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캐피탈 업계의 경영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요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 대표들의 임기가 잇따라 종료된다. 업권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CEO들의 경영 성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익성과 건전성, 성장 전략은 물론 그룹 내 역할까지 종합적인 평가가 이뤄질 전망이다. 각기 다른 경영 환경 속에서 성과를 쌓아온 CEO들의 경쟁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주요 캐피탈사 CEO들의 경영 성과와 연임 변수, 각사별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빈중일 KB캐피탈 대표
(사진)가 두 번째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핵심 사업 영역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며 견고한 이익 창출 기반을 마련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자본 효율성 개선을 통해 경영 체질 변화를 이끌었다. 이러한 전략 변화는 변동성 높은 시장 환경 속에서도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기반이 됐다.
올해는 지주 회장 인선이라는 그룹 차원의 변화 요인도 맞물린다. 향후 인선 과정에서는 경영 성과와 그룹 내 전략 방향이 함께 고려될 전망이다. 남은 임기 동안 확보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성과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주요 과제다. 전임 수장들이 구축해 온 장기 리더십 사례 속에서 빈 대표 체제가 내년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IB·우량 자산 중심 운용으로 이익 기반 확대 빈중일 대표는 기업금융과 구조화금융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KB국민은행에서 기업금융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IB와 구조화금융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했다. 2024년 대표 취임 이후에는 자동차금융 중심의 기존 사업 구조를 유지하면서 비자동차 부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했다. 특정 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우량 자산 중심의 운용을 통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업금융 확대를 통해 운용 마진을 개선하고 장기적인 이익 체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
빈중일 대표는 취임 이후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육성하는 데 집중했다. 우량 대출과 IB 투자 비중을 높이며 자산 포트폴리오의 질적 전환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조직 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부임 첫해 제판분리를 단행해 상품 기획과 영업 기능을 분리하고 각 영역의 전문성을 높였다. 지난해에는 상품화 속도를 높이는 체계를 구축하며 시장 변화가 영업 현장에 빠르게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기업금융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은 가시적인 재무 성과로 이어졌다. KB캐피탈은 2년 연속 2000억원대 이익 창출력을 유지했다. 부임 전 16조원대였던 자산 규모는 올해 6월말 기준 18조원을 넘기며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순이익도 13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하며 빈 대표 체제의 실적 방향성을 가늠할 지표가 됐다. ROE의 경우 10%대로 회복하며 자본 효율성 개선 흐름을 나타냈다.
빈 대표 체제의 또 다른 핵심 경쟁력은 효율성과 수익성을 함께 고려하는 경영 기조에 있다. 영업 채널과 지원 조직을 정비하며 비용 구조 개선에 나섰다. 고수익 자산 중심의 선별적 운용 전략을 유지하며 자본 활용 효율성 높이기에도 집중했다. 최근에는 디지털과 AI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아 데이터 활용 역량까지 넓히는 중이다. 업계 최상위 수준의 자산 규모를 바탕으로 생산성을 실질적으로 높인 점이 주요 성과로 꼽힌다.
◇편입 이후 구축된 장기 CEO 기조 이어갈까 KB캐피탈은 KB금융그룹 편입 이후 총 4명의 대표이사를 배출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리더십 기조를 이어왔다. 이 가운데 박지우 전 대표와 황수남 전 대표는 각각 4년과 5년간 KB캐피탈을 이끌었다. 지주 차원에서도 단기 성과보다 사업 방향성과 조직 안정성을 고려해 대표에게 충분한 임기를 부여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빈중일 대표 역시 취임 이후 수익성 중심의 중장기 전략을 추진하며 경영 기반을 다져왔다. 이러한 전례 속에서 빈 대표도 추가 임기 부여 여부를 판단받는 연임 시험대에 올랐다.
다만 올해는 그룹 차원의 인사 환경 변화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지주 회장 인선 결과에 따라 그룹 운영 방향과 계열사 경영진 구도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KB캐피탈 역시 그룹 차원의 경영 기조 변화 속에서 대표 인선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빈 대표의 연임 여부도 이러한 인사 환경과 기존 경영 성과를 종합해 결정될 전망이다.
빈 대표의 4년 차 안착 여부는 지난 3년간의 포트폴리오 재편 성적표에 달려 있다. 비자동차 부문을 통한 균형 있는 성장을 이끌어낸 점은 연임 판단의 긍정 요인으로 작용한다.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 환경 속에서도 가시적인 이익을 꾸준히 낸 점도 주요 평가 요소다. 남은 임기 동안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면서 확대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역량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임자들과 같은 장기 경영 체제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향후 경영 성과와 그룹 판단에 달려 있다.