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철금속 사업 전반의 밸류체인을 구축한 풍산그룹은 2020년 전후를 기점으로 매출의 20~30% 정도를 차지하던 방산 사업의 가치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기존 신동 사업과 비교하면 매출 비중은 작지만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과 독보적인 국내 총탄 시장의 지위 등 대내외 요소가 주목받았다.
시장 관심의 변화와 맞물려 풍산그룹도 군 출신 인물을 적극 기용하는 흐름을 보였다. 핵심 방산 자회사에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임원을 이사회에 배치하고 지주사인 풍산홀딩스도 전직 윤군참모총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그룹 이사회 전반적으로 방산 산업의 이해도와 정체성을 높였다.
◇정계에서 군으로 넓힌 홀딩스 사외이사진 2008년 풍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풍산홀딩스를 거쳐 간 사외이사의 수는 많지 않다. 풍산홀딩스 자체적으로 전체 이사회 규모를 6인 이내로 유지하면서 이중 사외이사는 1~2인 정도만 선임한 영향이 컸다.
풍산홀딩스 출범 후 이사회를 거쳐간 사외이사는 이승훈 리인터내셔널 회장(2008~2014년), 최을림 전 국무총리실 정부업무평가실장(2014~2019년), 임성준 전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2017~2023년),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2021~2023년), 이종구 전 국회의원·권오성 전 육군참모총장(2023년~) 등 6인이다.
최 전 사외이사나 이희범 전 사외이사, 이종구 현 사외이사 등의 사례에서 보듯 풍산홀딩스는 정부 요직이나 정계 출신 인물을 주로 사외이사로 영입해 이사회의 정책 전문성을 채웠다. 여기에 최근 권오성 전 총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이사회 전문성의 범위를 방산 분야까지 확장했다.
풍산홀딩스는 순수지주사가 아닌 별도 사업을 보유한 사업형 지주사로 운영되고 있다. 군용으로 쓰이는 탄약 부품·장비, 포장 목재 등을 생산하고 있으나 이 자체를 핵심 사업으로 분류하진 않는다. 이에 권 전 총장 영입은 그룹의 방산 산업 확장을 위해 지주사가 군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맡겠다는 의미로 해석됐고 회사 측도 권 전 총장의 장기간 육군 재직 경력을 사외이사직 수행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육군사관학교 34기인 권 전 총장은 2014년까지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하고 퇴역한 후 육군사관학교발전기금 이사, 한미동맹재단 고문, 대한민국육군협회 협회장 등을 맡고 있다. 2023년 풍산홀딩스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뒤 2년 임기를 마치고 지난해 연임하며 내년 3월까지 임기를 이어간다.
◇풍산, 육사 출신 임원 기용…FNS선 사내이사 활동도 그룹 내 방산 사업의 중심에 선 풍산은 일찌감치 군 출신 인사를 요직에 앉혀 관련 사업을 이끌도록 했다. 육군 준장 출신의 정원모 전 전무는 2008년 풍산이 풍산홀딩스와 분할한 이후 2017년까지 방산영업본부장을 맡다 퇴임 후 김영주 전무(현 부사장)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김 부사장은 육사 36기다.
김 부사장 외에도 현재 풍산에는 남정대 방산영업본부 국내영업실장(전무), 조병규 사업개발 실장(상무) 등이 육사 출신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39명에 이르는 전체 미등기임원 수와 비교하면 군 출신 임원 비중 자체는 크지 않다. 풍산 이사회에도 이들 군 출신 임원이 이름을 올린 적이 없다.
다만 회사의 방산 사업 확장에 따라 임원진의 활동 반경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풍산은 류진 회장, 박우동 부회장 등 주요 등기임원 외에 미등기임원의 계열사 이사회 참여를 전면적으로 개방하고 있지 않으나 방산 부문에선 적극적으로 군 출신 임원을 기용 중이다.
실제 김 부사장의 경우 2019년부터 풍산의 자회사 풍산FNS 사내이사로 활동하며 사업 의사결정에 참여 중이다. 풍산FNS는 포탄 탄약의 핵심 부품인 신관과 센서 탄약 부품을 생산하는 곳으로 최근 글로벌 수출 확대로 생산시설을 확장하는 등 풍산의 핵심 자회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 부사장은 과거 2022년 풍산이 방산부문을 물적분할해 풍산디펜스라는 별도의 자회사 설립을 추진할 당시 풍산디펜스를 이끌 핵심 임원으로 거론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