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저축은행이 올 상반기 신규 대출을 적극 취급하면서 예대율을 끌어올렸다. 2023년 2분기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예대율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로 중·저신용자 상환 여력이 약화하면서 보수적으로 대출을 취급했던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주요 수익성 지표인 예대마진도 개선됐다. 수익성이 높은 대출 비중을 확대하는 동시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결과다. 여기에 유가증권 투자 비중을 줄이고 예치금을 늘리면서 리스크를 줄였다. 수익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잡는 균형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예대율 97.73%, 1분기 만에 4.11%p 상승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SBI저축은행의 예대율은 97.73%다. 전년 동기(93.62%)보다 4.11포인트(p) 상승했다. 빅5 저축은행 중 가장 가파른 상승폭이다. 한국투자저축(99.64%)과 애큐온저축은행(98.86%)에 이은 3위다.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의 예대율은 각각 96.66%, 89.78%로 나타났다.
예대율은 받아들인 예금부채(수신) 가운데 얼마나 대출채권(여신)으로 내줬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높을 수록 대출 영업이 활발하고 반대로 낮으면 대출을 보수적으로 집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통상 저축은행은 예금에 크게 의존하고 대출 비중이 크면 자금이 묶이기 때문에, 예대율을 유동성 지표로 본다.
최근 2년간 SBI저축은행은 보수적으로 대출을 집행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 왔다. 경기 침체로 중·저신용자의 상환 여력이 약화된 데다 가계부채 규제도 강화되면서 무리한 대출 확대보다는 안정적 자산 운용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번에 SBI저축은행이 기록한 예대율은 2023년 2분기(98.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근 2년간 SBI저축은행은 예대율은 이후 90%대 초중반 수준에서 조절해 왔으나 작년 말엔 88.55%까지 하락한 바 있다. 신규 대출영업보단 여신 사후관리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다.
올해 SBI저축은행의 예대율이 상승세를 그리는 건 준수한 건전성 지표 때문이라는 평가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업계 평균 대비 연체율이 낮고, 대손충당금 적립도 충분히 이뤄져 있어 대출을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할 것"이라며 "건전성 관리가 뒷받침되니 예대율을 높여도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8월 자동차담보대출을 신규로 출시하기도 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신용대출 취급에 제약이 생기자, 담보대출 영역에서 영업 활로를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 비중 늘고 조달 경쟁력 맞물려 예대마진 개선 예대율 상승은 수익성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수익성이 높은 대출 상품 비중을 늘리고, 낮은 금리로 예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예대마진 개선 효과를 봤다. 올 6월 말 기준 SBI저축은행이 예수금을 받아 고객에게 내준 이자비용은 2204억원으로 전년 동기(2703억원)보다 499억원 감소했다.
경영공시에 기재된 '자금의 조달 및 운용현황'에 따르면 6월 말 SBI저축은행의 예대마진율은 6.25%로, 전년 동기(6.02%)보다 0.23%p 상승했다. 이자손익은 3468억원에서 3505억원으로 개선됐다.
뿐만 아니라 SBI저축은행은 운용자산에서 유가증권 비중을 축소했다. 작년 상반기 1조4428억원이었던 유가증권은 1년새 8961억원으로 감소했다. 대신 같은 기간 예치금은 1조5265억원에서 1조8112억원으로 늘었다. 예치금에서 발생한 이자율은 2.85%로 유가증권(5.38%)보다 낮지만 리스크가 적다는 평가다.
SBI저축은행이 대출 확대로 수익성을, 예치금으로 운용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있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원가성 예금과 예치금 중심의 자금 운용으로 유동성 위험을 낮추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가진 대출 상품을 늘려 수익성과 안정성의 균형 전략을 구사한 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