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CFO 워치네이버

초거대AI '하이퍼클로바X' 출시에도 비용통제 자신

김남선 "CAPEX 총량, 작년 대비 늘지 않을 것", 장비 상각연한도 연장

이지혜 기자  2023-05-09 16:21:19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재무건전성 방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는 수년 동안 이어진 대규모 투자로 차입금이 불어나면서 부채비율이 급증하고 있다고 판단, 당분간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을 자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인프라 비용 통제가 관건인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 '각 세종' 구축이나 신규 사옥인 1784 건설 등 대형 프로젝트는 일단락됐다. 대규모 인수합병(M&A)도 자제할 계획이다. 그러나 올 여름 차세대 초대규모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 출시 등 AI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관련 비용이 급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핵심으로 보인다.

◇하이퍼클로바X 출시에도 CAPEX 통제 자신하는 이유

네이버는 올해 CAPEX 총량을 전년과 비슷하게 유지할 계획이다. 지난해 CAPEX는 7558억원을 기록했는데 올해도 7500억~7600억원 수준을 유지할 예정인 것으로 추산된다.

김 CFO는 전일 열린 ‘2023년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CAPEX 총량은 작년보다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예년 인프라 비용이 매출 대비 7% 내외였는데 AI 투자 수요가 늘어나도 그 정도 수준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프라 비용 등 CAPEX 관리에 만전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1분기 CAPEX도 예년 대비 적은 편이다. CAPEX로 유출된 자금은 1534억원인데 이는 전년 동기대비 6.7% 줄었다. 2021년 1분기 2218억원과 비교해도 크게 감소했다.


CAPEX에는 인프라 비용이 반영돼 있다. 최근 2년 동안 네이버가 인프라 투자에 들인 돈은 2021년 4961억원, 2022년 5806억원 등이다. 이는 전체 매출의 각각 7.3%, 7.1%에 해당한다. 네이버가 인프라 투자 비용을 매출 대비 7% 수준에서 관리해왔다는 의미다.

네이버의 비용통제 계획이 중요한 이유는 올 여름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하면서도 예년 대비 CAPEX와 인프라 비용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이퍼클로바X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이자 국내에서 최초, 최대규모의 한국어 학습량을 보유한 모델로 미국 챗GPT 최신버전인 GPT-4에 대응하는 게 목표다.

고성능 AI 모델일수록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수억개의 매개변수(파라미터)를 활용하려면 강력한 컴퓨팅 파워와 방대한 데이터를 보관하는 클라우드 설비가 필수다. 이때문에 카카오는 올 하반기 AI 서비스인 코-GPT(Ko-GPT)를 출시하기 위해 공격적 투자로 선회, AI와 관련 클라우드 비용에 2000억원이 넘는 돈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네이버가 비용통제를 강조하는 이유는 차입금 탓이다. 경기침체로 광고사업 환경은 여전히 얼어붙은 가운데 지난 5년간 데이터센터 구축, 신규 사옥 건설, AI 역량 고도화를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인프라 장비 구매와 미국 커머스업체 '포시마크' 인수 등 대규모 투자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2017년 말까지만 해도 네이버의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4109억원이었지만 지난해 말에는 4조1966억원으로 10배가량 늘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도 이를 의식한 듯 "신중한 비용통제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말로 이번 컨퍼런스콜을 시작했다.

◇AI 중심 '선택과 집중' 투자, 장비 상각연한 연장

네이버는 먼저 장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비용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김 CFO는 "당분간 유의미한 M&A 등 전략적 투자는 자제하지만 AI 등을 위한 인프라 장비 투자는 어쩔 수 없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과거보다 장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중기적으로 자본투자 규모가 현재 매출 대비 비중에서 늘어나지 않도록 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예시가 서버와 비품의 상각연한 연장이다. 네이버는 해당장비의 사용 연한을 4년에서 5년으로 늘려 225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봤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경영기조에도 부합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서버, 중앙처리장치(CPU) 등의 상각연한을 6년으로 늘려 장비사용 효율성을 높이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AI 모델의 고도화뿐 아니라 딥러닝, 머신러닝처럼 결과를 추론하고 도출하는 등 인퍼런스 관련 비용이 급증하는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네이버는 또 AI와 관련되지 않은 장비에 대해선 최대한 신중하게 투자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미래사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AI와 슈퍼팟(엔비디아의 최신 슈퍼컴퓨터) 투자 등에 따른 CAPEX는 1300억원 늘더라도 전체 매출 대비 인프라 비용이나 CAPEX 총량이 예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김 CFO는 판단했다.

그는 "AI와 슈퍼팟 투자 등은 내용연수에 따라 상각되고 네이버가 다년간 데이터센터와 AI 기술에 선제적으로 꾸준히 투자해 왔다"며 "GPU 등 AI에 들어갈 장비를 더 많이 구매하기 위해 AI에 할당되지 않은 나머지 CAPEX를 효율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