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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 삼킨 그룹 잉여현금…4년째 마이너스

④[잉여현금]7개사 합산 잉여현금 4.4조 순유출…2차전지 투자지출 영향

고진영 기자  2026-04-03 10:35:04

편집자주

기업은 숫자로 말한다. 기업의 영업·투자·재무활동의 결과물이 모두 숫자로 나타난다. THE CFO는 기업이 시장과 투자자에 전달하는 각종 숫자와 지표(Financial Index)들을 집계하고 분석했다. 숫자들을 통해 기업집단에서 주목해야 할 개별 기업들을 가려보고 그룹의 재무적 변화를 살펴본다. 그룹 뿐만 아니라 업종과 시가총액 순위 등 여러 카테고리를 통해 기업의 숫자를 분석한다.
LG그룹의 잉여현금흐름(FCF)이 지난해에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적자폭 자체는 전년보다 줄었지만 순유출 기조가 계속되고 있다.

배경은 LG화학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으로 요약된다. 영업에서 유입되는 현금이 2차전지 설비투자 규모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그룹 잉여현금의 정상화 여부가 배터리 투자 사이클에 달려 있는 모습이다.

◇FCF 적자 원인은 LG화학…5년간 '31조' 순유출

2025년 말 LG그룹 7개 주요 계열사의 잉여현금흐름(배당액 지급 후 기준)은 마이너스(-) 4조4299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 상장사 5곳과 △LG CNS △HS애드 등 비상장사 2곳의 재무지표를 단순 합산해서 셈한 수치다.

전년과 비교하면 합산 잉여현금 적자폭이 3조원 가까이 줄긴 했지만, 그룹이 벌어들이는 영업현금보다 투자와 배당으로 지출하는 돈이 많은 구조가 4년째 이어지고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잉여현금 적자가 사실상 LG화학 한 곳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LG화학의 잉여현금은 -5조8494억원으로 그룹 전체 적자를 넘어섰다.

LG화학은 2021년 이래 잉여현금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5년간 누적된 잉여현금 적자가 총 31조원을 웃돈다.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8조원대 유입이 있었는데도 잉여현금이 순유출을 벗어나지 못한 원인은 투자규모에 있다.

LG화학의 2025년 CAPEX(유·무형자산 취득)는 13조8567억원에 달했다. 전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영업현금의 1.7배에 해당한다. 장기 추이를 보면 이 현금 부족의 기저엔 LG에너지솔루션의 2차전지 투자 사이클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2020년엔 CAPEX와 영업현금이 거의 균형을 이루면서 잉여현금이 간신히 흑자를 유지했다. 하지만 2022년 배터리 투자 본격화로 CAPEX가 8조원대로 급증했고, 2023~2024년엔 13조~14조원대로 더 뛰어 잉여현금 순유출 기조가 굳어졌다. 지난해의 경우 신규 투자를 억제하면서 지출이 소폭 줄었지만, 현금 부족을 해소하긴 모자랐다.

다만 앞으로의 추이는 나아질 수 있을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CAPEX를 전년 대비 40% 이상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추후 잉여현금 마이너스 규모가 의미 있게 축소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나머지 6개사 1.4조 순유입…LGD·LGE 플러스 전환

LG화학을 제외한 나머지 6개 계열사의 합산 잉여현금은 플러스 1조4194억원으로 전년(7132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가 나란히 잉여현금 흑자로 돌아선 상태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잉여현금은 2024년 말 6000억원대 순유출을 기록했는데 작년 말엔 2389억원이 순유입되면서 대규모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LG디스플레이가 연간 잉여현금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반등의 가장 큰 요인은 CAPEX 축소에 있다. 2025년 2조1071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대형 LCD 생산설비 가동을 종료하고 OLED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면서 대규모 신규 설비투자의 필요성이 줄어든 덕분이다.


LG전자 역시 2025년 말 잉여현금 1068억원이 순유입되면서 전년 말(-1421억원) 대비 플러스로 돌아섰다. LG전자는 잉여현금이 적자와 흑자를 반복 중인데, 변동성의 핵심 원인은 운전자본에 있다. 가전·전자부품 사업의 특성상 연말 재고 수준과 매출채권 회수 사이클에 따라 현금흐름이 크게 요동치는 구조다.

LG유플러스는 7개 계열사 중 가장 큰 잉여현금 순유입을 기록했다. 2025년 말 7005억원으로 전년(6461억원)보다 8.4% 늘었다. 2020년 마이너스 6022억원 이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5G 네트워크 투자가 일단락된 덕이다.

◇LG생활건강, FCF 5년째 감소 추세

또 LG생활건강의 경우 작년 말 잉여현금 2543억원이 순유입됐다. LG유플러스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잉여현금 규모지만 문제는 방향성이다. 2021년 4662억원을 정점으로 5년 연속 우하향이 계속되고 있다.

원인은 현금창출력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2025년 EBITDA는 4107억원으로 전년(7147억원)보다 42.5% 급감했다. 화장품 사업의 중국 매출 부진과 유통채널 재정비 등이 겹친 탓이다. 그럼에도 잉여현금 플러스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CAPEX로 나가는 돈이 적어서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의 CAPEX는 946억원에 불과해 전년(1473억원)보다도 35.8% 줄었다.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 중심의 사업인 만큼 통신이나 화학에 비해 설비투자 부담이 현저히 낮다. 다만 잉여현금 규모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뷰티사업의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LG CNS는 지난해 말 잉여현금이 1463억원으로 전년(5464억원) 대비 73.2% 급감했다. 작년 2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영향이 컸다. 주주환원을 위해 2025년 배당금(지급일 기준)을 2187억원으로 전년(1325억원)보다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또 HS애드는 LG화학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잉여현금이 순유출을 나타낸 곳이다. 지난해 매출은 줄었는데 운전자본은 오히려 늘어 영업활동현금흐름 유입 자체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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