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은 지배구조 측면에서 비슷한 측면이 많다. 2013년 경영난에 빠진 저축은행들을 흡수하며 출범한 두 저축은행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뒤 전문경영인을 따로 두고 있다. 그룹 또는 오너의 신임을 받는 CEO가 오랜 기간 회사를 이끌어 왔다는 점도 공통점으로 꼽힌다.
모그룹의 영향력도 여전하다. OK저축은행의 지분 구조의 최상단에는 오너인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이 있다. 최 회장은 저축은행 경영 일선에선 물러났지만, 그룹 회장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SBI홀딩스 영향력 아래에 있다. 다만 내년 최대주주가 교보생명으로 바뀌는 만큼 대주주의 지배력 변화에도 관심이 모인다.
◇김문석·정길호 대표, 각자 2010년 저축은행 합류해 내부 승진
SBI저축은행의 뿌리는 일본에 본사를 둔 SBI홀딩스(SBI Holdings, INC)다. 일본 내 중견 금융그룹으로 평가받는 SBI홀딩스는 여러 단계를 거쳐 SBI저축은행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SBI홀딩스는 저축은행 인수를 위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4개의 증손자회사 특수목적법인(SPC) SBI-AF, SBI-BF, SBI-CF, SBI-IF를 설립해 지분을 확보했다.
현재 SBI저축은행 지분은 SBI-BF 22.66%, SBI-CF 22.66%, SBI-IF 22.66%, SBI-AF 17.25% 등이 나눠 갖고 있다. 나머지 14.77% 지분은 자기주식이다. SBI홀딩스는 4곳의 SPC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의결권을 단독 행사할 수 있는 50% 초과 지분은 직접 보유하고 나머지는 일본 계열사인 SBI GK와 한국 자회사인 SBI LK를 통해 나눠서 확보했다.
반면 OK저축은행은 사실상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의 개인 회사다. 최 회장은 과거 수차례 경영난을 겪었던 예주저축은행을 인수했고, 신속하게 경영정상화를 이뤄냈다. 당시 OK금융은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대부업 완전 철수를 약속했는데, 10년 만인 지난해 말 대부업에서 모두 손을 뗐다.
OK저축은행의 지분 구조는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모회사는 지분 100%를 보유한 OK홀딩스대부다. 오케이홀딩스대부는 최 회장이 지분 58.21%를 보유한 회사로, 지주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OK홀딩스대부가 자기주식 1.28%를, 나머지 40.26%는 오케이넥스트가 보유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문석 SBI저축은행 대표, 정길호 OK저축은행 대표. / 사진=각사
현재 두 저축은행을 이끌고 있는 두 수장은 외부에서 '인사통'으로 영입한 인물로 전략 등 핵심 분야에서 성과를 내 내부 승진한 인물이란 공통점이 있다. 1965년생 김문석 SBI저축은행 대표는 삼성카드 인력개발팀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두산캐피탈 인사팀장 등을 거쳐 2010년 SBI저축은행에 합류했다.
1967년생인 정길호 OK저축은행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은행, 컨설팅 등 업계를 거쳤다. 1992년 한미은행에 입행한 이후 왓슨 와야트 컨설턴트, 휴먼컨설팅그룹(HCG) 부사장을 지내다가 지난 2010년 OK금융그룹(옛 아프로서비스그룹)에 합류했다. 정 대표는 2014년 OK저축은행이 통합 출범한 뒤 경영지원본부장과 소비자금융본부장을 맡았다.
두 저축은행의 또 다른 공통점은 그룹 또는 오너의 신뢰를 받으며 장수 CEO 계보를 잇고 있단 점이다. 2023년 2월 취임한 김 대표는 올해 연임에 성공하며 2026년까지 회사를 이끈다. 전임자인 임진구·정진문 각자 대표이사 체제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7년간 이어진 바 있다. 정 대표는 2016년부터 OK저축은행의 대표를 맡고 있다.
◇최윤 회장이 영입한 정길호 대표, 9년째 이사회 의장
그러나 이들이 경영의 모든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SBI홀딩스 이사진은 약 10년간 SBI저축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의사 결정을 이끌어왔다. 이들은 모자회사 간 소통 채널 역할을 담당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사회 내 일본인 이사진은 타니구치 카즈쓰구 사내이사, 카토 요시타카 사외이사 총 2명이다.
2015년 SBI저축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등재된 인물은 나카무라 히데오 SBI홀딩스 이사다. 이어 카와시마 카츠야 SBI홀딩스 대표(부사장)가 기타비상무이사로 2022년까지 SBI저축은행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했다. 이후 모리타 슌페이 이사가 2022년 2월부터 SBI저축은행과 SBI캐피탈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이사회 내 큰 변화가 감지됐다. 모리타 이사는 지난 9일 자로 SBI홀딩스에서 일본 SBI신세이은행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에 따라 SBI저축은행과 SBI캐피탈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놨다. SBI캐피탈이 즉각 미야자키 마코토 SBI홀딩스 전무를 의장으로 선임한 것과 달리 SBI저축은행은 이사회 의장을 공석으로 남겨둔 상태다.
이는 SBI저축은행의 지분 구조 변화 계획과 맞물린 결과다. 지난달 SBI홀딩스는 교보생명과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오는 2026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주식 양도가 완료된 시점 SBI홀딩스는 파견이사 수를 교보생명과 동일한 수로 맞추기로 합의한 만큼 당분간 SBI홀딩스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OK저축은행은 정 대표를 이사회 의장으로 두고 있으나 독립 경영이 이뤄지긴 어려운 구조다. 지분 구조상 최 회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 대표는 과거 최 회장이 직접 영입한 인물이다. 정 대표는 과거 휴먼컨설팅그룹(HCG) 부사장으로 있을 때 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최 회장과 첫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OK저축은행 인수 초기에 직접 OK저축은행 대표를 맡기도 했다. 2014년 7월부터 2016년 7월까지 2년동안 OK저축은행의 경영정상화를 이끌었고, 정 대표에게 CEO직을 물려줬다. 당시 OK캐피탈(옛 씨티그룹캐피탈)을 새로 인수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며 그룹 차원 경영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였다.
OK저축은행의 이사진은 총 5명이다. 사내이사진으로는 정 대표가 경영 전문가로, 금융감독원 출신 홍영기 사내이사가 금융 전문가로 있다. 사외이사는 조환익·김성균·이영렬 이사다. 관료 출신인 조 이사를 제외하곤 모두 법조계 출신 인사다. 김 이사는 변호사 출신으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검사 출신인 이 이사는 법무법인 도울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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