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저축은행이 매물로 쏟아져 나왔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잇따른 부동산 대출 부실로 건전성 지표는 물론 수익성도 크게 뒷걸음친 영향이다. 다만 올 들어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간 저축은행 인수합병(M&A)에 발목을 잡아 온 부실채권이 점차 정리되고 있고, 금융당국이 자율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어서다.
저축은행 인수로 얻는 이점은 뭘까. 업계는 저축은행은 수신 기능이 있는 만큼 리테일(소매금융) 영업을 확대해 안정적으로 현금창출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2020년대 초만 하더라도 저축은행은 M&A 시장 단골손님이었다. 특히 수년간 외형이 축소되며 몸값이 저렴해진 만큼 비금융사의 금융업 진출 통로로도 용이하다는 평가다.
◇늘어난 M&A 잠재 후보군, 리스트 오른 저축은행은
금융감독원 및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M&A 잠재매물로 꼽히는 저축은행은 약 20개사에 달한다. 이는 OK금융과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상인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등을 비롯해 시장에서 매물로 거론되는 저축은행과 금융당국이 제시한 M&A 기준에서 구조조정 대상에 편입된 저축은행 등을 포함한 숫자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저축은행 사태 이후 엄격히 제한했던 M&A 규제 문턱을 한시적으로 낮췄다. BIS비율이 12%(자산 1조 미만 11%)에 미달하거나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 결과 자산건전성 4등급 이하를 받은 곳을 구조조정 대상 저축은행으로 보고, 이들에 대한 영업권 확대 목적 M&A를 허용했다. 자율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작년 말 자산총액과 BIS비율을 고려한 M&A 대상 저축은행은 총 11곳에 이른다. 기준치에 미달한 저축은행은 △페퍼저축 △상상인저축 △JT친애저축 △OSB저축 △JT저축 △고려저축 △상상인플러스저축 △HB저축 △동양저축 △영진저축 △라온저축 등이다.
여기에 금융당국 경영실태평가 결과 자산건전성 4등급을 받아 적기시정조치(유예 포함)를 받은 저축은행은 △안국저축 △라온저축 △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SNT저축 △페퍼저축 △우리저축 △유니온저축 등이 있다. 이외에 시장에서 꾸준히 매물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대아저축, 대원저축, 조은저축 등이다.
그러나 실제 저축은행 M&A는 당국 취지완 달리 대형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5월 SBI저축은행은 교보생명에 지분 과반을 2026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매각해 경영권을 넘기기로 합의했다. 상상인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은 OK금융과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계열사 간 합병을 제외하면, 마지막으로 진행된 저축은행 M&A는 2022년 초다. 한빛자산관리대부(이하 한빛대부)가 대구·경북 지역 영업권역을 기반으로 하는 참저축은행을 우회적인 인수 방식으로 품에 안았다. 2021년에는 다올저축은행의 전신인 유진저축은행은 대주주 적격성 이슈가 불거졌고 다올투자증권에 매각된 바 있다.
◇낮은 PBR·수신 기능은 메리트, 금융당국 허들은 '변수'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저축은행 M&A는 활발하게 이뤄졌다. 2021년 SK증권은 MS저축은행을 인수했다. 미래그룹과 대광그룹은 2020년과 2019년 스마트저축은행과 대한저축은행을 사들였다. 비슷한 시기 한빛대부가 지분 100%를 갖고있는 사모펀드 HB투자파트너스에서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해 HB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신규 인가가 사실상 불가능해 진입장벽이 높은 동시에 지역기반 영업망이 확고하기 때문에 안정적 현금창출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79개 저축은행 체제는 2015년부터 유지되고 있다. 게다가 당시 중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딜 사이즈가 500억원~1000억원 수준으로 자금 부담이 덜하다는 점도 매력도를 키우는 요인이었다.
업계는 현재 저축은행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동시에 주요 고객인 중·저신용자의 상환 여력이 악화하면서 과거보다 더 많은 부실채권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79개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2018년 2조9924억원에서 2021년까지 3조원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2022년 이후 급증해 올 1분기 고정이하여신은 10조2291억원을 기록했다. 부실채권이 정리되며 작년 말(10조4551억원)보단 2260억원 감소했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 후에 추가 부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유상증자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NPL이 저축은행 몸값을 낮췄다"며 "업계 호황기 시절과 비교하면 주가순자산비율(PBR)도 낮게 책정될 개연이 크다"고 했다.
저축은행의 수신 기능도 보험사, 증권사, 캐피탈사 등 금융사의 관심을 끄는 요소다. 은행보단 비용 부담이 크지만 자체적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해 리테일 영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최근 대손충당금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했으나 저축은행 이자마진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다.
대형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과 비교하면 고위험 차주를 상대하기 때문에 심사만 잘 이뤄진다면 은행보다 큰 수준의 이자마진을 거둘 수 있다"며 "또 자산이 줄어든 만큼 비금융사 입장에서 과거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저축은행을 인수해 금융업에 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국도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긴 하지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 허들을 넘는 작업은 간단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호저축은행법 제10조의 6에 따라 저축은행의 대주주가 되고자 하는 자는 금융위원회에 승인을 받아야한다. 이 과정에서 인수예정자의 자금출처증빙 및 향후 사업계획에 대한 강도 높은 심사가 이뤄진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