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류재철호'가 안정적으로 안착한 데는 김창태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이 적잖았다는 후문이다. 그는 조주완 최고경영자(CEO) 시절부터 신사업 추진, 인도법인(LGEIL) 상장 등을 견인하기도 했다.
현시점에서 최대 과제로 원가 부담 최소화가 꼽힌다. 물가 상승, 전쟁 등 여파로 전반적인 비용이 급등하면서 재무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주주환원까지 병행해야 한다. 그간 성과와 직면한 임무 수행 여부가 김 CFO의 다음 행보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 성공 DNA 이식, 자사주 활용돌입 김 CFO는 1995년 LG전자 입사 이래 LG그룹을 벗어나지 않았다. 지주사와 LG이노텍 등을 거치면서 '재무통'으로 성장해왔다. 특히 LG이노텍에서의 경력이 눈에 띈다.
그는 재무팀장, 경영진단담당을 역임하면서 LG이노텍의 체질 개선을 주도했다. 이후 LG경영개발원을 거쳐 LG이노텍으로 복귀하면서 당시 정철동 CEO(현 LG디스플레이 CEO)와 LG이노텍의 성공 신화를 쓴 인물로 여겨진다.
실제로 LG이노텍은 애플, 테슬라 등 빅테크와 밀접한 관계를 이어가면서 그룹 내 주요 계열사로 부상한 상태다. 한동안 LG전자의 실적 부진을 상쇄해주는 효자 노릇까지 했다.
LG이노텍에서 호흡을 맞추던 정 CEO와 김 CFO는 2023년 말 정기인사에서 각각 LG디스플레이, LG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다소 부침을 겪고 있던 양사에 구원투수 격으로 선임된 것이다.
배두 전 부사장 후임으로 오게 된 김 CFO는 LG전자로 금의환향하면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LG이노텍에서처럼 최고리스크책임자(CRO)를 겸직하게 됐다. 그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 CFO가 합류하면서 LG전자도 큰 변화를 겪었다. LG전자는 2010년 말 경영 위기 당시 구본준 전 부회장(현 LX홀딩스 회장)이 단독 대표이사를 역임한 뒤로는 △구본준·정도현 △정도현·조성진·조준호 △조성진·정도현 △권봉석·배두용 △조주완·배두용 등 복수의 대표이사로 경영 체제를 꾸려왔다. 조성진 전 부회장과 배 전 부사장이 일시적으로 원톱 체제를 운영한 정도였다.
이는 류 CEO 체제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김 CFO는 전반적인 경영보다는 재무 영역과 리스크 관리 측면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 CFO는 LG이노텍에 이어 LG전자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IR 담당 임원이 수행하던 실적 컨퍼런스콜 메인스피커를 자처한 데 이어 LGEIL 기업공개(IPO)를 완수했다. 이를 통한 구주매출 대금 유입까지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지난해 LG전자의 창사 첫 자사주 소각도 김 CFO가 진두지휘했다. 올해도 LG전자는 1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완료했다. 앞선 주주환원정책 이행 차원이다. 내년에도 1000억원 안팎의 주주환원이 실행될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작년 말 CEO가 교체되던 와중에 김 CFO가 자리를 지키면서 경영 전략의 연속성을 부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전, TV에서 냉난방공조(HVAC), 전장, 로봇 등으로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김 CFO가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양한 숙제를 끝낸 김 CFO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매년 원재료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마케팅 경쟁 심화, 희망퇴직 및 인센티브 조율 등 복합적인 이슈가 기다리고 있어서다.
올 상반기 LG전자의 원재료 및 상품 등 사용액은 30조3067억원으로 집계됐다. 30조원을 넘어선 건 처음이다. 기존 사업 수익성이 악화한 상태에서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신사업 활성화를 위한 실탄을 마련하기 힘들다.
◇내년 3월 임기 만료, 연임 가능성 촉각 김 CFO의 넥스트 스텝도 관전 포인트다. 그의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그동안 대형 프로젝트를 하나둘씩 성사시켜왔으나 재무통을 내부 육성하는 그룹 특성이 변수다.
LG그룹에서는 2023년과 2025년 계열사들의 CFO 연쇄 이동이 벌어진 바 있다. CFO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기에 맞춰 자리를 맞바꾸거나 세대교체하는 구도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은 외부에서 재무통을 영입하기보다는 보스턴대와 글로벌 CFO 양성과정을 운영하는 등 자체적으로 CFO를 육성하는 전략을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김 CFO의 이동 가능성도 제기된다. 류 CEO 부임 1년이 지난 만큼 새 CFO가 부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여러 미션이 남은 만큼 김 CFO가 연임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