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금융그룹이 예별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최종 인수까지는 넘어야 할 절차가 남아 있다. 본계약 체결과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야 하는 데다 인수 이후에는 추가 자본 투입과 건전성 개선, 영업 기반 재건까지 이뤄내야 한다.
손해보험은 장기 보험부채를 관리하는 자산부채종합관리(ALM)와 지급여력(K-ICS) 관리, 보상 서비스 등 저축은행·캐피탈과 전혀 다른 역량이 요구되는 업권이다.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업계 2위권으로 성장시킨 경험을 갖춘 OK금융의 금융사 정상화 역량이 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가교보험사 예별손보, 정상화 비용은 1조 이상 OK금융이 인수를 추진하는 예별손보는 예금보험공사가 설립한 가교보험사다.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경영 정상화에 실패한 MG손해보험의 보험계약과 자산·부채를 이전받아 기존 계약을 관리하고 새 인수자를 찾는 역할을 맡고 있다.
MG손보는 2018년부터 금융당국의 경영개선권고와 요구, 명령을 잇달아 받았지만 필요한 수준의 자본 확충에 실패했다. 2022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에도 세 차례 공개매각과 수의계약이 무산됐다.
금융당국은 MG손보를 청산하는 대신 보험계약을 가교보험사로 이전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에 예별손보는 지난해 9월 MG손보의 보험계약과 자산·부채를 넘겨받아 업무를 시작했다. 현재 영업보다 기존 계약의 유지·관리와 매각 절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매각이 지연되는 사이 예별손보의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됐다. 자본총계는 2022년 10억원에서 2023년 금리 상승에 따라 1902억원으로 회복했지만, 2024년 마이너스 1254억원으로 전환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후 예별손보 출범 뒤에도 올해 1분기까지 마이너스 4800억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업손실이 누적된 가운데 시장 환경에 따른 자산·부채 평가 변동까지 겹치면서 자체적인 자본 회복이 어려워졌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지급여력(K-ICS)비율 역시 올 1분기 기준 경과조치 후 기준 -15.27%에 그쳤다. 금융당국 규제 기준인 100%는 물론 권고 수준인 130%에도 크게 못 미쳤다.
예별손보의 올 1분기 말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은 경과조치 후 기준 7138억원이다. 지급여력비율 100%를 충족하려면 7138억원, 권고 수준인 130%를 맞추려면 9279억원의 가용자본이 필요하다. 1분기 말 가용자본은 마이너스 1090억원으로 규제 기준까지는 약 8200억원, 권고 수준까지는 1조원 이상의 자본 확충이 요구된다.
여기에 인수 이후 정상적인 보험영업을 재개하려면 상품 개발과 판매채널 운영, 전산 투자, 인력 확보 등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 장기간 계약을 관리하고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업종인 만큼 실제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은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OK금융은 인수 이후 자본 확충과 재무구조 개선을 우선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계약 관리에 머물렀던 조직을 정상적인 보험사 체제로 전환하고 상품 판매와 채널 운영을 재개할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 인수 가격뿐 아니라 정상화 과정에서 투입될 추가 자금과 소요 기간이 실질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저축은행 정상화 경험, 보험업서 시험대 OK금융은 과거 부실 금융회사 정상화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2014년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했던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현재의 OK저축은행으로 통합해 업계 상위권 저축은행으로 키웠다. 이후 한국씨티캐피탈(현 OK캐피탈)을 인수하며 금융 계열사를 확대해 왔다.
다만 보험사는 저축은행과 캐피탈과는 운영 방식이 다르다.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상품 개발과 계리, 자산·부채 관리, 보험금 지급, 보상 서비스 등을 유기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업종이다. 금융권에서는 기존 조직을 유지하는 동시에 보험사 경영 경험을 갖춘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경영진과 핵심 부서를 보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예별손보는 현재 MG손보에서 계약 유지·관리와 전산 운영 등에 필요한 핵심 인력을 승계해 운영되고 있다. 인수 이후에도 122만명의 기존 계약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조직을 재정비하고 영업을 정상화하는 작업이 병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는 이번 인수의 성패는 정상화 과정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조 단위 자본을 투입해 건전성을 회복하고 보험사 운영 체계를 안착시켜야 비로소 OK금융의 종합금융 전략도 완성 단계에 들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