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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프렌드십 포커스

세아제강지주, 주가 견인하는 실적·신사업 모멘텀

③지주사체제 전환 앞서 해외법인 분리… 세아윈드 투자 진행 순조로워

강용규 기자  2023-08-24 15:38:17

편집자주

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기업 주주들에게 주가 상승은 보유 주식의 가치가 높아지는 직관적 주주환원이다. 주주들이 주가 관리에 실패한 경영자에게 비판의 화살을 날리는 이유다. 세아제강지주는 분할 이후 주가가 크게 상승하며 지주사체제 전환이 주주들에게 이득이었다는 점을 수치로 입증하고 있다.

세아제강지주의 주가 상승세는 시장의 일시적 투자심리보다는 실적 성과와 해상풍력 신사업 기대감 등에 의존하는 형태다.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세아제강지주 주식을 '성장성 높은 가치주'로 평가한다. 해상풍력 분야에서의 사업 성과가 가시화하면 주가 모멘텀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지분구조 설계로 낮춘 상장 자회사 실적 의존도

지주사(모회사)와 사업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돼 있을 때 지주사의 주가가 할인된다는 '지주사 디스카운트'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세아제강지주는 2018년 9월 상장사 세아제강의 인적분할을 통해 만들어진 지주사로 분할 이후 신설 사업자회사 세아제강과 동시에 상장하는 것이 확정된 상태였다. 태생적으로 지주사 디스카운트의 우려를 내포했던 것이다.

분할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세아제강지주는 지주사 주가 할인의 우려로부터 자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아제강지주 시가총액은 분할 뒤 변경상장일인 2018년 10월5일 장 마감 기준으로 1772억원이었으나 현재는 7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신설 세아제강의 시가총액은 변경상장 직후 2070억원에서 현재 4000억원 수준까지 불어났다. 시가총액 변화로 보면 사업자회사보다 오히려 지주사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분할 과정에서 세아제강지주가 설계한 지분구조 덕분으로 분석된다.

(자료=한국거래소)

세아제강지주는 분할기일에 앞선 2018년 8월 해외법인들을 관리하는 중간지주사 세아스틸인터내셔날을 신설하고 보유 해외법인들의 지분을 전량 넘겼다. 기존 세아제강의 강관 생산 및 판매 기능을 국내로 한정한 뒤 분할을 실시하면서 해외에서의 실적 성과를 세아제강지주가 직접 누리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러시아에 서방의 경제제재가 내려지면서 러시아산 에너지원을 대체하기 위한 글로벌 각국의 자원개발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이에 세아제강지주가 세아스틸인터내셔날을 통해 진행하는 해외 에너지용 강관사업도 호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세아제강지주는 연결기준 순이익 2893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세운 신기록 3763억원을 올해 재차 갱신하는 것이 유력하다고 전망된다. 그런데 이 중 세아제강의 몫은 1133억원으로 39%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세아스틸인터내셔널과 세아씨엠 등 세아제강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 자회사에서 나왔다.

세아제강지주는 상장 사업자회사 이외의 수익원을 면밀하게 준비해 지주사 디스카운트 우려를 해소하고 실적 개선을 주가 상승으로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세아윈드 투자, 또 하나의 주가 모멘텀

세아제강지주의 시가총액 변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2021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상승세가 나타난다. 이 시기는 세아제강지주가 영국 법인 세아윈드에 투자를 본격화한 시점과 일치한다. 세아윈드는 해상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 '모노파일'의 현지 생산을 위해 세아제강지주가 2021년 2월 설립한 법인이다.

세아제강지주는 분할 전인 2017년부터 해상풍력 시장을 눈독들였다. 당시는 저유가로 주력 사업인 에너지용 강관의 수요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세아제강지주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필요성이 제기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세아윈드 이전까지 세아제강지주의 해상풍력 관련사업은 투자자들에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주력 생산기지가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와 미국에 있었던 반면 해상풍력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지역은 유럽이었기 때문이다. 독일 EEW나 네덜란드 SiF 등의 현지 모노파일 생산 철강사와 비교해 세아제강지주는 운송비 부담의 약점을 지고 있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세아제강지주는 2021년 7월 세아윈드에 501억원을 출자하기로 하면서 공장 설립과 설비 구축, R&D 등 분야에 걸쳐 3년간 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자회사 세아제강을 통해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에 걸쳐 추가로 1000억원을 출자하는 등 투자계획을 순조롭게 이행 중이다.

세아윈드는 지난해 7월 공장 건설의 첫 삽을 떴으며 2024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공장에 착공하기도 전인 2021년 11월 세계 최대의 해상풍력단지 조성계획인 영국 '혼시3(Hornsea3)' 프로젝트의 모노파일을 수주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현지에서의 수요가 조기 수주로 확인되자 세아제강지주는 세아윈드의 공장 규모를 최초 연산 16만톤 규모에서 24만톤으로 확대 변경했다. 완공 전까지 대형 프로젝트를 추가로 수주해 2~3년치 일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도 세아윈드의 실적 기여 본격화를 세아제강지주 주가의 잠재적 모멘텀으로 여기고 있다.

증권사 연구원은 "유럽은 앞으로 해상풍력 설치 계획이 가장 많은 지역이고 유럽 중에서도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영국이 가장 활발한 설치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세아윈드는 영국 내 유일한 모노파일 생산 기업으로 혼시3 프로젝트만으로 적어도 1년치 이상의 수주잔고를 확보했다고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영국 티사이드에 세워질 세아윈드의 모노파일 공장 예상도. (사진=세아제강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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