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LG그룹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년째 우상향이 계속됐다. 한때 10조원대로 급감했었지만 빠르게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익 성장이 수반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보인다.
영업현금을 끌어올린 LG화학과 LG전자 모두 현금창출력이 좋아진 게 아니라 운전자본 축소가 유동성 유입을 늘렸다. 현금흐름 확대가 오히려 사업 위축의 신호로 읽힌다.
2025년 말 LG그룹 7개 주요 계열사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8조6842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 상장사 5곳과 △LG CNS △HS애드 등 비상장사 2곳의 재무지표를 단순 합산해서 셈한 수치다.
합산 영업현금은 2022년 10조8728억원까지 줄었지만 2년 연속으로 다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2024년(17조8406억원)과 비교해도 4.7%(8435억원) 개선됐다.
하지만 늘어난 현금 유입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긴 어렵다. 현금창출력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매출이 주춤하면서 운전자본도 함께 줄어든 이유가 컸기 때문이다. 특히 LG화학에서 이런 모습이 두드러진다.
실제로 그룹 현금흐름에는 LG화학이 압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2년 영업현금 급감과 2023년의 급반등을 전부 LG화학이 이끌었다. 지난해 말 역시 영업현금이 8조2339억원을 기록했는데 주요계열사 합산 영업현금의 44%를 차지한다.
1년 전인 2024년 말과 비교할 경우 단숨에 1조2216억원 증가했다. 7개 계열사의 합산 영업현금 증가분을 훌쩍 뛰어넘는다. LG화학을 제외하면 그룹 영업현금은 오히려 전년보다 줄었다는 뜻이다.
LG화학은 작년부터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데, 영업현금흐름은 왜 오히려 좋아졌을까. 우선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정부에서 수취한 1조6468억원의 첨단제조세액공제(AMPC)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운전자본 영향도 만만치 않다. 2025년 LG화학의 운전자본 변동을 보면 1조5221억원이 순유입됐다. 전년(1조123억원 순유입)보다 약 5000억원 더 회수한 셈이다. 그중에서도 매출채권 등이 1조4000억원가량 줄어 현금흐름을 증가시켰다.
LG전자도 비슷한 모습이다. 2025년 연간 EBITDA(상각전영업이익)는 전년 대비 줄었지만 영업현금은 3조8427억원에서 4조2805억원으로 11.4% 늘었다. 이 기간 운전자본투자가 1조7000억원 이상 축소된 덕분이다. 매입채무를 늘리고 재고자산 증가분을 줄인 효과를 봤다. 다만 운전자본 관리를 통한 현금흐름 방어가 장기 전략이 되긴 어렵다.
LG화학과 전자를 제외하면 LG디스플레이와 LG유플러스, LG생활건강, LG CNS, HS애드 등 나머지 5개 계열사는 모두 2025년 말 영업현금흐름이 전년 말 대비 줄었다. 특히 영업현금 감소분(3715억원)이 계열사 최대였던 LG유플러스는 도리어 유동성 창출력이 가장 건전했다.
LG유플러스는 1년간 영업현금이 3조3353억원에서 2조9638억원으로 11.1%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가입자 급증에 따른 운전자본 팽창 때문이다. SK텔레콤의 유심정보 유출사고 이후 대규모 순유입이 생기면서 고객유치수수료 등 계약자산이 급증했다. LG화학이나 LG전자와 달리 현금흐름은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현금창출력 자체는 강화된 케이스다.
또 LG디스플레이는 사업재편의 결과가 현금흐름에도 반영됐다. 2025년 영업현금이 2조3523억원으로 소폭(2.5%) 줄었는데 매입채무가 급감한 탓이다. 광저우 LCD법인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미지급금 정리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영업적자 탈출엔 성공했지만 아직 현금흐름 개선으로 전환되진 못했다. 회복과 긴장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경우 5년째 영업현금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2020년 말 1조원을 웃돌았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지난해 말엔 4464억원까지 줄었다. 중국시장 부진과 국내 위축 등이 겹치면서 이 기간 EBITDA가 1조4800억원 남짓에서 4100억원대로 감소한 탓이다.
이밖에 LG CNS는 지난해 영업현금이 4182억원으로 전년 대비 41.5% 급감했다. 하지만 이는 2024년 운전자본 유입(1214억원)이라는 기저효과가 소멸되고 2025년 운전자본이 2059억원 유출로 전환된 영향이 크다. EBITDA는 6168억원에서 6857억원으로 11.2% 성장해 현금창출력은 오히려 좋아지고 있고 EBITDA 마진도 10.3%에서 11.2%로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