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에 본점을 둔 라온저축은행이 새로운 최대주주를 맞는다. 우영훈 라온저축은행 대표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90%를 KBI그룹 계열사인 KBI국인산업에 넘길 예정이다. KBI그룹은 라온저축은행 인수가 마무리 될 경우 금융업 포트폴리오를 25년 만에 다시 갖추게 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앞둔 가운데 라온저축은행의 매각가는 눈길을 끄는 요소다. 최근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았음에도, 지분 100% 기준 약 113억원에 거래됐다는 후문이다. 작년 말 자기자본을 감안하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 수준이다. 신규 인가가 불가능한 저축은행업 프리미엄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내달 매각 마무리 전망, KBI그룹 25년 만 금융업 진출 저축은행업계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라온저축은행은 KBI국인산업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KBI국인산업은 우영훈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라온저축은행 지분의 약 60%를 매입할 계획이다. 이르면 이달 중 금융당국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마무리 짓고 나머지 30%가량의 지분을 추가 인수할 예정이다.
나머지 지분은 코스닥 상장사 베셀이 인수한다. 베셀은 최근 공시를 통해 라온저축은행의 지분 7만6000주(9.5%) 매입한다고 밝혔다. 당초 베셀은 작년 7월 주식양수도계약을 맺고 라온저축은행 지분 60%를 매입해 경영권을 인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올해 4월 인수 지분을 40%로 조정했고 이달 10일엔 10% 아래로 낮췄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베셀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셀은 2022년 145억원 순손실을 시작으로 2023년과 2024년 각각 242억원, 105억원의 적자를 냈다. 반면 10% 미만 지분을 인수할 경우에는 금융당국의 별도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라온저축은행의 매각 절차가 끝난 건 아니다. KBI국인산업은 현재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고 있고, 이달 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폐기물 중간·최종처분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KBI국인산업은 2023년과 2024년 각각 280억원, 33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매각이 완료되면 KBI그룹은 금융업 포트폴리오를 25년 만에 갖추게 된다. KBI그룹의 전신인 갑을상사그룹은 갑을상호신용금고를 운영했으나, 2000년 조일상호신용금고(현 MS저축은행)에 넘긴 바 있다.
라온저축은행의 모태는 1973년 자본금 2000만원으로 설립된 구미상호저축은행이다. 수차례 유상증자를 거쳐 2018년 상호를 바꿨다. 우영훈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이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는 오너 저축은행이다. 본점은 경북 구미시에 위치해 있고, 대구 수성구에는 영업점 한 곳을 두고 있다.
◇악화한 자산건전성 지표, 인수 후 자본확충 전망 라온저축은행의 매각가는 지분 100% 기준 113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보통주 한 주당 1만4125원 수준이다. 작년 말 라온저축은행의 자기자본(109억원)을 감안하면 PBR은 1.04배 수준이다. 최근 저축은행을 둘러싼 영업 환경이 악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준수한 수준의 가격이란 평가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2020년대 초만 하더라도 저축은행을 PBR 1배 이하로 인수할 경우 '싸게 인수했다'고 평가했다"면서 "그러나 최근 2~3년간 저축은행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저축은행의 가치가 예전과 같지 않았는데, 이를 감안하면 괜찮은 가격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축은행업 프리미엄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경북 지역의 영업구역 자체는 수도권과 비교해 매력이 크진 않지만 저축은행은 신규 사업 인가가 나지 않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프리미엄이 인수가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라온저축은행의 수익성 역시 2023년부터 크게 악화했다. 연간 기준 당기순이익을 보면 2021년 21억원, 2022년 1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를 내 왔으나 2023년과 2024년 각각 44억원, 37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올 1분기에도 4억원 수준 적자를 이어갔다.
이는 대출채권에서 발생한 부실로 대손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다. 라온저축은행의 대손상각비는 2023년 52억원, 2024년 26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라온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2022년 말 71억원에서 2023년 말 202억원까지 증가했다가, 부실채권 정리에 나서면서 작년 말 155억원으로 감소했다.
자산건전성 지표가 악화하며 작년 말엔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권고를 받기도 했다. 경영개선권고는 금융당국이 금융사에 내리는 적기시정조치 중 가장 낮은 수위의 경고조치다. 작년 6월 말 기준 자산건전성 지표를 보면 손실위험도가중여신비율 28.3%, 순고정이하여신비율 15.0%, 연체율 14.7% 등으로 나타났다.
오는 8월 적기시정조치 해제도 확신하기 어렵다. 안정화되던 건전성 지표가 올 들어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특히 부실채권 정리 노력에도 불구하고 총여신이 줄어 들면서 연체율은 올 1분기 23.1%까지 오른 상황이다. KBI그룹이 라온저축은행 인수 작업을 마무리 한 뒤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본 확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