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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지분가치 트래커

'후계자 입지 구축' 궤적 따라간 ㈜LG

구광모 회장 주식평가액 10년새 '5000억→2조' 증가, 급증 뒷받침 '상속'

박동우 기자  2023-07-24 17:39:18

편집자주

오너(owner)는 '소유자'다. 보유한 주식을 매개로 회사 또는 기업집단의 경영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상장사 지분은 경영 승계 재원 마련, 상속세 납부 등 오너의 선택에 기여한다. 보유 주식가치 추이를 들여다보면 기업이 지나온 궤적을 살필 수 있다. 경기 변동 등 외부적 요인과 인적 분할, 대규모 투자, 공급계약 체결, 실적 발표 등 기업 내부 요인이 복합 작용한 산물이 '주가 등락'이기 때문이다. THE CFO는 재계 기업집단 총수가 보유한 상장 계열사 지분가치 변화와 기업이 직면했던 사건을 연관지어 추적해 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이 보유한 상장사 지분 가치가 달라지는 궤적을 따라가면 후계자로서 입지를 구축하는 과정이 드러난다. 10년새 구광모 회장이 소유한 ㈜LG 주식 평가액은 5000억원에서 2조원 수준으로 4배 증가했다.

꾸준하게 지분을 매입한 노력과 맞물려 주식 평가 가치가 계속 늘었다. 평가액의 급증을 뒷받침한 결정적 요인은 '상속'이었다. 구본무 선대 회장과 구자경 명예회장의 주식을 대거 물려받으며 구 회장은 LG그룹 총수로 확고한 지위를 형성했다.

◇초기 지분매집 원동력 '희성그룹'

구 회장이 현재 보유한 ㈜LG 주식 물량은 2509만6717주다. 지분율은 15.95%다. 이달 24일 기준 주식 평가액은 2조1909억원으로 나타났다. 10년 전과 견줘보면 보유 주식 가치가 4배 넘게 불어났다. 2013년 말 소유 지분 가치는 5344억원에 그쳤다.

주식 평가액이 차츰 불어나는 과정은 구 회장이 LG그룹 경영권을 승계한 길과 맞닿았다. 고(故) 구본무 선대 회장이 2004년에 그를 양자로 입적하며 서막을 열었다. LG전자에 몸담으면서 현업을 익히는 동시에 ㈜LG 지분을 꾸준히 사들였다.

구 회장이 ㈜LG 지분을 확보하는데 희성그룹을 발판으로 활용했다. 구 회장은 2000년대 초반 희성전자 지분을 팔아 얻은 금액과 배당 등을 종잣돈 삼아 ㈜LG 주식을 매입했다. 덕분에 구 회장의 ㈜LG 지분율은 △2003년 말 0.27% △2004년 말 2.8% △2006년 말 2.85% △2007년 말 4.45% 등으로 계속 상승했다.

2014년에는 친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구 회장에게 190만주를 물려줬다. 증여에 힘입어 구 회장의 ㈜LG 주식 보유 물량은 2013년 말 834만9715주(4.84%)에서 2014년 말 1024만9715주로 불어났다. 지분 평가액도 같은 기간 5344억원에서 6273억원으로 한층 많아졌다.


◇'구본무·구자경' 별세, 지주사 최대주주 변화

보유 주식 가치가 급격히 늘어난 시점은 2018년이다. 당시 구본무 선대 회장이 타계하면서 양자였던 구 회장에게 1500만주 넘는 ㈜LG 지분(8.76%)을 상속했다. 2588만1884주(15%)를 갖게 된 구 회장이 ㈜LG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계기였다. 같은 해 12월 말 소유 주식 평가액은 1조8091억원으로 2017년 말 9791억원과 견줘보면 84.8% 많은 규모였다.

상속에 따른 지분 가치 확대의 순간은 한 차례 더 찾아왔다. 2019년 12월에 구자경 명예회장이 별세했기 때문이다. 2020년에 조부가 갖고 있던 주식 164만8887주를 받았다.

구 회장의 지분율은 15%에서 15.95%로 높아졌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풀린 시장 유동성이 ㈜LG 주가 상승에도 영향을 끼쳤다. 2020년 말 구 회장의 보유 지분 평가액이 2조4089억원까지 불어났다.


주식을 대거 물려받은 구 회장은 7000억원 웃도는 상속세를 납부하는 현안에 직면했다. 비상장 계열사 보유 주식을 처분하는 방안을 실행하며 첫 발을 뗐다. 2018년 10월에 구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판토스(현 LX판토스) 지분 19.9% 일체를 미래에셋 프라이빗에쿼티(PE)에 매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처분 대금으로 1459억원을 확보했는데, 구 회장이 얻은 금액은 546억원이었다.

주식 담보 대출 역시 상속세를 낼 재원을 마련하는데 적절한 해법이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구 회장이 금융권에서 빌린 금액은 177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증권금융(1410억원)과 대신증권(360억원)이 차입처다. 보유한 ㈜LG 주식의 12.8% 규모인 320만8986주를 담보로 설정했다.

◇'상속회복청구' 소송 민감도 높은 ㈜LG 주가

2020년 2조4089억원을 정점으로 구 회장의 보유 지분 가치는 감소 흐름을 이어갔다. △2021년 말 2조303억원 △2022년 말 1조9600억원 등으로 나타난 대목이 방증했다. 2021년에 인적분할 방식으로 ㈜LG에서 LX홀딩스가 분리됐고 구 회장이 소유한 지주사 주식이 2509만6717주로 243만주가량 줄어든 요인 등이 작용했다.

무엇보다 주가 하락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2021년 5월에 12만원을 웃돌았던 ㈜LG 주식 가격은 점차 낮아져 2022년에 7만원선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주가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구 회장은 '배당 지급액 확대' 등의 주주환원책을 모색했다.

구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기 직전 해인 2017년만 하더라도 ㈜LG의 연간 배당액은 2287억원이었다. 이후 △2018년 3517억원 △2020년 4396억원 △2022년 4745억원 등으로 해마다 우상향했다. 지난해에는 계열사들로부터 받은 배당금 수익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수익원까지 주주 환원에 쓰겠다는 기조를 설정했다. 2024년까지 5000억원 규모로 자사주를 취득하겠다는 정책도 수립했다.

주주 친화책에도 ㈜LG 주가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역설적이게도 주가 민감도가 높은 이슈는 구본무 선대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 등이 제기한 '상속 회복 청구' 소송이었다. 올해 1월 초 7만6600원에 그쳤던 주가(종가 기준)가 4월에 9만3500원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영향을 받아 구 회장의 보유 지분 가치는 같은 시기 1조9224억원에서 2조3465억원으로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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