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외형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가전과 배터리, 화학 업황을 타고 몸집을 불렸지만 지난해 들어선 증가 흐름이 멈추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외형이 주춤한 배경으론 LG화학이 꼽힌다. 2020년대 초반 그룹 확장의 핵심축이었는데 이제 중국발 공급과잉과 전기차 수요둔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생활건강과 디스플레이, 광고 계열사 역시 일제히 주춤했다. 반면 전자와 통신, IT 서비스 계열사가 성장세를 이어가며 하락 폭을 일부 막아냈다.
◇2025년 그룹 외형 1% '역성장'
2025년 LG그룹 7개 주요 계열사의 합산 연매출은 총 189조3637억원으로 집계됐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 상장사 5곳과 △LG CNS △HS애드 등 비상장사 2곳의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했다. 전년 말 191조2341억원과 비교하면 1.0%(1조8704억원) 줄어든 수치다.
중장기 흐름을 보면 LG그룹은 2020년 143조원 수준에서 2022년 188조원대로 외형이 급격히 불어났다. 팬데믹 사태로 억눌렸던 가전과 IT기기 수요가 한꺼번에 분출된 데다, 전기차배터리 호황과 석유화학 업황 개선까지 겹친 영향이다. 이후 완만한 우상향을 유지하긴 했지만 사실상 제자리걸음했는데 지난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구체적으로 전년 대비 매출이 늘어난 곳은 LG전자와 LG유플러스, LG CNS 등 3곳 뿐이다. 나머지 LG화학, LG생활건강, LG디스플레이, HS애드 등 4개 계열사는 모두 매출이 떨어졌다. 특히 그룹에서 두 번째로 매출 규모가 큰 LG화학의 감소분이 전체 매출 후퇴에 가장 크게 작용했다.
◇LG화학·생활건강 동반 부진…디스플레이, 구조조정 여파 LG화학은 2025년 연결 매출이 45조9321억원에 그쳤다. 2024년 말보다 3조원(6.1%) 가까이 줄면서, 규모만 보면 주요 계열사 중 매출이 가장 많이 축소됐다. 2023년 55조원대로 정점을 찍은 뒤 2년 연속 우하향하는 흐름이다.
LG화학의 부진은 일시적 이슈라기보다 업황 둔화의 반영으로 봐야 한다. 석유화학부문은 중국을 중심으로 증설이 이어지면서 공급과잉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전기차 ‘캐즘’과 배터리 판가 인하로 고전하면서 전사 외형을 끌어내렸다.
LG생활건강도 같은 기간 매출이 6조8119억원에서 6조3554억원으로 6.7% 감소했다. 2021년 8조원대에 올라선 이후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다. 화장품 사업이 중국 경기 둔화와 현지 애국소비 확산, 브랜드 경쟁 심화의 타격을 동시에 받은 탓이다. 생활용품과 음료가 완충 역할을 했지만 전체 외형 감소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HS애드는 경기 민감 업종의 한계를 보여줬다. 2025년 매출이 4839억원으로 12.8% 줄었다. 감소율로 따지면 주요 계열사 중 가장 컸다. 전반적인 광고시장 위축, 주요 광고주의 집행 축소가 배경으로 분석된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단순한 부진이라기보단 포트폴리오 재편에 따른 구조적 변화가 눈에 띄었다. 매출이 2025년 매출이 25조8100억원으로 1년새 3% 감소했다. 광저우 LCD 법인 매각으로 TV용 LCD 매출이 빠진 대신 OLED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다만 사업 구조는 오히려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도기에 있다.
◇통신 성장 견고…버팀목 된 LG전자 반대로 LG유플러스와 LG CNS는 그룹 외형의 방어막 역할을 했다. LG유플러스는 2025년 매출 15조4517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5.7% 증가했다. 주요 계열사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 증가율이다.
LG유플러스의 성장은 본업과 비통신 인프라 사업이 나란히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지난해 SK텔레콤의 유심정보 유출사고 이후 신규 고객을 대거 유치하는 반사이익을 누렸다. 여기에 5G 가입자 비중을 끌어올려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도 방어했다. 비통신 부문에서는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맞춘 데이터센터 등 기업 인프라 사업이 외형 확장에 기여했다.
IT서비스 계열사인 LG CNS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6조1295억원으로 2.5% 증가했다. 2020년 3조원대에 불과했으나 이후 매년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그룹 내부의 디지털 전환 수요와 대외 금융권, 클라우드 수주를 동시에 흡수하면서 꾸준히 몸집을 키우고 있다.
전자 쪽은 같은 기간 좀 더 안정적인 우상향을 나타냈다. LG전자는 2025년 연결 매출이 89조2008억원으로 전년보다 1.7% 늘었다. 생활가전의 구독형 모델과 냉난방공조 등 B2B 매출 확대, 전장부문 성장이 외형을 받친 덕분이다. 더 이상 가파른 성장주는 아니어도 여전히 그룹 외형을 떠받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LG그룹은 화학 매출이 빠진 자리를 전자와 통신, IT서비스가 나눠 막고 있는 국면이다. 문제는 이 세 계열사만으론 LG화학의 매출 공백을 완전히 메우기 어렵다는 데 있다. 시장 관계자는 “성장동력으로 밀던 2차전지사업이 회복되지 않는 이상 당분간 고성장보다는 현상 방어가 관건일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