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경영전략 수립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이끌어 내는 주요 경영진 중 한 명이다. 투자와 자원의 배분, 내부통제 등을 관장하는 만큼 이사회와 사내외 겸직, IR 등의 활동도 활발하다. 이처럼 좁게는 재무부터 넓게는 기획까지 책임지는 CFO의 역할과 권한, 영향력을 THE CFO가 살펴본다.
SH수협은행(이하, 수협은행)은 수협중앙회에서 분리된 이후 자본건전성 개선과 비은행 금융사 인수합병(M&A) 등을 주요 전략으로 추진해왔다. 2024년 출범한 신학기 행장 체제에서는 이 같은 전략에 속도가 붙고 있다. 경영그룹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겸임 중인 도문옥 수석부행장의 역량과 활약이 중요한 시기다.
도 수석부행장은 2024년 12월 신 행장 체제의 출발과 함께 경영전략그룹장 겸 CFO에 올랐다. 경영전략그룹장과 CFO를 맡기 전까지 도 수석부행장은 정통 수협맨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1994년 수협중앙회에 입회한 뒤 30여년 동안 리스크관리부 신용리스크팀장과 낙성대역·신정동지점장, 투자금융본부장 등을 거쳤다. 2023년에는 지속경영추진본부장을 맡아 수산해양금융과 경영지원 업무를 총괄했다.
2024년 말 임명된 이후 1년 반 이상이 지난 만큼 도 수석부행장은 신 행장과 함께 첫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신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가운데 업계는 도 부행장의 연임에도 주목하고 있다. 수협은행의 수석부행장이 행장과 사실상 동일한 성과 평가지표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수협은행은 신 행장, 도 수석부행장 체제에서 지난해 3000억원대 세전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신 행장이 연초 세웠던 연간 세전순이익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이를 통해 수협은행은 3년 연속 연간 3000억원대 세전순이익 유지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세전순이익은 전년 대비 3.4% 증가했는데 재무 등 전반적인 건전성 개선에 따라 충당금전입액이 크게 감소한 영향이 컸다.
앞선 실적 달성에는 신 행장의 경영 성과 외에도 도 수석부행장의 활약도 컸다. 올해 2월 수협은행과 도 수석부행장은 숙원이었던 내부등급법 도입을 금감원으로부터 최종 승인 받았다. 내부등급법도입은 수협은행이 2016년 수협중앙회에서 분리된 이후 10여년간 공들여온 과제인데 도 수석부행장이 마무리를 짓는 데 성공했다.
내부등급법은 금융사에서 평가한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자체 추정한 부도율 등을 적용해 위험가중자산(RWA)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표준등급법 대비 RWA가 낮게 산출되는 효과가 있다. 이로 인해 RWA를 핵심 분모로 쓰는 보통주자본비율(CET1) 등의 건전성 지표도 개선된다.
수협은행은 내부등급법 도입 이후인 올해 1분기 말 CET1 비율 15.97%를 기록했다. 이는 표준등급법을 적용했던 지난해 동기 대비 3.8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같은 시기 국내은행 평균 CET1 비율인 13.41%보다 2%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도 수석부행장은 M&A에서도 성과를 냈다. 수협은행은 지난해 9월 200억원대 투자를 통해 트리니티자산운용 인수를 결정했다. 인수 완료 이후에는 SH수협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SH수협자산운용은 수협은행의 첫 번째 비은행 금융자회사다.
비은행 금융자회사 인수는 금융지주 전환을 노리는 수협은행과 수협중앙회의 주요 과제 중 하나였다. 이는 지난 2022년 말 공적자금 조기 상환 이후 설계된 미래 청사진에서 제시된 내용이었다. 현실적인 제약 등이 겹치면서 지난 3년간 속도를 조절했지만 SH수협자산운용이 산하에 편입되면서 마일스톤 충족에 성공했다. 현행법상 금융지주사를 설립하려면 2개 이상 금융업권의 회사가 계열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도 수석부행장이 자본건전성 개선과 M&A 등에서 성과를 내긴했지만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남아있다. 대표적인 부분이 SH수협자산운용과의 시너지 모색이다. SH수협자산운용은 수협은행에 인수됐던 지난해 10억원 수준의 적자를 냈다. 인수된지 약 3개월밖에 안된 시점임을 감안할 필요는 있지만 인수 이후의 시너지 창출 성과가 중요한 만큼 올해는 가시적인 실적 개선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수협은행 본연의 실적 개선도 수석부행장에게 연관된 과제다. 수협은행은 지난해 연간 3000억원 세전순이익을 기록하긴 했지만 연간 이자이익이 전년 대비 1% 감소했다. 아울러 수수료이익도 88억원에 그쳐 같은 기간 약 58% 감소했다. 이자이익의 감소는 최근 은행권 전반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감안할 수 있지만 비이자수익의 핵심인 수수료이익은 향후 확대가 필요한 영역인 만큼 개선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