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내 은행들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앞다퉈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하며 사업 기반을 넓혀왔지만 성과는 엇갈리고 있다. 일부 법인은 현지 시장에 안착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경기 불확실성과 규제, 경쟁 심화 등으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적지 않다. 은행권 해외법인들의 실적과 경영 현황을 통해 해외 사업의 현주소를 점검해 본다.
Sh수협은행의 글로벌 진출 전략은 미얀마에 멈춰 서 있다. 미얀마를 해외 시장 진출 교두보로 삼고 현지 소액대출법인(MFI)을 세웠지만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에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미얀마 법인은 군부 쿠데타 이후 성장이 정체된 채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
수협은행은 당초 MFI 법인으로 자리를 잡고 수산금융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었다. 특히 수협중앙회 네트워크를 활용해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뻗어나갈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이런 글로벌 전략은 동력을 잃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현지 정세 영향 등에 자산·수익성 7년째 제자리
MFI 법인 마이크로파이낸스미얀마는 수협은행의 유일한 해외 네트워크다. 수협은행이 미얀마에 MFI 법인을 세운 건 수협중앙회의 영업망인 사무소가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데다가 지형적으로 해안선을 따라 수산자원이 풍부해 선박금융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앞서 수협은행은 꾸준히 해외 진출지로 미얀마를 주목했다. 당시 미얀마는 현지인들의 은행 이용률이 20% 안팎인 초기 단계여서 금융산업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혔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사금융보다 금리가 낮아 소액 대출업에 대한 수요도 높은 편이었다.
기대 속에서 탄생한 수협마이크로파이낸스미얀마는 순항했다. 출범 당시 3개였던 영업망은 추가 개점으로 현재 6개(지점)까지 늘어난 상태다. 10명 안팎에 불과했던 현지 직원은 103명까지 불었다. 총자산도 출범 첫해 46억원에서 이듬해 95억원으로 두 배가량 성장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 이어진 내전으로 경영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했다. 현지 정세로 인해 영업 활동이 제한되면서 수협마이크로파이낸스는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개점휴업 흐름은 자연스레 자산 성장 정체로 연결됐다. 출범 7년 차인 지난해 말 기준 수협마이크로파이낸스미얀마의 총자산은 89억원에 그쳤다. 출범 2년 차(95억원) 때 보다도 규모가 줄었다. 이마저도 지난 2022년 한때 70억원까지 줄었다가 회복된 자산 규모다.
◇글로벌 전략 후순위로 밀려…재가동 불투명
수협은행은 당초 미얀마 진출 초기에는 소액 대출에 주력하고 장기적으로 선박 대출 등 해양수산금융업까지 사업을 확대·특화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미얀마는 2000km에 달하는 해안선과 풍부한 수산자원을 갖고 있어 수산금융 노하우를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모회사인 수협중앙회와 협업해 수산기술과 수산금융을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었다. 나아가 수협중앙회 네트워크를 활용해 태국과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인근 동남아 지역으로 거점을 확장하는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미얀마 법인이 안착하지 못하면서 구상이 무너졌다.
앞선 수협은행의 글로벌 전략은 사실상 폐기된 상태다. 대신 수협은행은 국내에서의 내실 강화와 외연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은 후순위로 밀려났다. 실제 글로벌 사업 전담 부서도 부재한 상황이다. 마이크로파이낸스미얀마는 수산해양금융부 산하 채널 전략팀이 관할하고 있다.
글로벌 전략의 재가동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시 글로벌로 눈을 돌리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수협은행은 국내에서 규모를 더 키우는 게 우선"이라며 "해외 사업에까지 공을 들일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미얀마 법인의 안정세·성장세가 확인되면 자본 증자 및 추가 지역 진출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