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은 계열사별로 조달 전략이 다른 모습을 보인다. 회사채 중심인 LG화학, 은행 대출을 주로 하는 LG디스플레이, 장기 위주의 보수적 분산 조달을 하는 LG유플러스 등 서로 차이가 분명하다. 단순한 차입 규모보다 조달 창구와 만기 구조가 재무 안정성을 가르고 있다.
특히 LG화학의 차입 부담 리스크는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에 쏠린 상황이다. LG화학 별도 법인은 높은 시장성 조달 비중이 두드러지는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해외 투자에 맞춰 외화채와 금융기관 차입을 병행하면서 재무약정 위반이라는 변수를 안게 됐다.
◇LG엔솔, 약정 위반에 1.2조 유동부채로 차입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과 연결로 묶여 있지만 성격은 적잖이 다르다. LG화학 별도법인은 자본시장 접근성이 돋보이는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대규모 투자 과정에서 장단기 구조가 흔들리고 일부 차입에선 재무약정 이슈까지 불거졌다. 그룹 차입 구조를 한 덩어리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LG화학의 이자발생부채는 절반 이상이 LG에너지솔루션 몫이다. 2025년 말 기준 총차입금(33조8120억원) 가운데 66.6%(22조5121억원)를 LG에너지솔루션이 차지하고 있다. 연결로 포함돼 잡히지만 두 법인의 조달 구조는 뚜렷이 다른 형태를 띤다.
LG화학 별도 차입의 경우 사채 중심이다. 전체 차입금(8조8467억원) 가운데 8조원 이상이 사채로 이뤄져 있다. 이중 공모사채가 7조원 수준이고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발행한 교환사채(EB)도 30억달러 규모로 있다.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의 상당 부분이 이 교환사채에 묶인 상태다. 은행 차입은 미미한 규모에 불과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사채와 금융기관 차입 규모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사채가 약 12조원으로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북미·유럽 배터리 공장 건설 자금을 현지 통화로 조달하다 보니 외화채 비중이 원화채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은행 대출 역시 해외 조달이 큰데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재무약정 위반이다. 애초 8820억원의 신디케이트론(syndicated loan)과 EIB(유럽투자은행) 대출 2699억원에 '연결 기준 총차입금/EBITDA(상각전영업이익) 4배 미만 유지'라는 재무비율 약정이 걸려 있었는데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1조원을 넘는 장기차입금이 유동부채로 재분류된 상태다. 현재 신디케이트론은 대주단과 계약 변경 협상을 진행 중이고, 수정계약이 체결되면 약정 미충족은 해소된다는 설명이다. EIB 대출은 약정 면제(Waiver)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만기구조가 단기화된 것도 약정 위반 영향이 컸다. 장기성 차입금 비중이 2024년 72%였는데 지난해 65%로 떨어졌다. 5년 전 85%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단기 쏠림이 두드러진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투자 자금이 단기차입으로 먼저 충당된 뒤 장기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단기 잔액이 쌓였고, 약정 위반도 겹치면서 구조적 단기화가 불가피했다.
◇만기 흩어 안정성 키운 LG전자 LG전자의 경우 총차입금(13조9603억원)에서 시장성 조달과 은행 조달이 각각 45%, 38% 정도로 비등했다. 사채 쪽은 원화 공모사채(3조3400억원)가 주축이며 은행 빚은 장기차입금에 집중돼 있다. 시설자금을 포함한 장기차입금이 5조원 수준이고 단기차입금은 약 4800억원에 불과했다. 조달 창구가 다양한 만큼 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응 여력도 넓다고 해석된다.
만기 구조 역시 안정적이다. 작년 말 기준 유동성차입금 비중이 20.7%로 주요 계열사 중 가장 낮았다. 장기차입금과 사채의 최장 만기가 각각 2035년과 2041년(원화 사모사채)까지 늘어서 있어 만기가 넓게 분산됐다.
◇LG디스플레이, 은행 의존도 90% 육박 이 밖에 LG디스플레이는 총차입금(12조7238억원)의 89%가 은행 대출이고 사채는 4% 수준에 그치고 있다. 7개 계열사 가운데 은행 의존도가 가장 압도적인 곳이다. 원화 장기차입금의 핵심 거래선은 KDB산업은행인데, 시설자금 명목으로 약 4조원이 잡혔다.
투자가 수조원 단위로 집행되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특성상, 투자 건별로 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나 시설자금 대출을 받는 형태가 대규모 시장 조달보다 유리한 면이 있다. 최근 수년간 부진했던 실적도 채권시장 접근을 제약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만 만기 구조는 비교적 길게 짜여졌다. 단기성 차입금 비중이 약 30% 수준인데 유동성장기부채가 대부분을 구성한다. 만기 도래분이 순차적으로 넘어오는 구조인 만큼 차환이 관건이다.
◇단기차입금 '제로(0)' LG유플러스 또 LG유플러스의 총차입금은 작년 말 7조원 남짓을 기록했다. 2020년 이후 5년간 6조9000억~7조4000억원의 좁은 구간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리스부채 비중이 17%로 높다는 점도 눈에 띈다. 5G 기지국 장비, 통신 인프라 설비, 사옥 등이 리스 형태로 운용되기 때문이다.
조달 전략을 보면 2020년 이후 단기차입금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채와 장기차입금의 만기를 분산해서 관리하는 만큼 그룹에서 가장 낮은 차환 리스크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