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조달전략 분석

한미약품의 새 현금 유입구 '중국법인'

③작년부터 북경한미 자금 끌어와, 배당 수취액 확대 가능성 주목

박동우 기자  2023-12-05 07:38:27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한미약품이 현금을 축적하는데 기여하는 구원투수로 '중국법인'이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북경한미약품유한공사(이하 북경한미)에서 자금을 끌어오기 시작했다. 한미약품은 배당금 수령 방식으로 2년새 400억원을 확보했다.

업력 28년차에 접어든 북경한미는 영유아용 의약품 생산으로 현지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호흡기질환 치료약 판매 호조와 연구개발비 효율화 노력이 맞물리며 순이익률을 10%에서 20%대로 끌어올렸다. 북경한미 수익성 개선세를 업고 한미약품이 거둬들이는 배당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2년새 400억 유입, 연구개발비 효율화 노력

한미약품이 자금조달 활용대상으로 중국법인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북경한미에서 배당금 112억원을 받으면서 첫 발을 뗐다. 올해 수령한 294억원을 감안하면 2년간 406억원을 확보했다. 2018년 이래 5년여 동안 거둬들인 배당 567억원의 71.6%를 구성하는 금액이다.


북경한미는 1996년에 출범한 합작 기업으로 260억원을 출자한 한미약품의 소유 지분율은 올해 9월 말 기준 73.7%다. 나머지 26.3% 주식은 화윤자죽약업유한공사가 보유 중이다. 2002년에 8200㎡(2500평) 규모의 제조공장을 처음 가동한 이래 중화권을 겨냥해 의약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데 주력해 왔다.

시장 안착이 제일 과제였던 만큼 특정 품목군에서 독보적 지위를 기조를 채택했다. △유산균 정장제 '마미아이' △기침·가래약 '이탄징' △변비약 '리똥' 등의 영유아용 제품을 판매하면서 소아과 수요를 흡수하는데 공들였다. 중국 아동용 처방의약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형성하는 성과를 구현했다.

북경한미가 늘 성공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다. 2020년 당시 수익성이 위축되는 시련을 겪었다. 매출이 전년 2544억원 대비 20% 줄어든 2035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 역시 38.8% 감소한 229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려 현지 당국이 외부 활동을 제한하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적어진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경영진은 위기 국면에서 비용을 통제하는 방침을 설정했다. 신약 연구·개발(R&D)에 과다한 지출을 하지 않도록 증가율을 억제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2020년 북경한미가 집행한 연구개발비는 179억원으로 2019년 267억원 대비 33.9% 줄였다.


◇미래대비 시설투자, 순이익률 10%→20%대

'허리띠 졸라매기'에 그치지 않고 미래실적 증대기반을 조성하는 노력도 병행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언젠가 완화될 것이고 처방의약품 수요가 다시 증가한다는 전망을 토대로 내린 의사결정이다. 2021년 하반기에 584억원을 투자해 시럽제 양산 인프라를 증설했다. 분기 생산물량을 7500만병에서 2억2000만병으로 3배 늘렸다.

중국 정부가 거리두기 정책을 완화하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기 시작했고 북경한미의 실적은 정상화 궤도에 올라섰다. 감기 등 호흡기 질환 치료제 수요가 급증하면서 매출이 △2021년 2887억원 △2022년 3506억원 등으로 빠르게 불어났다. 순이익률 역시 2020년 11.3%에서 2021년 20.9%로 9.6%포인트(p) 상승했다.


이익실현 역량이 한층 탄탄해지면서 자금 조달처로서 북경한미의 역할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2021년 말 별도기준으로 한미약품의 유동성은 현금성자산 60억원에 그쳤던 만큼 계열사 활용 방안은 유용한 선택지였다. 다른 종속기업인 한미정밀화학이 2021년 49억원의 순손실을 시현했기 때문에 북경한미에서 배당을 거둬들이는 방안이 최선이었다.

북경한미를 이용한 '자본 리쇼어링(reshoring)' 기조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이 725억원으로 지난해 1~9월에 집계한 615억원보다 17.9% 많다. 순이익률 역시 같은 기간 23.1%에서 24.6%에서 1.5%포인트 오르는 등 수익성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