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증권사 가운데 대신증권과 키움증권이 수익성 지표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두각을 나타냈다. 대신증권은 순이익이 크게 늘어남과 동시에 일시적 요인인 배당수익도 ROE(자기자본순이익률)와 ROA(총자산순이익률) 개선에 영향을 줬다. 반면 자기자본과 자산 규모가 큰 대형 증권사들은 중소형사 대비 ROE가 정체했다.
◇대신증권 ROE '7.6%→28.3%', 운용 수익 덕 THE CFO가 주요 증권사들의 상반기 수익성 지표를 분석한 결과, 대신증권의 ROE는 7.6%에서 28.3%로 20.7%포인트나 급등했다. ROA도 1.4%에서 5.1%로 상승하며 수익 효율성 개선세를 이어갔다. 같은 자산으로 더 많은 이익을 냈다는 의미다.
대신증권의 ROE 상승은 브로커리지와 기업금융(IB) 부문 수익 확대, 자본효율화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대신증권 순이익은 152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1051억원) 대비 44.6%나 증가한 수치다.
본업 경쟁력 확대를 의미하는 영업순수익이 크게 증가했다. 2024년 상반기 3164억원이었던 영업순수익은 1년 만에 5425억원으로 71% 뛰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운용 수익이 759억원에서 2899억원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운용 수익에는 유가증권 평가·처분 손익과 배당·분배금 순익이 포함된다. 특히 대신증권은 자회사 대신에프아이로부터 배당금 수익 2000억원을 수취했다. 또한 본사 사옥 매각 이익도 순이익 증가에 기여했다. 별도 기준 1062억원에 그쳤던 순이익은 1년 만에 4561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다만 배당금 수익과 사옥 매각은 일시적인 요인인 만큼 실질적인 ROE 개선을 위해 집중할 전망이다. 실제 대신증권은 자기자본 확충에 힘을 싣고 있다. 2021년 2조원에 그쳤던 자기자본은 2023년 3조원을 넘겼고 올해 상반기 기준 3조7033억원을 기록했다.
자기자본 4조원을 달성해 초대형 IB 지정 요건을 갖추겠다는 목표다. 지난 3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연결 기준 ROE 10%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ROE 개선은 복합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계열사 배당금 수익은 당연히 일시적인 요인이지만 브로커리지 수익과 IB 부문에서 개선된 영향이 있다. 자기자본 확대를 위해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사 '총자산회전율' 저조, 키움증권 '저비용' 수익 구조 강점 리테일 중심 증권사인 키움증권도 ROE 개선세를 이어갔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567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4525억원) 대비 25% 증가했다. ROE는 22.4%로 같은 기간 2.1%포인트 상승했다. ROA도 2.1%에서 2.3%로 올랐다.
주식 거래대금이 대폭 늘면서 온라인 브로커리지 부문 중심 수익 구조가 높은 효율성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비용 구조도 대형사보다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특히 키움증권의 최근 3개년(2022~2024년) 평균 영업순수익 커버리지는 240%에 달한다. 지점 없이 투자중개부문 위주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고정비 부담에서 자유로운 영향이다.
반면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등 자기자본 규모가 큰 대형사는 수익성 지표가 하락했다. 미래에셋증권의 ROE는 6.5%로 0.8%포인트 떨어졌으며, 삼성증권도 13.2%로 1.6%포인트 떨어졌다. ROA 역시 각각 0.7%, 1.5%로 전년 대비 소폭 낮아졌다.
대형사는 중형사 대비 자산 규모가 크기 때문에 총자산 대비 매출액 비율(총자산회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ROE는 매출액총이익률, 총자산회전율, 레버리지비율로 구성되므로 회전율 저하에 따른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대형사 중 가장 높은 ROE를 기록한 한국투자증권은 자본효율성을 유지했다. 2024년 상반기 18.7%였던 ROE는 0.1%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쳤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ROE가 높은 것은 자본 대비 수익창출력이 뛰어나다는 뜻이지만 높다고 무조건적으로 좋다고 보긴 어렵다"며 "자기자본이 작고 부채가 많으면 ROE가 높아질 수 있다. 자산회전율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