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저축은행이 업계 최고 순익에도 수익성 측면에서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대출 취급 여력이 떨어지면서 자산 운용 효율이 저하돼 이익률까지 하락했다. 손실 위험을 낮추기 위해 고위험 자산을 줄이며 위험가중자산(RWA)을 축소한 영향도 컸다.
전반적인 재무 안정성을 확보했지만 수익 구조의 질적 개선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자본 확충으로 BIS비율을 17%대로 높였으나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5%대에 머물러 있다. 이는 한때 20% 안팎을 기록했던 예년과 비교하면 뚜렷한 하락세다. 업계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외형 성장뿐 아니라 수익성의 회복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여신 취급 여력 제한에 운용 자산 축소 SBI저축은행이 2016년부터 매년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 9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며 업계 내 독보적인 이익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익의 양적 우위와 달리 수익성 지표는 점차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이 808억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전년보다 9.3% 감소했다. ROE는 5.69%에 그쳐 20%대였던 2023년 이전보다 크게 떨어진 모습이다. 총자산순이익률(ROA)도 0.76%로 낮은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주요 저축은행과 비교하면 SBI저축은행의 수익성 지표는 업계 상위권이다. 자기자본 규모가 1조90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자본 대비 수익 창출력은 안정적인 수준이다. ROE가 11%를 넘는 신한저축은행과 8.11%인 애큐온저축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작은 자본으로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다만 자본 효율성 관점에서는 이들에게 다소 밀리는 측면이 있다.
수익성 하락의 핵심 배경은 이자수익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든 데 있다. 이자수익 기반 약화는 운용 자산 축소와 맞물려 수익성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출 평잔의 경우 2023년 이후 15.5% 감소하며 11조3071억원을 기록했다. 대출채권 이자율까지 소폭 떨어지면서 마진 방어력도 약해졌다. 유일하게 늘었던 유가증권 이자수익마저 올해 들어서는 감소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여신 확대 여력은 예대율 규제와 조달 여건 악화로 동시에 제약받고 있다. 저축은행은 예대율을 100%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 예대율 규제비율의 경우 레고랜드 사태 이후 110%로 한시적 완화 했다가 이달부터 다시 100%를 적용하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올해 3월말 기준 95.41%를 기록했다. 예수금 잔액이 축소되는 추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추가 여력이 부족한 수준에 이르렀다.
◇자산건전성 강화가 가져온 수익성 희석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수익성을 저해한 건 구조적인 제약도 자리했다.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 강화와 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손실 대비가 업권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이런 영업 환경에서 SBI저축은행은 자본적정성 확보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RWA를 축소하고 사내 유보금을 늘리며 자본 여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올해 3월말 기준 BIS비율은 17.81%를 기록했다. 이는 SBI저축은행으로 재출범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20년 결손금을 모두 털어낸 이후 이익잉여금을 어느덧 8230억원까지 쌓았다. 14조원에 육박했던 RWA는 11조7104억원으로 감소하면서 BIS비율 개선을 견인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출 자산의 규모와 함께 수익률이 높은 여신 비중이 줄어 결과적으로는 수익성 저하가 동반됐다.
비용 구조도 수익성 회복을 어렵게 하고 있다. 수지비율은 90.5%에 달해 영업 효율성 측면에서 뚜렷한 개선이 없는 상황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비용 절감이 어려워져 예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는 SBI저축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업권 내 수지비율이 100%가 넘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업계 전반적으로 인건비, 판매관리비 등 고정비 부담도 겹치면서 실질 이익률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