. 그러나 종합금융그룹을 목표로 추진했던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인수가 번번이 무산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는 사실상 저축은행과 캐피탈에 머물러 있었다.
OK저축은행은 그룹 핵심 계열사지만 수익 측면에서 구조적인 제약이 적지 않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건전성 규제, 기준금리 변화 등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고 경기 침체 시에는 연체율과 충당금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수익 기반 역시 대출이자에 집중돼 있어 경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는 구조다.
실적은 저축은행 사업의 수익성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OK저축은행의 이자손익은 2022년 1조245억원에서 지난해 8230억원으로 20% 가까이 감소했다. 가계대출 규제와 부동산 경기 둔화, 조달비용 부담 등이 겹치면서 대출 중심의 본업 수익성이 예전만 못해졌다는 평가다.
반면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82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유가증권 평가·처분손익이 740억원에 달하면서 본업인 이자이익보다 투자 부문의 기여도가 두드러졌다. 다만 저축은행은 유가증권 투자 한도 등 자산운용 규제를 받는 만큼 운용수익 확대만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그룹 차원에서는 저축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원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보험업은 저축은행과 달리 보험료를 기반으로 장기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이를 운용해 투자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완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히는 이유다.
계열사 간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보험 고객을 대상으로 저축은행과 캐피탈 상품을 연계하거나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교차판매 기반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보험업 진출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기보다 저축은행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보완하고 그룹 전체의 실적 변동성을 낮추려는 선택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공적자금으로 부담 낮춘 손보사 인수 OK금융 입장에서 보험업 진출 필요성이 있었다고 해도 실제 인수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가격과 자본 부담이 관건이었다. 이런 점에서 예별손해보험은 과거 보험사 매물과 다른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별손해보험은 인수자가 예금보험공사의 자금지원을 받아 회사를 정상화하는 구조다. 입찰에서도 자금지원 요청액이 핵심 평가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OK금융이 1조1500억원 이하의 지원을 요청한 반면 다른 원매자들은 1조5000억원 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OK금융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원액을 제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수 주체인 오케이넥스트의 재무 여력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오케이넥스트의 자본총계는 3조원을 웃돌고 이익잉여금도 꾸준히 증가했다. 인수 이후 추가 자본 투입과 정상화 비용을 감당할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다.
자본 투입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데다 자체 재무 여력도 확보한 만큼 예별손보는 보험업 진출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현실적인 매물이 됐다. 보험사를 새로 설립하거나 정상 보험사를 인수하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보험업 진출을 위한 재무적 기반과 매물 여건이 동시에 갖춰지면서 지금이 종합금융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적기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예별손보가 수년간 답보 상태였던 OK금융의 종합금융 전략을 다시 움직이게 한 계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보험업 진출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인수 가격과 자본 부담 때문에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예별손보는 공적자금 지원과 자체 자본 여력이 맞물리면서 종합금융 전략을 다시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