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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그룹 핵심' 삼성전자, 반도체 재고 증가폭 둔화 '숨통'

①재고증가 13조→3조로 개선, 운전자본 부담 완화…시설투자 매년 50조 이상

원충희 기자  2024-03-29 16:16:47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불경기로 인해 실적 부진을 겪었다. 가전·스마트폰과 전장 및 디스플레이 자회사들 덕에 적자를 면했지만 시설투자 등에 연간 50조원 넘는 돈을 쏟아 붓는 만큼 자회사들로부터 배당, 차입 등으로 자금을 끌어와야 했다.

특히 반도체가 팔리지 않아 재고로 계속 쌓이면서 전체 재고가 50조원을 돌파했다. 다행히 지난해 하반기 들어 재고 증가 폭이 크게 둔화되면서 부진 탈출의 청신호가 켜졌다.

◇재고 51조 중 반도체가 30조, 증가 폭은 둔화

삼성전자의 연결기준 재고자산은 2021년 말 41조3844억원이었으나 2022년에는 10조원가량 급격히 불어난 52조1878억원을 기록했다. 다행히 작년에는 51조6258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이 가운데 30조원가량이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서 나왔다. DS부문은 반도체 등 부품사업을 담당하는 사업부다.

실제로 DS부문의 재고자산은 2021년 말 16조4551억원이었지만 2022년에 29조576억원, 작년 말 30조9987억원으로 급증했다. 삼성전자의 재고 급증의 주요인이 반도체라는 뜻이다. 2022~2023년까지 이어진 글로벌 반도체 불경기가 가장 큰 요인이다.

반도체는 제조공정 특성상 24시간 풀가동한다. 제조라인을 한번 멈추면 다시 가동시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불경기가 오면 재고가 큰 폭으로 쌓인다. 보관료와 더불어 하락한 반도체 판가로 평가됨에 따라 충당금 손실이 반영된다.


작년 말 연결기준 삼성전자는 7조3961억원의 재고자산 평가충당금 손실을 입었다. 전년충당금 손실이 4조3191억원, 2021년에는 1조8930억원이었다. 해마다 충당금 손실이 늘어났다.

무엇보다 재고가 쌓이면 현금이 대거 묶이면서 운전자본 부담이 커진다. 2021년 삼성전자의 재고자산 증감은 9조7123억원이었다가 2022년 13조311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다행히 작년 들어 3조2066억원을 기록, 증가세가 둔화됐다. 하반기 재고 밀어내기에다 반도체 경기가 풀리면서 활로가 뚫렸다.

◇차입·배당수익으로 50조 마련, 별도기준 순차입 상태로 전환

반도체는 대표적인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매해 연간 50조원이 넘는 자본적지출(CAPEX)을 감내했다. 문제는 지난해 반도체 영업 부진과 이에 따른 재고 증가 등으로 인해 자체 영업현금흐름 내에서 이를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삼성전자는 차입과 배당으로 이를 해결했다.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1조원을 빌려왔고 해외법인들에게 29조원 규모의 배당을 끌어왔다. 50조원 가량의 현금을 마련한 덕분에 CAPEX 문제를 수월히 넘겼다. 그럼에도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91조원, 차입금을 제한 순현금은 79조원에 이른다.

물론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은 6조원 수준으로 연결기준과 큰 차이를 보인다. 대부분의 현금이 해외자회사 등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빌린 21조원 탓에 그간 순현금을 유지하던 별도기준 곳간이 작년에는 22조원 순차입 상태로 전환됐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연결자회사라 연결재무제표에는 이 부분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삼성전자는 2024~2026년 3개년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다. 연간 9조8000억원을 정규 배당하겠다는 게 골자다. 삼성전자가 분기배당을 실시하는 점을 감안하면 분기당 2조4500억원을 현금 배당해야 한다. 즉 올해는 영업현금창출력 회복이 무엇보다 급선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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