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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절차 변화 바람

배당정책 공개 늦었던 LG그룹, 절차 개선은 다를까

⑤선제 변경 기업들 정착 추이 보고 내년 개정 검토

김형락 기자  2023-02-27 17:37:18
LG그룹은 재계에서 가장 먼저 지주사 전환을 선포한 곳이다. 주주가치 극대화와 더불어 지배구조 투명성을 확립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기 위한 결정이었다.

지주사 전환은 재계를 선도했지만 주주 환원 정책은 다른 그룹의 선례를 쫓아가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의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중장기 배당정책은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보다 늦게 공개했다.

투자자들이 확정된 배당액을 보고 투자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배당절차를 개선하는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LG그룹은 올해 시범 도입한 기업들을 지켜보고 추후 배당절차 변경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LG그룹 계열 상장사들은 올해 주주총회 안건으로 배당절차를 변경하는 정관 개정 안건을 올리지 않았다. 주총 세부 안건을 공개한 상장사 9곳 모두 결산 배당 배당기준일을 연말로 유지한다. 나머지 2곳은 아직 이사회에서 주총 소집을 결의하지 않았지만 당장 배당절차를 변경할 계획은 없다.


◇ 배당절차 기존 관행 유지하는 LG…중장기 배당정책 2020년부터 공개

지주사인 LG는 기존 배당 지급 절차를 따르기로 했다. 올해 정관을 개정해 내년부터 배당절차를 바꾸는 기업들의 시행 사례를 보고 적용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상장사들은 관행에 따라 연말을 배당기준일로 설정해 이듬해 3월 주총에서 배당액을 확정한 뒤 4월에 지급하는 순서로 결산 배당을 지급했다. 배당기준일을 주총일 이후로 바꾸는 정관 개정 전까지 투자자들은 배당액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 판단을 내려야 한다.

정부가 배당절차 개선 방안(배당액 확정 뒤 배당기준일 설정 허용)을 내놓자 곧바로 정관 개정에 들어간 재계 상위권 그룹과 다른 행보다. 재계 순위 1위(자산총액 기준)인 삼성그룹은 금융계열사 위주로 배당절차를 변경한다. 현대차그룹은 금융, 비금융 계열사를 구분하지 않고 결산 배당 지급 절차를 수정한다. LG그룹(4위)보다 재계 서열이 낮은 포스코그룹(6위)도 배당절차 개선 대열에 합류했다.

정부는 배당절차 개선을 강제하지 않고 상장사들의 선택에 맡겼다. 결산 배당 배당기준일을 주총일 이후로 옮길 수 있다는 상법 유권해석만 내려줬다. 추후 기업지배구조보고서 핵심 지표에 배당절차 개선 여부를 표시해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다.


LG그룹은 지주사 전환 때와는 달리 주주 환원 정책 변화는 재계 후발 주자로 머물러 있다. 중장기 배당정책 발표는 삼성그룹(삼성전자 2015년), 현대차그룹(현대차 2017년)보다 늦었다.

2003년 3월 국내 첫 지주사로 출범한 LG는 2020년 2월 첫 중장기 배당정책을 공표했다. 사업 특성을 고려해 계열사 등에서 거둬들이는 배당금 수익을 한도로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일회성 비경상 이익 제외)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지난해 5월에는 배당 외 수익도 주주에게 환원할 수 있도록 '배당금 수익을 한도로'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LG보다 지주사 전환이 늦었던 롯데그룹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배당 목표를 공개했다. 2017년 8월 분할합병을 추진하며 지주사 설립 후 별도 손익 기준 배당성향 30% 이상을 지향한다고 공시했다.

◇ LG화학 이어 LG유플러스·LG전자도 배당 목표 제시

LG그룹에서 가장 먼저 배당 가이던스를 제시한 곳은 LG화학이다. 2017년 3분기 기업설명회에서 그해 결산 배당액은 전년 대비 적정 수준으로 증가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안내했다. 12월에는 배당을 전년 대비 주당 20% 내외로 증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은 한동안 배당 목표를 제시하지 않다가 2020년 10월 LG에너지솔루션 분할을 추진하면 배당성향 30%(연결 기준) 이상을 지향한다고 공개했다. 더불어 향후 3년(2020~2022년)간 보통주 1주당 1만원 이상 현금 배당한다는 최소 금액 기준도 명시했다.


그룹 통신·서비스 계열사를 대표하는 LG유플러스는 2020년 3월 사업보고서에 배당 목표를 담았다.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일회성 이익 제외)의 3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1월 이사회에서는 배당성향을 40% 이상으로 높였다. 시장과 소통해 지속 가능 경영을 강화하고, 주주 환원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전자 계열사인 LG전자는 지난해 1월 중장기(3개년) 배당정책을 공개했다. 올해까지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일회성 비경상 이익 제외)의 20% 이상을 환원하는 걸 유지할 계획이다.

LG 관계자는 "올해 전반적으로 배당절차 변화가 정착되는 걸 보고 내년에 정관 변경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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