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들이 부여하는 기업의 크레딧은 자금 조달의 총괄자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핵심 변수다. 크레딧이 곧 조달 비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THE CFO는 기업 신용등급의 방향성을 좌우할 CFO의 역할과 과제를 짚어본다.
한국신용평가가 최근 LG화학의 등급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면서 전망(아웃룩)이 부정적으로 수렴했다. 앞서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6월, 나이스신용평가는 올 1월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LG화학의 아웃룩에 부정적이 달리기 시작했음에도 회사채 시장에서 평가하는 LG화학의 신용도는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개별민평금리가 AA+등급과 비교해 70bp 정도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CFO를 맡고 있는 차동석 사장은 향후 재무건전성과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CAPEX를 2조원 이하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익창출력 줄고 투자부담 이어져
한국신용평가가 LG화학 신용등급 전망을 'AA+, 안정적'에서 'AA+, 부정적'으로 조정하면서 신평 3사의 아웃룩이 같아졌다. 한신평이 아웃룩을 조정하기 이전, 한기평은 지난해 6월, 나신평은 올 1월 부정적을 부여했다.
2025년 말 기준 LG화학의 총차입금은 33조8120억원으로 전년 27조3761억원과 비교해 23.5% 늘었다. 2025년 4분기에는 석유화학과 전지, 첨단소재 등 주력 사업부문이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실적방향성도 나빠졌다. 연간실적은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면 사상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거뒀다.
차입구조도 부담 요인이다. 증가한 차입금 상당 부분이 단기성으로 쏠리면서 만기 리스크가 확대됐다. 연결기준 차입의 절반 이상은 LG에너지솔루션에서 발생했다. 2025년 말 기준 총차입금 중 66.6%인 22조5121억원이 LG에너지솔루션 몫이다. 동일 연결 범위에 포함되지만 조달 방식과 재무 구조는 사실상 별개에 가깝다.
LG화학 별도기준에서는 사채 중심의 안정적 조달 구조가 유지된다. 별도기준 총차입금 8조8467억원 가운데 8조245억원, 90.7%가 사채로 구성됐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사채 12조1005억원, 은행 등 차입 10조242억원이다. 해외공장 투자 과정에서 외화차입 비중도 높다.
단기차입금이 늘어난 데는 재무약정 이슈의 영향도 있다. 총차입금/EBITDA 4배 미만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일부 차입이 유동부채로 재분류됐다. 약 1조원 이상의 장기차입금이 단기로 전환된 상태다. 현재 대주단과 계약 변경 및 면제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결과에 따라 유동성 지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투자 부담은 여전히 크다. 자본적지출(CAPEX) 규모는 2021년 5조9098억원에서 2022년 8조5737억원, 2023년 13조1128억원으로 늘어난 후 2024년 14조7799억원, 2025년 13조8597억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배터리 및 소재 중심의 대규모 CAPEX가 이어지면서 영업현금으로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시장 평가는 여전히 AA+ 이상
악화되는 재무건전성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시장에서는 LG화학이 AA+ 이상의 신용도를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웃룩에 부정적이 부여되긴 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LG화학의 재무건전성을 AA+급으로 평가하고 있다.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직전거래일인 24일 LG화학의 3년물 개별민평금리는 4.006%, 3년물 AA+등급금리는 4.076%다. LG화학의 개별민평금리가 등급대비 70bp 낮다. 최근 1년 LG화학의 민평금리는 꾸준히 등급금리 대비 70bp 안팎으로 낮은 금리로 유지됐다.
KIS자산평가의 LG화학 개별민평 및 등급민평 그래프
신평사별 등급 하향 트리거를 살펴보면한신평은 EBITDA/매출 8% 미만, 총차입금/EBITDA 3배 초과를 기준으로 내놨다. EBITDA/매출은 2025년 14.5%, 3년 평균 12.8%로 트리거를 건드리고 있다. 총차입금/EBITDA 역시 2025년 5.1배와 3년 평균 4.4배로 하향 기준을 넘어섰다.
한기평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 기타영업수익을 더한 조정EBITDA/매출 11.0% 미만, 순차입금/조정EBITDA 1.5배 초과를 제시했다. 2025년 말 기준 조정EBITDA마진은 11.0%, 순차입금/조정EBITDA는 4.5배이고 3년 평균치는 11.4%와 3.3배로 순차입금/조정EBITDA만 등급 하향 기준선을 넘어선 상황이다.
한기평은 사업재편이 이뤄지게 되면 향후 석유화학부문 실적기여도가 축소되는 점을 고려해 올 상반기 정기평가 때 적용 산업방법론을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기평이 예고한대로 방법론이 바뀌게 됐을 때 지표별 평가등급을 살펴보면 EBITDA 마진은 10.4%(APMC 보조금 반영 시 11.0%)로 등급하향 기준선에서 벗어나게 된다. 현재 LG화학이 방법론에서 받은 A등급의 기준선이 석유화학 방법론에서 11%였던 것이 제조업에서 8%로 낮아진 덕이다. 그 밖의 다른 정량지표는 방법론이 바뀌더라도 평가기준이 그대로 유지되는 탓에 지표별 등급은 변경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산, 여수 NCC사업이 분할/제외되는 방식으로 구조개편이 이뤄지게 되면 화학부문이 축소된다. NCC 기반 기초유분 매출은 석유화학부문의 50%를, 연결기준 약 20% 수준을 차지한다. 2024년 연결 매출액 49조원 중 석유화학부문 매출은 19조원이며 이 중 9조원~10조원이 기초유분 제품 매출이다.
◇차동석 CFO 재무건전성·현금흐름 강조, 등급 언급도
LG화학의 CFO는 차동석 사장이 맡고 있다. 차 사장은 재무건전성과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CAPEX를 조절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올 1월 콘퍼런스콜에서 "전방시장 불황과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만큼 재무건전성 유지, 현금흐름 흑자 기조가 중요한 과제"라며 "CAPEX는 가용 투자 재원 한도 안에서 관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약 2조9000억원의 CAPEX가 집행됐고 주요 투자는 테네시 공장, HHVO 공장 증설에 몰렸다"며 "올해는 테네시 공장 투자가 피크아웃되면서 1조7000억원 정도의 CAPEX를 계획했으며 향후 2~3년은 현금흐름과 재무건전성 강화를 우선으로 삼고 CAPEX를 연간 2조원 이하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등급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차 사장은 "최근 신용등급이 하락해온 상황에서 추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 재원의 10% 수준만을 주주환원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했다"며 "EBITDA 창출 능력이 일정수준 회복되면 에너지솔루션 지분 유동화 재원의 주주환원 비율을 추가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 사장은 1963년생으로 경북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LG화학에 입사했다. 그는 LG그룹에서만 39년째 몸담고 있으며 그의 경력은 대부분 재무, 회계 분야에 집중됐다. 2007년 연말 인사에서 차 사장은 LG의 재경팀장이자 상무로 승진했다. 2008년 1월부터 재경팀장 직함을 달았던 차 사장은 본격적으로 임원 커리어를 시작했다.
2011년 1월 상무였던 차 사장은 LG화학의 정도경영TFT(태스크포스팀)를 단독으로 이끌기도 했다. 정도경영TFT는 LG그룹이 구조본 해체 이후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고 정도 경영을 정착한다는 기조 하에 계열사마다 세운 특별 조직이다.
2013년까지 LG화학의 경영진단 업무를 맡았던 차 사장은 2014년 LG화학의 자회사인 서브원(현 디앤오)의 CFO를 맡았다. 이후 2019년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 CFO를 거쳤고 2019년부터 LG화학에서 CFO를 맡으면서 2020년 부사장, 2023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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