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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자본확충 돋보기

'자본잠식' KDB생명, 고강도 체질개선 불가피

잇단 산은 유증에도 악순환 고리 여전…저축성 대신 보장성 전환 중요

정태현 기자  2025-06-24 07:47:52

편집자주

보험사 자본관리 과제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회계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금리와 환율 등 거시경제지표의 변화 역시 우호적이지 못하다. 이익 창출능력만으로는 자본의 적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힘에 부치는 보험사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들의 선택은 외부로부터의 자본확충이다. 보험사별 자본확충 활동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별 자본관리 전략의 방향성을 조망해본다.
한국산업은행이 KDB생명보험의 자본 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KDB생명도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 산업은행뿐만 아니라 금융당국과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 KBD생명의 고강도 체질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KDB생명이 십수년 전부터 팔아온 고금리 저축성 보험이 금리 인하기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산은의 유상증자뿐만 아니라 KDB생명이 보장성 보험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데 근거가 되고 있다.

◇1분기말 자본 -1348억, 감소세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KDB생명에 유상증자를 지원하기 위해 실사를 하고 있다. 증자 규모는 실사 결과에 따라 바뀔 전망이다.


업계는 KDB생명의 자본 잠식을 해소하고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을 권고치 이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산은이 9000억~1조원가량을 투입해야 한다고 추정한다.

KDB생명의 자기자본은 1분기 말 마이너스(-) 1348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채 17조9888억원이 자산 17조1489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KDB생명의 자기자본은 2023년 말 3856억원과 지난해 말 613억원에 이어 빠르게 감소했다.

KDB생명이 자본 잠식만으로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지정되진 않았다. 지급여력(킥스·K-ICS)비율이 100% 미만이거나 경영실태평가 3등급 미만이라는 발동 조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원칙적으론 산은의 유상증자나 KDB생명의 자본 관리에 개입할 명분이 없다.

하지만 금융당국 내부적으로 두 곳에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산은의 유상증자만으론 잇단 자본 잠식이라는 KDB생명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낼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다.

KDB생명의 자본 총계가 위태로웠던 순간은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매번 산은이 나서 문제를 해결했다. 산은이 KDB생명에 투입한 자금은 2010년에 투자한 금호생명(현 KDB생명) 인수자금 4800억원을 포함해 총 1조5500억원가량이다. 이번 증자를 합치면 2조500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이 최근 산은의 유상증자 계획을 보고받은 뒤 증자 외 대책도 함께 검토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피력한 것이다.

◇금호생명 때 집중한 고금리 계약 부메랑

1분기 자본이 잠식된 건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1조3554억원가량 대규모 손실난 영향이 컸다. 1분기 만에 손실액이 1946억원 증가했다.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시장 금리 변동으로 달라지는 자산·부채 평가액을 반영한 자본 계정이다. 보통 보험사는 금리 민감도가 자산보다 부채가 길어 금리가 내리면 부채가 자산보다 빠르게 증가한다. 보험사는 이러한 자본 변화를 기타포괄손익누계액 감소로 계상한다.

업계는 KDB생명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 변화가 큰 건 오랜 기간 연금·저축성 상품을 판매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상대적으로 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금호생명 때부터 팔아온 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1분기 KDB생명의 보험계약부채 중 연금·저축 부문은 55%에 달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은 과거 금호생명 시절부터 고착화된 저축성 중심 구조를 보장성으로 반드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생명보험사의 대안으로 여겨지던 단기납종신도 사실상 판매가 어려워진 만큼 적극적으로 제3보험 판매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DB생명 관계자는 "현 상황을 조속히 해결하고자 금융당국, 한국산업은행과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며 "상품과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도 다양화해 견고한 수익을 창출하도록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KDB생명의 자본 잠식으로 고금리 저축성보험 재매입 제도가 다시 관심받고 있다. 계약 재매입 제도는 고객이 보험 환급금에 웃돈을 더 받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허용하는 걸 말한다. 보험사의 부채 변동성을 줄여주기 위해 금리가 인하하던 시기에 논의됐다. KDB생명처럼 고금리 부채 비중이 큰 곳에 한해 한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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