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택 전 DGB생명(현 iM라이프) 전무
(사진)가 KDB생명에 합류했다.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전략기획부문을 총괄한다. KDB생명은 재매각 시도에 앞서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재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KDB생명의 CFO 영입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선 상황에 맞는 최적임자를 선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전무는 이례적으로 생명·손해보험 양 업권에서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와 CFO 등을 두루 거치며 재무관리 능력을 입증한 인물이다.
◇생·손보 CFO 역임한 정진택 전무 영입 KDB생명은 정 전무를 전략기획부문 총괄 전무로 신규 선임했다. 임기는 2027년 5월 7일까지다. 전략기획부문장은 전략기획팀, 회계팀 등을 이끌며 회사의 재무, 회계와 신사업 포트폴리오 등 중단기 사업을 계획하는 역할을 한다.
정 전무는 전략기획 관련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다. 1969년생으로 한화손해보험의 전신인 신동아화재해상보험에 입사해 30년 이상 보험업계에 몸담았다. 계리, 리스크관리, 재무 파트를 거쳐 CRO에 이어 CFO까지 두루 경험했다.
이후 iM라이프 전신 DGB생명으로 이동하면서 이례적으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양 업권 회사의 CFO를 역임했다. KDB생명이 재매각에 나서기 전 재무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검증된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KDB생명의 재무 상태는 그간 매각 작업의 큰 장애물이 돼왔다. 강석훈 산은 회장도 기자 간담회에서 "신지급여력(K-ICS)제도 전환 과정에서 KDB생명에 투입해야 할 자본이 예상보다 커진 게 (매각 실패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부터 KDB생명을 관리하고 있는 모회사 산은은 6차례나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불발됐다. 이후에도 KDB생명 인수 의사가 있는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산은은 재무 건전성 등 체질 개선을 위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재매각 앞서 자본적정성 등 재무 상태 개선 숙제 산은은 재무 구조 등을 개선한 이후 재매각을 추진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가 재매각 시도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CFO로서 정 전무의 핵심 과제도 단연 재무 상태 개선이다.
현재 KDB생명의 재무 상황은 개선이 시급하다. 지난 3월 말 기준 자산총계는 17조8540억원, 부채총계는 17조9888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결산 기준 613억원이던 자본총계는 -1348억원으로 감소했다.
자본총계에는 신종자본증권 2410억원이 포함돼 있다. 이를 고려해 신종자본증권 제외 시 회사의 실질적인 자본총계는 -3758억원이 된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기자본으로 분류되나 향후 갚아야 할 부채로 평가된다.
장부상 손실로 당장의 지급여력 및 유동성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 다만 심각한 재무적 문제가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할인율과 금리 인하 등의 영향이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회사의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실패에 있다.
문제가 회계상에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지급여력이 보험계약자에 보험금을 내주는 측면에선 괜찮은 수준이다. 다만 이는 위험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경과조치를 감안한 것이다. 회사를 인수할 원매자로선 경과조치를 제거한 자본적정성이 중요한데, KDB생명의 관련 지표인 킥스비율은 적정 수준 미달이다.
원매자가 향후 인수 후 충당해야 할 자금 부담이 크다. 지난해 결산 기준 KDB생명의 경과조치 전 킥스비율은 52.99%다. 가용자본과 요구자본은 각 7149억원, 1조3490억원으로 적기시정조치 기준 100%를 넘기려면 6341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후순위채 중도상환 요건이 될 130%까지는 약 1조351억원이 투입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