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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해운업 풍랑 속 남긴 '명암'

③조수호 전 회장 사후 17년째 진두지휘…미등기 재직은 한계

김소라 기자  2024-02-01 08:02:31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해운·운송 그룹 '유수홀딩스' 최은영 회장은 올해로 17년째 회장 직함을 달고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남편인 고 조수호 한진해운 전 회장이 2006년 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직후부터다. 이전엔 경영에 관여치 않던 최 회장은 이를 계기로 전면에 나섰다. 이후 10여년에 걸쳐 지배구조 변동, 계열 분리 등 굵직한 변화를 겪어왔다.

해운업의 격랑 속에 유수홀딩스의 거버넌스와 사업구조 변화는 신속히 이뤄졌다. 최 회장 취임 이듬해인 2008년 글로벌 해상 운임 지수가 폭락하며 정상적인 사업 영위가 어려워졌던 것이 시발점이 됐다. 매출 확보부터 난항을 겪으며 손실은 누적됐고 지주사 유수홀딩스(구 한진해운홀딩스)와 한진해운 간 지분 연결 고리도 끊겼다. 최 회장은 이후 오롯이 유수홀딩스 경영만 도맡았다.

유수홀딩스는 한진해운을 근간으로 출범했다. 2009년 인적 분할 방식의 지주사 전환으로 설립된 한진해운홀딩스가 모태다. 2014년 그룹 한진으로부터 계열 분리 전까지 약 5년간 한진해운을 종속회사로 두고 직접 지배해왔다. 이 시기 동안 최 회장은 오너 일가이자 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며 주요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유수홀딩스는 사실상 한진해운의 명맥을 잇고 있다. 본래 한몸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다. 해운·운송 사업을 전문적으로 영위하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회장직은 조수호 전 회장에서 그의 부인인 최 회장으로 그대로 이어져 현재 유수홀딩스까지 유지되고 있다. 외형과 세부 지분구조 등은 당초 모습과 달라졌으나 알맹이는 계승되는 그림이다.

당시 인원도 다수 포진해 있다. 2007년부터 회장직을 역임한 최은영 회장을 비롯해 한진해운 출신 인사가 유수홀딩스 요직을 맡고 있다. 현재 유수홀딩스의 유일한 사내이사인 송영규 부사장이 대표적이다.1988년 입사한 송 부사장은 유수홀딩스가 그룹 한진에서 계열 분리되기 직전까지 약 25년간 한진해운에 몸 담았다. 그는 유수홀딩스 및 핵심 자회사 '유수로지스틱스', '싸이버로지텍' 등에서 모두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최 회장은 현재 그룹 비즈니스 전반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근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만큼 경영상 주요 의사 결정과 방향 제시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내부 기업 문화 상 과거부터 오너가 무책임하거나 방만하게 경영하는 경우는 없었다는 게 유수홀딩스 측 입장이다.


보수는 넉넉히 수령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최 회장을 비롯한 미등기 임원 전체 평균 보수 수령액은 2억3000만원이다. 같은 기간 유일한 등기 임원인 송영규 대표가 1억3000만원을 보수로 가져간 것과 비교하면 많은 수준이다. 5명의 미등기 임원은 이 기간 총 11억60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다만 최 회장이 현재 미등기 상태로 재직 중인 점은 한계로 꼽힌다. 책임 경영 측면에서 오너의 등기 임원 재직 여부는 주요한 판단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측면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매년 총수일가 등기이사 등재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임원으로 재직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되 경영상 책임을 피하는 식의 행태를 막기 위해서다.

최 회장은 2019년부터 계속해서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직전 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생긴 변화다. 이 시기 경영 공백이 생긴 것은 최 회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탓이다. 그는 2017년 한진해운 파산 직전 주식 보유분을 처분,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최 회장, 송 대표 공동 대표 체제에 변화가 생긴 후 현재까지 송 대표 단독 대표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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