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국저축은행은 서울 영업권역의 1세대 저축은행이다. 총자산 3578억원으로 몸집은 작지만 2015년부터 매년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알짜 매물로 꼽힌다. 꾸준한 흑자로 이익잉여금을 쌓아 자기자본은 1149억원까지 늘었고, 자본적정성 지표인 BIS비율은 38.0%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다만 매각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현대자산운용과의 소송이다. 2020년 현대자산운용은 민국저축은행 지분 100% 인수를 위한 SPA(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장기간 지체되자 민국저축은행의 대주주는 현대자산운용에 SPA 해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자기자본 1148억원, BIS비율 38%로 업계 '2위' 민국저축은행의 모태는 1972년 설립된 민국무진으로 이듬해 상호신용금고 업무를 개시했다. 2002년 상호저축은행으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현재 간판을 달게 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비롯해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 등에도 최대주주 변경없이 오너 경영을 이어 왔다.
최고경영자(CEO)인 양현근 대표는 오너 2세 경영자다. 1997년부터 약 28년간 민국저축은행을 이끌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민국저축은행의 지분을 보면 양현근 대표(51.9%)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건실한 저축은행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민국저축은행의 총자산은 올 1분기 3578억원으로 업계 60위다. 그러나 2014년 11억원의 적자를 낸 이후 2015년부터 작년까지 10년 동안 매년 흑자를 내 왔다. 2018년엔 102억원의 최대 순익을 냈고, 업황이 악화한 2023년과 2024년에도 각각 8억원, 4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기업금융 특화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총여신(2241억원)에서 기업대출(2174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97%에 달할 정도다. 유가증권 담보대출 등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건설업 대출 비중은 23%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자본적정성 지표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올 1분기 BIS비율은 38.0%로 79개 저축은행 중 스타저축은행(39.5%)에 이은 2위다. 위험가중자산(RWA) 규모는 3019억원 수준으로 자산 대비 적은 규모는 아니지만, 이익잉여금을 중심으로 자기자본을 꾸준히 확대해 온 덕이다. 올 1분기 자기자본(1148억원) 중 이익잉여금은 986억원에 이른다.
매물로서 가장 큰 매력은 서울 영업권이다. 민국저축은행은 현재 중구 본점 외에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영업점 한 곳을 두고 있다. 상호저축은행법은 영업권역을 서울, 인천·경기,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강원, 광주·전남·전북·제주,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6개로 나누고 있는데, 인구가 집중된 서울은 영업 확대 측면에서 이점이 크다.
◇2019년 매각 추진, 현대자산운용 대주주 적격 승인 지연 다만 민수저축은행 매각에는 큰 걸림돌이 있다. 현재 민국저축은행의 주주들은 현대자산운용 측에 SPA 해지를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금액은 계약금에 2배에 달하는 200억원이다. 현대자산운용 측은 SPA 해지가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현재 1심에서 계류 중인 소송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소송전의 시작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6년생인 양 대표가 2019년 고령에 접어 들면서 민국저축은행의 매각을 결정했다. 특히 높은 상속세 부담이 결정적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의 경우 오너가 경영권을 물려줄 경우 현행 세법에 따라 기본 상속세 50%에 경영권 할증과세가 붙어 최대 65%까지 상속세를 내야 한다.
민국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왔을 당시 가장 의욕적으로 뛰어든 건 현대자산운용이다. 민국저축은행 인수에 보증금을 걸어둔 채 기업실사(Due Diligence)를 진행할 만큼 확고한 인수의지도 내비쳤다는 후문이다. SPA 체결에 앞서 2019년 8월 현대자산운용의 모회사인 무궁화신탁은 민국저축은행 인수 관련 업무협약(MOU)까지 체결했다.
이듬해 3월 현대자산운용은 민국저축은행의 주주들과 지분 100% 인수를 위한 SPA를 체결했다. 계약금으로 100억원을 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넘으면 남은 잔액을 지불할 계획이었다. 통상 계약금이 인수액의 10%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체결된 SPA 기준 지분 100% 몸값은 1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대자산운용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장기간 승인 절차가 지연되면서 민국저축은행의 주주는 결국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자산운용이 인수 작업을 제대로 추진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현대자산운용 측은 대주주 변경 승인 등 필요한 정부 승인 일정을 예측할 수 없어 정부승인일정 기한의 미합의로 인해 매도인이 일방적으로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현대자산운용은 계약금(100억원)의 75%를 대손충당금으로 쌓고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소송이 해결돼야 민국저축은행 매각이 다시 추진할 수 있을 거라 보고 있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섣불리 또 다른 SPA를 체결하기엔 민국저축은행 입장에서도 부담이 있다"면서 "소송 결과를 지켜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